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제목은 이랬다. ‘프랑 브루주아 고교를 다녀와서’ 라던가 ‘내 첫 유럽 여행’ 뭐 이런 것들. 근데 내가 느낀 것을 너무 형식적으로만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번 국제교류를 통해 뭔가 진정으로 느낀 것을 제목으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해서 내린 것이 이 소소해 보이는 작은 제목이다. ‘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우리나라랑 다를 것 없이.’
‘국제교류’란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우리들의 일상에서 이 단어는 생소하기 짝이 없다. 딱딱하게 정의 하자면 이렇다.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둘 이상의 사람이 만나서 교류를 하는 것’. 이 행위는 국가 와 국가 같은 큰 주체들이 아닌 작은 공공기관들도 참여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 학교이다. 양정고등학교는 오래 전부터 일본의 ‘아자부 고등학교’, 이탈리아의 ‘엔리꼬 또시 고등학교’, 대만의 ‘장영 고등학교’ 외의 수많은 학교들과 교류를 성공해왔다. 그리고 매년 한 번씩 학생들을 선발하여 서로의 문화 또는 사회를 공유할 기회를 주었다. 나도 이번에 그 기회를 잡아 프랑스 파리 市 에 위치한 ‘프랑 부루주아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선발 명단이 발표되던 날은 정말 조마조마했다. 딱히 시험이나 면접을 본 건 아니지 만서도 괜시리 내가 뽑히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이 없을까 그 날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같이 신청했던 친구들과 함께 명단을 보고 각자의 이름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며 왁자지껄 떠들 수 있었다. 다음 날부터 홈스테이를 통해 나를 열흘 간 봐주실 프랑스 가족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가져갈 옷들을 사고 정리하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것 같다.
출발하는 날은 인천공항까지 가는데 교통편을 알아보느라 머리가 복잡해진 내게 준우 어머니께서 데려다 주신다 하셔서 내심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너무 내색하면 가벼운 아이로 보실 것 같아서 조용히 공항에 도착했다. 친구들도 모두 볼 수 있었고, 담임선생님이나 주변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지각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공항을 돌아다니다가 짐을 붙이고 비행기에 올랐다.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기였는지 난 방방 떠서 이륙하는 순간에 창문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육중한 기체가 떠오르는 장면은 장관이다.
정들고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이 멀어지며 난 조용히 잠을 청했다. 잠을 잔 뒤에도 10시간이 넘게 남은 비행 동안 해 보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았다. 영화도 보고 싶었고, 게임도 하고 싶었으며, 프랑스어를 공부하거나 하는 등의 ‘비일상적인’ 오락거리에 푹 빠지고 싶었다. 아니, 항상 진절머리 나도록 들어서 몸에 베어 버린 새 학기 수업준비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학원 스케줄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에 정만 기뻤던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방학동안 옭아매었던 족쇄를 조금 느슨하게 해 주는 나 자신의 포상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기대와 바람과는 달리 비행시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몇 번이나 보았던 영화들, 식상한 게임들. 프랑스어를 공부하기로 했던 계획은 책자를 큰 가방들과 함께 화물 편으로 보내버렸던 그 순간부터 어긋나 버렸다. 결국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며 비몽사몽 하고 있자 어느 새 땅이 가까워졌다. 그 안도의 한숨도 그곳이 파리가 아닌 이 비행의 경유지 프라하였다는 걸 깨닫고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자 사라져 버렸다.
앗 그럼 지금 고등학생이신거에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이 깔끔하고 재밌었어요!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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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봤습니다~^^
처음인사드리네요~
약소하지만 보팅 팔로우 할께요^^
앞으로 자주 놀러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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