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역 옆에는 작은 공터가 있는데, 거기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오층전탑과 당간지주, 그리고 오래된 벚나무가 서 있다. 오래전 안동역에는 한 젊은 역무원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어느 겨울 밤 열차를 보러 나갔다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을 읽고 플랫폼에 쓰러지는 한 처녀를 발견하고 역무실로 업고와 정성스레 간호해 주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서울에서 공부를 하다가 귀향을 하던 처녀였다.
며칠 뒤 처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그 역무원을 찾아왔었고 그렇게 만남은 시작되었다. 당시 역 주변에는 두 사람이 만나서 시간을 보낼 만한 이렇다 할 장소가 없고 해서 둘은 늘 5층 전탑 주위를 거닐거나 당간지주데 기대앉아 사랑을 나누고나 했다. 그리고 서로의 사랑을 약속하며 벚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그러다 이년 뒤 쯤 역무원은 일본 고등계 형사들에게 쫒기는 몸이 되었다. 사실 그는 비밀 독립운동단체인 ‘조선독립단’의 단원이었는데 일본 육군기념일을 기해 안동경찰서를 기습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사전에 정보가 새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이왕 쫒길 바에는 만주로 건너가 제대로 독립운동을 해볼 생각이었지만 워낙 화급하게 쫒기는 몸이라 처녀를 만나 자신의 뜻을 전할 경황이 없었다. 그래서 동료에게 처녀가 걱정할 것을 우려해 ‘같이 심은 벚나무가 죽지 않는 한 자신에게도 별 일이 없을 테니 걱정말고 잘 지내고 있으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만주로 떠났다.
며칠 후 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처녀는 말없이 눈물만 흘렀다. 그리고는 수시로 찾아와 전탑앞에 와서 간절히 기도를 하고 벚나무를 보살폈다. 그해 여름 광복이 되었지만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로 떠났던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뒤 6.25 전쟁이 일어나 그녀 역시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제일 먼저 안동역부터 찾았다. 벚나무의 생사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기적처럼 역에는 그 역무원이 와 있었다.
만주에서 독립군 생활을 하던 그는 해방이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북한군에 편입, 장교로 지내게 되었고 그러다가 전쟁이 일어나 안동까지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군 반격으로 다시 북으로 후퇴할 처지가 되었지만 벚나무를 보고는 그녀 생각에 도저히 떠날 수가 없어 그만 국군에 투항을 했다. 그리고는 전쟁이 끝난 후 이곳으로 찾아와 행여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녀는 너무도 기뻐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이제 그 두 사람의 소식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심어놓은 벚나무는 그들의 애뜻한 사랑을 말해주려는 듯 연리지처럼 밑둥치가 하나로 붙은 채, 오늘도 푸른 하늘을 향해 뻗치고 있는데, 요즘도 안동역을 찾는 젊은 연인들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벚나무를 찾아가 그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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