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써클(Circle)의 폴로닉스(Poloniex)인수와 골드만 삭스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본다

며칠 전에 핀테크 기업인 써클이 폴로닉스라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수했다. 금액 자체로 그리 큰 딜은 아니었지만 써클이 골드만 삭스에게 투자를 받은 회사라 그런지 한국 경제 신문에서 나름 큰 뉴스로 다뤄진 모양이다. 

나도 웹서핑을 하다 제목만 보고 '골드만이 암호화폐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나?'하고  무심코 지나쳤는데 어제 @mylifeinseoul 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읽고 기사가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금 더 궁금한 마음에 관련 자료를 더 찾아보고 정리해봤다.

1. 피인수 기업인 폴로닉스의 공식 명칭은 Poloniex, LLC다. 2014년에 미국 델라웨어 주에 설립되었고 암호화폐 거래소라는 설명 외에는 공재되어 있는 정보가 별로 없다. 공식 인수 날짜는 2018년 2월 23일이다.

2. 인수 기업인 써클의 공식 명칭은 Circle Internet Financial, Inc.고 2013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되었다. 공재되어 있는 기업 설명에 따르면 유저들끼리 간편하게 송금을 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개발하는 핀테크 회사다. 

모바일 송금앱은 몇 년 전 미국에서 꽤 유행했는데 현지에서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건 Venmo라는 앱이다. 한국분들은 아마 페이팔이나 카카오 뱅크가 더 익숙할 듯하다.

3. 써클은 2015년 4월 29일에 골드만 삭스를 포함한 9곳의 투자자로부터 $50 million(500억 원)을 시리즈 C 펀딩으로 유치했다. 골드만 삭스와 IDG Capital Partners가 새로운 투자자였고 나머지 7곳은 기존의 투자자들이었다.

4. 기사에는 골드만 삭스라고 나오지만 정확히 돈을 투자한 곳은 Goldman Sachs Group Merchant Banking Division이다. 이는 골드만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모펀드 / 벤처캐피털 그룹인데 기업이나 부동산, 그리고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골드만 자본을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는 부서다. 

즉, 골드만이 써클에 투자한 것은 전략적 투자보다는 재무적 투자에 가깝다.조금 더 풀어 말하자면 써클을 계열사로서 투자했다기보다는 지분을 보유했다가 몇 년 뒤 써클이 상장되거나 다른 기업에게 인수될 것을 예상하고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다.

5.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털 자금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게 되면 지분 외에 이사회에 자리를 요구한다 (스팀잇 내의 증인 제도와 흡사). 역시나 2015년에 있었던 시리즈 C 라운드를 통해 IDG Capital Partners의 파트너 중에 한 명인 Quan Zhou라는 사람이 써클의 이사회에 임명된다. Quan Zhou는 IDG에서 바이두와 텐센트에 초창기 투자를 이끈 파트너다.

이사회는 보통 분기마다 한 번씩 모여서 경영진에게 실적 보고를 받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투표를 통해 승인을 한다. 중요한 결정에는 보통 경영진 교체나 M&A에 관련된 굵직한 상황들이 포함된다. 써클이 폴로닉스를 인수한 것도 사전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6. 참고로 써클의 나머지 7 투자자들의 프로필은 다음과 같다:

• Accel Partners: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스탠퍼드 대학 위치)에 소재한 벤처캐피털 
• Breyer Capital: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실리콘 밸리 중심)에 소재한 벤처캐피털 겸 사모펀드
• Digital Currency Group: 뉴욕에 소재한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인큐베이터 겸 벤처캐피털
• Fenway Summer LLC: 워싱턴 DC에 소재한 소비자 금융 (개인 대출) 자문사 및 투자회사
• General Catalyst Partners: 케임브리지(하버드 대학 위치)에 소재한 벤처캐피털 겸 사모펀드
• Oak Investment Partners: 코네티컷 주 소재 벤처캐피털 겸 사모펀드
• Pantera Capital Management LP: 샌프란시스코 소재 헤지펀드

결론: 여기서 부터는 순전히 내 생각이다. 

2013-2015년 당시 암호화폐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을 무렵 미국 핀테크의 가장 핫한 분야는 모바일 송급앱이었다. 당시 페이팔과 비슷하지만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앱을 만드는 회사들이 많았고 상당수의 회사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거나 아니면 비싼 값에 인수되었다.

써클 또한 이 흐름을 타고 위의 7 투자자들에게 시리즈 A와 B의 투자를 받은 다음 2015년에 골드만과 IDG로부터 시리즈 C 투자를 받은 것 같다. 골드만에게 투자를 받음으로 브랜드를 얻을 수 있었고 IDG를 통해 중국 마켓에 대한 인사이트와 access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5년이 지나면서 모바일 송금앱 붐이 잠시 꺼졌고 경영진과 이사회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았을 것이다. 이미 투자자 중에 암호화폐 벤처캐피털인 Digital Currency Group이 있었으니 암호화폐 트레이딩이 아마 로지컬한 다음 step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실제로 그 이후로 비트코인 붐을 타고 많은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등장했고, 아직 뚜렷한 강자가 나타나지 않은 춘추 전국 시대인 만큼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신사업의 일화로 이번에 폴로닉스를 인수한 것 같다.

그렇다면 골드만과 폴로닉스는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물론 골드만에서 향후 암호화폐 사업이 매력적이라 느끼면 써클을 인수할 수 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생각한다.

내부 사정은 모르지만 골드만은 심지어 수익실현 보다도 돈만 살짝 얹고 핀테크에 대한 뉴스나 인사이트를 이사회를 통해 얻기 위해 돈을 투자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500억은 골드만에게 큰 금액이 아닐테니 돈을 크게 잃지만 않는다면 교육용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폴로닉스 인수를 골드만에서 추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골드만과 폴로닉스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보면 된다. 마치 스팀파워를 대량으로 큐레이터에게 맡겨놓은 고래가 어떤 글이 보팅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