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억대 초봉의 진실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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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Investment Bank). 경제 뉴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그 이름. 

월스트리트의 자랑스러운 상징이자 2008년에 금융위기를 초래 했다고 욕을 먹는 자본주의의 폐해이기도 하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나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와 같은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은행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일반인들에게는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 그나마 돌아다니는 정보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카더라' 글이 대부분인데, 안타깝게도 도시전설 수준으로 현실과 차이가 많다.

일주일에 100시간에 육박한다는 근무시간은 정말일까? 정말로 연말에 억대의 보너스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일까? 사실이라면 어떻게 입성할 수 있을까?

예전에 다음 아고라에서 화재가 됐던 <월스트릿 입성하기: 억대 초봉의 진실>이라는 글이 있었다. 당시 월가의 한 투자은행에서 일을 하던 유학생 분이 올린 글이었는데, '이게 정말 사실이라고?'라는 생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분의 글 덕분에 진로를 탐색할 때 대단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때 나에게 그랬듯 이 글이 지금 미래를 계획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내 경험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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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얼마나 받나?


아마 투자은행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정보일 테다. 도대체 투자은행에 다니는 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 억대 초봉이 정말 사실인가?

연봉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투자은행의 직급 체계를 먼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 지난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일반적으로 투자은행이라 하면 은행에서 M&A와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nvestment Banking Division("IBD")을 일컫는다. 

IBD의 직급 체계는 크게 학부 졸업 채용과 MBA 졸업 채용으로 나뉘어 있다.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은 Analyst라는 직급(사원 / 대리급)으로 뽑히게 되고 MBA 졸업생들은 Associate(과장급)이라는 직급으로 뽑히게 된다.

그리고 회사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3년에 한 번씩 호봉제로 승진이 된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성과제이지만 임원이 되기 전까지는 중간 이상만 가면 1년마다 호봉이 올라가고 3년에 한 번씩 승진이 되는 형태이다. 최근에는 A급 Analyst들이 은행을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년 만에 Associate으로 조기진급을 시켜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 Analyst (1-3년 차): 학부를 마치고 오면 1년 차로 취직된다.
  • Associate (1-3년 차): MBA를 마치고 오면 1년 차로 취직이 되고, 3년 차 Analyst는 1년 차 Associate으로 진급이 된다.
  • Vice President (1-4년 차): 이때부터 사실 고과가 조금씩 적용이 된다. 게다가 이쯤 되면 몸값이 상당히 높아지는 반면 아직 새로운 프로젝트를 따올 수 있는 입장은 아니기에  은행이 어렵게 되면 가장 먼저 잘리는 위치이기도 하다.
  • Director (1-X년 차): 이때부터는 본인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얼마나 많이 가져오는지가 고과에 적용이 된다. 그런 만큼 MD로 진급하는 타임라인 자체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1-2년 만에 진급을 하는 슈퍼스타들도 있는 반면, 만년 Director로 남는 사람들도 있다.
  • Managing Director: MD부터는 보너스가 본인이 가져오는 프로젝트에 직접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연봉 보다도 보너스가 전체 수입을 절대적으로 좌우한다. 그렇기에 딜을 많이 가져오지 못하는 MD의 경우 잘 나가는 Director보다 오히려 연봉이 더 낮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미국 애들은 군대를 강제적으로 다녀오지 않기에 중간에 휴학 없이 대학을 졸업하면 보통 만 21-22살 정도가 된다. 학부 졸업 후 투자은행에 취직해 Analyst부터 계속 제때 진급을 한다고 가정을 하면 Associate은 만 25살, VP는 만 28살, Director는 만 32살 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실적이 좋아 몇 년 안에 진급을 또 한다면 30대 후반에 MD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중간에 직종을 옮기는 경우도 많고 또 Analyst가 아닌 MBA를 다녀온 후 Associate 취직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보다 몇 년 정도 더 느려질 수는 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일반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빨리 진급을 하는 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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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봉으로 돌아와서.


2007년 원글이 쓰일 당시 Analyst 1년 차 초봉이 평균적으로 7만 불이었다. 중간에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바람에 거의 10년간 정체되긴 했지만 초봉이 최근에 다시 8만 5천 불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연봉은 호봉이 올라갈 때마다 1만 불 정도씩 올라가고 또 진급을 할 경우 보너스가 더 얹힌다.

초봉이 꽤 쌔긴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잘 나가는 프로그래들에 비하면 훨씬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차이를 메워주는 건 바로 보너스다.

사실 많은 금융권 직장들이 연봉보다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주는 편인데, 투자은행의 경우 경제가 괜찮을 때는 최상위 등급의 경우 보너스가 연봉의 무려 100%를 상회한다. 하위 등급이 나온다고 해서 아예 보너스를 못 받는 것은 아니고 은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연봉의 30-40% 정도는 준다.

간단한 계산을 위해 보너스를 매해 최상위 등급으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직급마다 총수입은 (연봉+보너스) 다음과 같다. 

  • 1년 차 Analyst: 17만 불
  • 2년 차 Analyst: 19만 불
  • 3년 차 Analyst: 21만 불
  • 1년 차 Associate: 25만 불
  • 2년 차 Associate: 27만 불
  • 3년 차 Associate: 29만 불
  • 1년 차 VP: 30만 불+ (추측)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인 2006년은 전례가 없는 M&A 활황이었기에 투자은행들이 서로 보너스 경쟁을 하며 위 보다 훨씬 더 높은 성과금을 챙겨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때 투자은행에 일을 시작했던 시니어 뱅커들은 지금 신입들을 보며 "나 때는 말이지..." 하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VP 때부터는 보너스를 100% 현금으로 받지 않고 은행 주식을 어느 정도 섞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MD급으로 갈수록 보너스의 비중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연봉 자체는 VP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지만 프로젝트를 많이 따오면 보통 1년에 2-300만 불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룹 헤드나 톱 딜 메이커의 경우 그 이상을 받는 경우도 많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시니어 포지션으로 갈수록 은행별로 수입 차이가 많이 난다.

(출처: Wolf of Wall Street)


나이에 비해 엄청난 연봉이기에 숫자만 보면 돈을 악착같이 모아 조기 퇴직이 가능할 것 같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한 동안 인터넷에서 IBD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40대까지만 일을 하고 일찍 퇴직을 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많이 돌기도 했다.

그럼 조기퇴직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돈이라면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나오는 것과 같이 상류사회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뉴욕의 경우 세금으로 총수입의 40-50%가 떼이고 맨해튼의 살인적인 월세와 물가를 고려하면 남는 돈이 생각만큼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 사회생활을 좀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돈벌이가 많아지면 그에 맞게 씀씀이 또한 커지는 법이다. 특히 일주일에 80-100시간 가까이 회사에 묶여 지내는 IBD 사람들의 경우 시발 비용이 무지하게 높기 때문에 돈을 버는 만큼 족족 써서 생각만큼 많은 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만약 맨해튼에서 결혼을 해서 가정까지 차리게 되면 집을 사고 자녀를 키우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맨해튼의 경우 방이 한 칸 딸린 아파트의 시세가 100만 불 이상을 오가고 방 2개짜리 아파트는 200만 불을 쉽게 넘어간다.

게다가 미국은 도시 내에 공립학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자녀를 1년에 학비만 몇 만불씩 되는 사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오죽했으면 1년에 2-300백만 불씩 버는 MD들도 맨해튼에서 살기가 빡빡하다는 뉴욕 타임스 기사까지 나오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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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젊은 나이에 벤틀리를 몰고 비행기 일등석을 타고 여행을 다니는 것은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월스트리트에서 일을 하는 Analyst와 Associate들은 의외로 평범한 삶을 이어나간다. 물론 '평범함' 또한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여가 시간이 적기에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를 주로 타고, 외식을 더 자주 하고, 좀 더 비싼 술을 사 마신다는 정도뿐이다.

마치 한국 드라마에서 대기업 과장 정도 되면 윤택한 삶과 엄청난 권력을 누리는 것 같이 비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

물론 대학교를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금전적 우위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돈만을 생각하고 투자은행에 삶을 바치기에는 잃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간단한 사실을 어렵게 깨닫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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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오치님 감사합니다. 미약한 제 업봇 받으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돈 말고도 중요한 게 많기에 저는 저에게 중요한 것을 하렵니다!

혼자가 아닐겁니다 ㅎㅎ 응원합니다

저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연봉은 모두 쓴다고 보면 되고 실제 모으는 돈은 성과급 정도라고요. (싱글 기준) 물론 성과급이 어마어마하긴 하지만..

정확히 들으셨네요. 하지만 사람 심리가 무서운 게 뭉돈이 들어오면 큰 소비를 하게 마련이죠... 보통 남자분들의 경우 시계나 양복 등에. 성과급만 100% 저축해도 굉장히 선방한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블로그에 좋은글들이 많아서 팔로,보팅하고 가요
괜찮으시면 맞팔 부탁드릴게요 :)
좋은 밤 되세요 ㅎ

감사합니다. 중시 뉴스 위주로 써주시는 군요. 팔로 할게요.

흥미롭네요...!
미지에 대한 것은 항상 어느 정도의 환상과 허구가 섞여있으니 또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의미있고, 그렇게 성취된 경험과 이력이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으로는 고려할 수 없는 큰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ㅎㅎ

크립토 몽상가 님의 글을 읽으면 정말 긍정의 힘이 가득하신 분이라 느껴집니다. 외모도 훤칠하시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