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4

in kr •  7 years ago 

모두가 주말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모여서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 같았고, 나는 앙뚜앙의 가족과 함께 알프스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앙뚜앙의 집에서는 어머니만 볼 수 있었고 아버지는 알프스의 다른 도시에 사신다고 들었는데, 주말에 보러간다고 하였다. 원래 앙뚜앙이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었다. 친구들과 함께 디즈니랜드에 갈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과 알프스에 놀러 가는 것. 난 알프스를 선택했는데 나보다도 그 가족이 내 결정에 대해 기뻐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날은 몽마르트 거리에 갔다. 몽마르트 거리가 왜 몽마르트 거리인가 하면 목마가 많이 있어서 라는 되도 않는 개그를 치던 친구놈들이 있었는데 실제로 거대한 회전목마가 중앙에 위치해 있기는 하였다. 그래도 당연히 그 지명과는 상관이 없다. 몽마르트 거리는 아무런 기대도 않고 정보도 없이 갔는데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를 표현한 예술의 거리였다. 사진 찍는 곳마다 화보를 연상시켰고 주변의 자연은 그 자체로 조형미를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유럽 하면 생각나는 정서를 완벽히 대입한, 그런 곳이었다. 광장에서는 거리의 예술가들이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생소한 광경이었다. 예술의 거리. 이것이 몽마르트 거리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거리를 돌아다니자 높은 언덕이 등장했는데 우리 모두는 피곤도 싹 잊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첫날이나 둘째 날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한 것 같은데도 신기하게 피로가 얼마 쌓이지 않았다. 아마 그만큼 그 거리가 마음에 쏙 들어서 였을 것이리라. 언덕을 오르니 순백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당이 있었다. 모두들 정말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는지 선생님께선 잠깐의 포토타임 후 바로 장소를 옮기자고 하셨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거리가 막 지루해질 무렵에 우린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앙뚜앙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어서 우리 중 몇몇은 학교에 남아서 각자 파트너들을 기다리기로 하였는데 어떤 예쁜 여학생이 나에게 자기 수업에 같이 참여해도 된다고 하여 난 친한 친구들을 데리고 따라 들어갔다. 수업은 라틴어 수업이었다. 라틴어로 씌어 있는 본문을 프랑스어로 바꾸고 다시 영어로 바꾸는 그런 수업이었는데 우리 중 대부분은 그냥 고개만 끄덕거리고 말았다. 내용 자체도 어려웠거니와 수업을 참관한다는 것에 크게 의의를 두고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잠시 후 파트너들이 우리를 찾아왔고 모두는 나가서 서로를 만났다. 앙뚜앙은 나를 보자마자 우리가 약간 늦었다며 기차역으로 나를 데려갔다. 생각해보니 금요일 저녁에 테제베를 타고 알프스로 간다고 했었던 것 같았다.

기차역에서 앙뚜앙의 어머니와 여동생 쟌을 기다리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파리 시에서 기차역에 그랜드 피아노를 갖다 두었는데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연주할 수 있다고 앙뚜앙이 설명해 주었다. 무척 아름다운 곡이었다. 우리나라의 기차역에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테제베는 운이 좋게 일등석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가 남아서 그렇다는데 큰 럭셔리함이나 호화스러움은 느끼지 못했다. 비행기 일등석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창밖에도 밤이라 모든 것이 어두컴컴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도착하니 앙뚜앙의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친히 차를 갖고 오셔서 우리 짐을 싣고 모두 아버지의 집으로 갔다. 가는 내내 울퉁불퉁한 길에 멀미가 났으나 토할 수도 없어서 그냥 참았다. 차창 밖으로 눈이 엄청 쌓여 있었고, 추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지내신다는 집은 완벽했다. 저택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를 위해 따로 지하에 방을 마련해 두셨단다. 너무 안락하고 넓어서 어서 자고 싶었다. 개인 샤워실에서 여독을 풀고 나서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왔다. 무엇보다 다음날 새벽에 내 삐걱대는 침대소리에 앙뚜앙이 깰 거라는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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