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는 새해를 맞아 오랜만에 옷장 정리를 한다. 옷장 좌표 (0,10)쯤에 있는, 작년에 입던 바지를 입어본다. 지퍼가 올라가질 않는다. 도저히 입을 수가 없다. 바지가 S를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작년에는 살짝 여유가 있기까지한 바지였다.
S는 체중계에 올라가본다. 여기서 만나는 참혹하고 냉정한, 처음보는 숫자들. 마치 망쳐버린 시험 성적표에 찍힌 점수처럼 얼얼하고 끔찍하기 짝이없다.
'이건 고장난 게 분명해'
다시 올라가 보니 오히려 200g이 늘었다. 200g의 절망이 더 얹어졌다.
S는 생각해본다. 숫자 하나로 인간은 얼마나 많은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카드값이 빠져나간 통장의 잔고, 몇 달째 제자리 걸음인 토익 점수, 채워지지 않는 자소서의 글자 수 . 숫자는 단지 적혀 있는 그대로 인간을 찍어버린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S에게는 체중계에 뜬 숫자만큼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S는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체중계가 준 고통만큼 체중계가 보람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S는 이 결심이 결국 물거품이 될 것임을 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또 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에도 이랬을지 모르는 일이다.
다이어트 성공을 기원합니다! 더불어 제 살도 같이 없어지길 소망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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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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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 알려 드립니다. 체중계의 영점을 조절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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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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