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가 들려주는 자신의 첫사랑이야기이다.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는 열여섯살 무렵 자신의 첫사랑인 지나이다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주위에는 많은 남자들이 있고, 그녀는 자신 주위에 있는 남자들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나이다는 페트로비치가 지금까지 배웠던 교양과는 멀었지만 자유로웠고, 그녀와 함께하는 놀이와 시간은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블라디미르는 그녀를 너무 사랑하였기 때문에 그녀가 말하는 것을 모두 행동으로 옮겼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일이라도 망설임 없이 그 일을 행하였다. 그녀는 그의 순수한 사랑을 좋아하였지만,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그녀의 사전에는 사랑이 없어보였지만, 지나이다는 페트로비치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블라디미르는 이 사실을 결국 알게 되지만,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나쁜 감정을 갖기는커녕 한층 더 존경스러워졌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나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내가 블라디미르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단언컨대, 이 사실에 대해서 아버지를 질책하는 마음을 지녔을 테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다는 마음에 원망 하였을 것 같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블라디미르네 가족은 시내로 이사를 간다. 이사 간 뒤에도, 아버지와 지나이다가 다시 한 번 몰래 만나는걸 보지만 블라디미르는 그것에 대해서도 함구한다. 그 후,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몇 년이 흐른 뒤 그는 그녀의 주변에 있던 사나이인 마이다노프를 만나 그녀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자꾸 일이 생겨 두 주일이 훌쩍 지나버렸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를 만나러 갔지만 사흘 전 해산을 하다가 그녀가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의 첫사랑인 그녀는 그렇게 떠나고 만다.
소설은 결국 블라디미르의 첫 사랑에 대한 완전한 실패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블라디미르의 실패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아닌 것 같다. 그가 사랑했던 그녀의 죽음,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그의 아버지의 죽음. 이러한 일을 통해 그는 성숙하게 된다.
이 소설의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구절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편지에 쓴 “여자의 사랑을 두려워하라, 그 행복을, 그 독을 무서워하라.” 이 말이 이 소설의 제목인 첫 사랑에 대한 해석인 것 같다. 사랑이란 감정은 그저 한없이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언제나 행복과 독이 함께 공존한다. 하지만 ‘독’과 같은 부분이 있기에 오히려 나는 사랑이란 감정이 더욱 매력적이고 위대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