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8

in kr •  7 years ago  (edited)

아침에 눈을 뜨니 오늘이 바로 우리가 3주 내내 연습했던 무대를 보여주는 날 이라는 게 떠올랐다. 한국에서 교류를 신청한 학생들은 몇 명씩 조를 나눠서 장기자랑 무대를 준비했는데 나와 재경이를 비롯한 여섯 명은 크레용팝의 빠빠빠 라는 춤을 준비했다. 학교로 가서 많은 프랑스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자리에 앉자 강당에서 장기자랑 무대가 시작했다.

먼저 프랑스 학생들이 플롯을 불거나 피아노를 치는 등 악기를 연주했고, 우리나라 학생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아무래도 한국이 K-POP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려 했는지 아니면 그냥 대중적이고 쉬워서 그랬는지 모든 조가 아이돌 그룹 안무를 준비해왔다. 우리 조의 차례가 되었을 때는 모두들 많이 긴장해 있었는지 실수를 다들 많이 하였고, 예상했던 것보다는 정말 너무나도 많이 아쉬운 무대가 되어버렸다. 연습하기로는 다른 조들을 훨씬 웃돌 정도로 시간을 썼으나 실전에서 그 기량을 뽐내지 못해서 모두들 속이 상해 있었지만 재경이 나 경모가 준비해 간 노래 한 곡을 더 부르면서 그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만회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 길다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무대들이 모두 끝나고 난 오늘의 일정이 끝난 줄 알았지만 사실 개선문도 가야했고, 샹젤리제 거리를 돌아봐야 했다.

개선문은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가까이서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돌무더기에 불과했는데 주말에 아스트리와 함께 밤거리에 나와 개선문과 에펠탑을 봤다는 창선이의 말로는 저녁 시간 때 그 아름다운 절경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하였다. 확실히 사진을 보니 밤의 에펠탑은 그 화려함을 뽐내는 듯 했다. 개선문을 돌아보고 나서는 아이들끼리 그룹을 짜서 샹젤리제 거리를 돌아보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노래 ‘오 샹젤리제’의 배경이 되는 거리였다. 그런데 그 거리에 있는 상점들이나 사는 사람들 수준이 우리나라의 강남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매우 부자동네 같았다는 것은 나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는지 친구들도 샹젤리제 거리에서 기념품을 사는 여유는 부리지 못하였다. 향수 한 병에 이십 만원을 넘어간다니. 그래도 파리 생제르망 공식 판매점이나 파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초콜릿 상점들을 둘러보며 많은 것들을 보았던 것 같다. 나중에 앙뚜앙에게 물어보니 샹젤리제 거리는 프랑스에서도 1% 의 상류층들이 사는 곳이며 물가들이 너무 비싸 자신들도 웬만해선 경제 소비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내가 집에 들어가니 밖에서 모두가 함께 술집에 들러 모나코나 맥주를 마신 뒤여서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앙뚜앙의 아버지, 어머니, 쟌이 잠에 들지 않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함께 사진을 찍자는 분위기였는데 나를 위해주시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밤에 침대에 누우니 이제 그 다음 날이 떠나는 날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앙뚜앙과 대화를 하며 지새우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잠에 들게 되었다. 내가 과연 이곳에 또 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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