in kr •  2 years ago  (edited)

'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십대에 납치되어 7년동안 같은 방에 감금되어 범죄자의 아들을 낳고 그 아들과 탈출하여 회복 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인데 아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가끔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을 때도 있으니..

이 영화에서 눈여겨봤던 것은 감금되었던 시기의 절망도, 나갈 수 있을거란 희망도 아닌,바로 탈출하고 나서의 엄마의 태도였다. 여기에서만 탈출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여기에서만 나갈 수 있다면,모두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으나, 탈 출을 하여 원래의 생활로 돌아온 그녀는생각했던, 상상했던 행복을 누릴 수 없었다.

탈출하고 나서도 감금되었던 그 시기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았고,자신을 고통에 빠지게 한 운명을 원망 했고,자신은 나쁜 엄마라고 생각해 자살을 시도했다.
오직 이 고통 속에서만 탈출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그렇지 못 했던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그녀는 아들과 함께 감금되었던 방에 찾아가
마지막으로 방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영화는 끝이 나는데
그 방은 아마도 우리의 마음 속에 우리를 감금시켜 두고 있던
그 우리 마음의 방을 의미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몸은 이미 그 방에서 탈출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감금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 그 때처럼.. 감금되었던 그 때는 절망 속에 한줄기 강한 희망이 그녀를 살게 했을 것이 다. 언젠간 나갈 수 있을거라는..그러면 모든 것이 다 행복해질거라는.. 하지만 나를 가두고 있 던 그 모든 것을 탈출한 뒤에 발견하는 것은, 나는 아직도 그곳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그 때 는 오히려 절망의 그 시기보다 더 절망스러울지도 모른다. 그 때는 모든 것이 절망스러웠으나 그 절망만큼 강한,나를 살게 하는 그 한줄기 희망이 있었으니.. 하지만 필사적인 힘을 다해 그 곳을 탈출했을 때,발견하는 것은, 나는 아직도 그 곳에 갇혀있다는 것.. 그 때는 희망 속에 강한 절망이 새어온다. 그 절망은 예 전의 절망과는 또 다른 강한 절망이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제 무엇을 보고 살아야 하나.
나는 왜 아직도 방에 갇혀있는가... 어떻게 하면 탈출할 수 있는가... 사람마다 자신의 방이 있을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나를 가두어두었던 그 방.
그 방은 삭막하고 좁고 무서웠으나,
반대로 그 방은 나에게는 절망의 추억이 깃든 그런 방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방을 미워하고, 저주하고, 탈출하기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삶을 살았으나,

나의 마음은 역설적으로 나의 절망의 추억이 깃든
그 방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됐건, 나에겐 그 곳이 가장 익숙하니까..
우리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방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절망으로 가득찼던 방이라 해도, 우리의 추억이 깃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그 곳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토록 변화를 갈망하고, 행복을 갈망하지만
막상 너 이렇게 하면 행복해져 하고 신이 나에게 알려준다고 해도 그 방법으로 해도 행복을 쉽사리 유지하지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의 그 방을 무의식적으로 그리워하고 있으니까.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의 방에게 '바이바이'란 말을 남기고 떠났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도 모르게 그리워하고 있는 그 절망으로 익숙한 그 방에게 진심으로 '바이바이'를 외쳐야 할 것이다.

진심으로 떠나고 싶어해야 우리는 비로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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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탈출하면 또다른 방에 다다르고
그 방을 또 탈출하고...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지는게 인생이겠죠...
요즘 저는 좀 시니컬해진 듯 합니다. ㅠㅠ

요호님!!! 시니컬해졌다고 하시지만 저한테 이렇게 따뜻한 도움이 되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걸요~~~!!^^

친절하게 어우러져 손 꼭 잡고 살아가고 싶지만 늘 그렇게 되지는 않는 거 같아요~~~ 방 한번 나왔다고 끝이 아니니.. 그래서 더더욱 손을 꼭 잡아야겠죠? 시니컬해지는 내가 걱정스럽거나 맘에 들지 않아도 우린 그 중요성을 맘속으로 느끼고 있으니까요... 끈을 어떻게든 잡고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