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오해와 진실

in kr •  7 years ago 

예전에 작성했던 칼럼입니다. 요즘에 주변에 어떤 이유에서든 우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코울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립니다. 우울증에 관한 글들은 꾸준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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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1 :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슬프다

아마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의아해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을뿐더러 스스로도 우울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울증이 감정의 문제만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우울감을 느끼지 않더라도 신체적 증상, 불면증 등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슬픈 기분’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흥미가 없어지고, 딱히 재미있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되거나, 짜증이 많아지고 예민해 지는 것으로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상담센터에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잠을 못자고 화를 잘 내는 것 같아서’ 왔다가 우울증 진단을 받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나마 우울증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치료가 잘 되는 편인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서 병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본인이 우울증인지 아닌지 아는 것부터가 예방과 치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우울증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심리전문가가 있는 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인터넷 등에 보면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자가 점검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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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2 : 모든 사람들은 우울증을 한번은 경험한다-이 또한 삶의 일부 일뿐

누구나 슬픔을 느끼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우울감을 느끼는 것도 삶의 일부가 맞다. 그러나 우울증은 단지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비참한 기분이 계속되거나 하루하루 삶에서 흥미로운 것이 없이 2주 이상 지속이 되는 것이 우울증이다.

천식이나 당뇨병이 누구나 겪는 당연한 과정이 아니듯, 우울증도 치료 받아야 하는 질병이다. 우울증(우울장애)과 우울감(우울한 기분)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해3 : 엄청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다

틀리다고는 할 수 없지만 100% 옳은 이야기도 아니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거나, 회사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등의 힘든 일들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은 의외로 다양하다. 신체적인 질병을 앓거나 외로움이 심해져서 우울증이 찾아올 수도 있고, 뚜렷한 원인이 없이 그냥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내인성 우울증, 멜랑콜리형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원인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왜 우울한지 본인도 모르고, 전문가도 그 이유를 찾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오해4 : 멘탈이 약해서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참 무섭다. 어느 날 누군가가 암에 걸렸다고 하면, ‘그 사람은 약한 사람이라서 암에 걸렸다’고 반응하지는 않는다.

또한 오랫동안 투병을 하는 경우, 칭찬과 격려를 하고 정신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런데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의외로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라는 생각을 하고, 우울증이 길어지는 경우 잘 싸우고 있다고 격려를 하는 사람보다는 왜 이리 오래 가냐는 핀잔이 더 많기도 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지금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다면 당장 가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길 바란다. 그 사람은 강한 정신력으로 투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우울증의 별명을 다시 한 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바가 별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그 사람의 특성이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5 : 여자들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우울증 평생 유병률은 여자가 남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것이 여자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더 잘 알아차린다는 얘기는 될지 몰라도 남자들이 우울증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기는 힘들다. 남자들의 우울증 유병률이 낮게 잡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사회적인 분위기, 문화가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남자가 ‘우울 따위’를 얘기하는 것은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아직도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감정을 다루는 것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문화가 잔존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자들은, 특히 한국남자들은 우울증을 인정하지 않거나 말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설령 본인 스스로는 알아차리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기껏 용기를 내서 주변에 얘기를 해도 인정과 공감을 받기는커녕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울증 인구는 남자들이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우울증을 앓을 때에는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여자에 비해 훨씬 더 많다.

우울증 극복방안

우울증이 나를 찾아올 때 먼저 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부분에서 제시한 자기점검표에 보면 우울증 환자들이 경험하는 주요 증상들이 있는데, 이러한 증상들이 반복, 지속되면 우울증에 대한 위험 신호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다이어트를 딱히 하지 않는데, 체중이 급격히 저하된다거나, 또는 반대로 체중이 너무 증가하는 경우 모두 우울증을 경험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무언가 생각하기 어렵고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거나 자신도 모르게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할 때, 또는 건강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에도 우울증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평소에 예방을 잘 하는 것이 최선이고, 우울증이 시작될 것 같은 낌새를 알아차렸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울의 늪에 빠져서 어떠한 대책을 세우거나 시행할 에너지조차 없어질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우울증 극복방법을 포함하여,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대안들을 살펴보자.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운동은 그 자체가 중요한 항우울제가 된다. 예일대학 우울증센터장인 Gerard Sanacora박사에 따르면 운동으로 인한 항우울 효과는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만큼이나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산소운동만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요가와 같이 명상에 초점을 둔 운동도 도움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면 하다못해 조금 더 걷는 것이라도 도움이 된다.

큰 결정들은 뒤로 미루어라

설령 그 결정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할지라도, 우울할 때는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UCLA의료센터 기분장애 연구소의 Susan L. Marusa박사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큰 결정’(결혼, 이직, 대학원 진학, 이사, 이혼 등등)은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들은 가능한 심리가 안정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리라고 한다.

알코올과 당분섭취를 줄여라

술을 먹는 것과 단 음식을 먹는 것은 우울할 때면 흔히들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대표적인 진정제로써 중추신경계에 작용하기 때문에 술을 먹고 기분은 더 처지게 만드는 악효과가 있다.(술을 먹고 오버액션하는 것은 사회적 행동을 통제하는 신경계가 마비되기 때문). 게다가 우울증 고위험군은 더 높은 수준의 알코올중독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고르게 영양을 섭취하는 것은 우울증 예방에 상당히 중요한데 특히 비타민, 오메가-3 등이 함유된 과일, 생선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간혹 우울해서 초콜릿을 먹는다거나 당분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당분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증가시키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한다. 설탕섭취를 줄이는 것은 당뇨병 예방과 체중조절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뇌건강과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가까운 사람들을 찾아가서 이야기해라

우울증에 걸리면, 세상에 자기 혼자만 남은 것 같고, 아무도 자신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본인 이외에는 모두 다 괜찮게 살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이 때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연결시켜주는(reconnecting)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오히려 사람들은 우울증이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될까봐 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럴수록 사회적인 고립감이 커지는데, 이는 우울증을 더 심화시키게 된다.

주변사람들이 전문적인 심리치료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더라도,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연인이 있다면, 기회가 될 때마다 포옹을 해라. 포옹(hug)을 할 때 즉각적으로 생성되는 옥시토신은 외로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줄어들게 하며, 길게 포옹을 할 때 세로토닌은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가진다.

충분히 잠을 자라

휴식이 우울증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휴식이 없다면 치료의 효과도 반감된다. 잠을 자는 것은 기분을 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있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최적의 수면시간으로 8시간을 이야기 하지만, 이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하루에 7시간은 수면을 취하기를 권한다. 조금 더 깨어있으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깨어있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정보를 축적하다가 잠이 들어서야 비로소 불필요한 정보들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최적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에는 다소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면 도움이 된다. 비록 여름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몸이 어느 정도 압력을 받게 되면 포옹과 마찬가지로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 세로토닌은 밤에 멜라토닌으로 변환되면서 숙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필요하다면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꾸준히 섭취하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을 받는 것을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신과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회사를 그만둬야 할 일도 없거니와, 혹 그런 회사가 있다하더라도, 개인의 민감정보를 동의 없이 임의로 확인할 수는 없다.

최근 나오는 우울증 약은 부작용도 거의 없고 상당히 효과적이다. 우울증을 치료할 때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약물치료를 애써 피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만큼 처방을 받고 의사가 권하는 기간 동안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마치며

통계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가벼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감기쯤으로 여기며 가벼이 생각하여 악화시킨다면, 삶과 죽음을 한순간에 좌우할 만큼의 무서운 질환이 되어 버릴 것이다.

나와 내 가족,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드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잘 대처해야 하는 것이 우울증이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우리 삶을 이루는 중요한 감정들이지만 무엇이든 과하면 병이 되는 법이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를 극복하는 현명한 방법을 터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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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요즘 우울증이 의심되면 의욕도 없고 기분도 다운되던 차에 좋은 포스팅 잘 봤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아무래도 쌍방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보니 일반론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