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월가에서 무슨 일을 하는 건데?

in kr •  7 years ago 

  

월스트리트 (Wall Street). 뉴욕시 맨해튼의 아랫동네인 다운타운에 위치한 도로다.

때는 17세기 초. 네덜란드 사람들이 북아메리카 식민지 개척을 위해 뉴욕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맨해튼 섬의 끝자락에 정착을 했다. 처음에는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식민지가 성공적으로 개척되면서 정착자들의 숫자가 늘어났고, 곧 원주민과 정착자들 사이의 충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정착자들은 미약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체의 경계에 작은 벽을 세웠는 데, 거기서 월스트리트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21세기인 오늘날 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예전 마차들이 다니던 돌길은 아스팔트로 뒤덮인 지 오래고 좁디좁은 길의 양 옆은 하늘을 뒤덮는 마천루들이 장악해 버렸다.

뉴욕이 식민지와 구세계를 이어주는 큰 항구로 성장함에 따라 상업이 발달했고 이어 돈이 월스트리트에 모이며 금융업 또한 발달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시장인인 뉴욕 증권거래소(NYSE)가 위치해 있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보험사, 증권사, 그리고 투자은행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런던, 홍콩과 더불에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부와 탐욕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뉴욕, 그리고 월스트리트다.

이런 맨해튼을 당시 원주민들이 24불에 네덜란드인들에게 넘기고 훗날 영국인들이 '뉴암스트르담'을 뺏어서 '뉴욕'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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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역사책이나 언론에서 자주 화두가 되는 월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것 같다.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살아갈까? 정말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싼 양복과 포마드로 단장을 한 사람들밖에 없을까?

그런 사람들이 빌딩의 높은 층의 집무실에서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딜을 만들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걸까?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마이클 더글라스가 그랬듯 이사회에서 종이를 집어던지며 "주주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뭘 하는 겁니꽈~?!"라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이 사는 곳일까?

정말 궁금한 게 많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나이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일을 하는 것을 꿈꿔왔던 것 같다. 나에게 월스트리트는 하나의 신기루였다. 정확히 그 실체를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도달해야만 하는 곳. 국경의 남쪽이자 태양의 서쪽.

많은 노력과 운 끝에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의 한 투자은행에 취직을 할 수 있었고 나만의 언약의 땅이었던 월스트리트에 입성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결정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었는지, 훗날 내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정작 중요한 고민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무식한 사람이 용감할 수 있다고 했던가. 아마 나 또한 아는 게 많이 없었기에 오히려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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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직종이나 그렇겠지만 뉴욕에 있는 투자은행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일을 하는 거야?"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매일 소리를 지르면서 일을 하는 거야?"
"좋은 주식 있으면 좀 알려줘"
"키야~ 이제 돈 걱정은 없겠네? 축하한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자면 네 개 중 제대로 된 질문은 단 하나도 없다.


1. 대부분의 투자은행은 월스트리트에 있지 않다

90년대만 해도 많은 투자은행들이 월스트리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다운타운이 뉴욕의 구도심인만큼 빌딩과 시설들이 낙후된 곳이 많아 슬슬 새로 개발된 미드타운 신도심으로 이사를 가는 회사들이 꽤 있었다. 서울로 비교하자면 회사들이 본사를 종로에서 강남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 와중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1년에 9/11 테러까지 발생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몇 개의 대형 은행들마저 모두 다른 동네로 이전을 해버렸다. 물론 지금은 옛 블룸버그 뉴욕 시장의 지휘 아래 다운타운이 재개발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골드만삭스와 도이치뱅크를 빼면 주요 투자은행들은 다운타운을 벗어난 곳에 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많지만 현지인들은 주거용 빌딩도 부족하고 딱히 구경거리도 없는 다운타운을 막상 방문할 일이 별로 없다. 마치 외국인들은 명동을 놀러 가지만 서울 사람들은 굳이 찾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나도 집과 회사가 둘 다 미드타운에 있었기에 뉴욕에 있던 첫 몇 년 동안은 다운타운을 갈 일이 없었고 월스트리트에 있는 황금 황소 동상도 가족들이 뉴욕에 놀러 왔을 때 같이 관광을 하며 처음 만져봤다.


2. 투자은행은 주식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투자은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주식을 사고팔면서 돈을 벌거라 생각하는 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투자은행에는 여러 부서가 있는 데 크게 수익을 직접적으로 올리는 front-office와 수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back-office로 나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투자은행(IB)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M&A와 기업금융을 당당하는 Investment Banking Division(IBD)과 Sales & Trading, Reserach를 뜻한다.

물론 Sales & Trading 부서에서는 실제로 주식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도 하는 데 금융위기 이후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많이 쇠태 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특별히 다른 부연설명이 없다면 투자은행 = IBD를 뜻한다.


3. 투자은행에 일하는 지인은 주식을 못 추천한다

M&A와 같은 사항은 회사의 주가를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기에 비밀유지는 투자은행의 업무에 있어서 필수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따내게 되면 비밀유지 조항(NDA)을 꼭 체결해야 하고 회사 내부 감사팀에서도 직원들에게 보안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상장회사의 내부정보를 자주 다루는 만큼 직원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데 있어 크게 제한이 있고 (실제로 일부 회사는 암호화폐까지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만약 내부정보로 투자를 했다가 나중에 금융거래위원회(SEC)에서 조사를 당하기라도 하면 감옥까지도 갈 수 있다. 나도 회사를 다니는 도중 내부자 거래에 연관돼 연행이 된 시니어 뱅커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게다가 업무 자체가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것과 달리 주식을 분석하는 게 아니기에 어떤 주식이 좋은지 알기도 힘들다. 그러니깐 투자은행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면 주식 추천을 해달라는 무리한 부탁은 자제하자.


4. 고소득자는 맞지만 인생이 바뀌진 않는다

고소득 직종인만큼 연봉과 특히 성과급이 잘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 나이에 벤틀리를 몰고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건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같은 영화에나 나오는 페이크 뉴스다.

소득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하고 싶지만 간단하게 얘기 하자면 (미국 기준으로) 의사나 변호사보다 조금 더 버는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그 액수도 맨해튼의 살인적인 물가와 집값을 고려하면 은근히 많이 남지 않는다는 게 슬픈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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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취직을 한 곳은 인수합병을 담당하는 IBD 부서였다. 이 부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월스트리트에는 어떤 투자은행들이 있는지 등은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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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님 - 짱짱맨 태그를 활성화 시켜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팔로우 하고 힘 닿는대로 업보트 할게요.

신기루처럼 막연한 꿈이었지만, 그래도 꿈을 현실로 만드셨네요.
멋진일이예요!
막상 경험한 현실이 꿈보다 좋은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전 보통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지, '국경의 남쪽이자 태양의 서쪽'에서 일을한다면
"몸은 좀 괜찮아?" 라고 물을 것 같은데 ㅎㅎ

제 질문도 제대로 된게 아닌걸까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기대할게요!

필통님이야 말로 좋은 친구분이신거 같네요 그런 질문도 해주시고 ㅎㅎ 하신 말씀도 맞지만 저 같은 경우는 너무 이상주의자라 큰 기대를 품으면 항상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많은 투자은행들이 90년대에는 월가에 많았었는데 ㅋㅋ
종로에서 강남으로 투자하는격으로 다른곳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은행들이 대거 움직이게 되었고,
투자은행이라고해서 막연하게 주식을 사고 파는곳이 아니다.. ㅋㅋ 첨듣는 내용이었고 재밌었습니다

정작 요즘 월가에는 보험회사들 밖에 없습니다 ㅎㅎ 투자은행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나중에 또 올릴게요

원래하시던 블로그 주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