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 조금만 걸어 다녀도 다리가 욱신거린다.
반면에 어머님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 지 이곳저곳을 바삐 다니신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누구나 금방 알다시피,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들은 가격이 전혀 싸지 않다.
동일한 물건이라면 적게는 몇 천원에서부터 크게는
수 십 만원까지 차이 나는데도 백화점은 늘 문전성시다.
이런 이해하기 힘든 현상으로부터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머님을 쫓아다닐 땐 다리가 그토록 아프더니
내 옷이나 가전제품을 보러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리가 멀쩡하다.
Experience는 이를 통해 설명가능하다.
가격이 비쌈에도, 백화점까지의 가는 데 시간이 걸림에도,
그리고 그 큰 백화점을 몇 바퀴나 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백화점의 마법,
그것을 나는 Experience라고 명명하고 싶다.
매장에 입장할 때마다 점원들로부터 받는
극진한 대접으로 생기는 우월감,
어느 물건을 고를지 비교해보는 데서 나오는 긴장감,
물건을 사고 집으로 들고 올 때의 기대감 등이
모두 이 Experience에 포함될 것이다.
Experience는 정신적, 감각적 감흥의 총합이다.
그런데 온라인 시장은 어떠한 가.
인터넷에서 조금만 쇼핑을 하다 보면 짜증이 절로 난다.
‘빨리 더 빨리, 싸게 더 싸게’ 마음 속에서 드는 이런 생각들은
인터넷에서 쇼핑하는 내내 나를 지배한다.
이런 마음을 잘 파악한 인터넷 기업들은 최저가 비교,
구매 연관 물품, 빠른 배송, 정기 구독 등과 같은 기능을 앞세워
그들은 만족시키고자 노력한다. 커머스 초기보다
지금의 커머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몇 배는
더 빠르고 쉽게 많은 물품들을 구매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마음 속엔 답답함이 여전하다.
현재 온라인 커머스들은 방향성을 수정해야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이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내걸고 사업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잘못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플랫폼은 공급 사이드와 소비 사이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제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싸게 공급받을 지를 고민하는
현재의 온라인 커머스는 공급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인 거래처가 아니다.
거대한 소비 사이드의 수요를 유인 삼아
억지로 공급자들을 유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장기적으로 플랫폼과 공급자 모두 win-win 할 수 없다.
공급자는 플랫폼에 납품하는 가격을
다른 업체에 비해 더 낮게 유지해야하므로,
공급자 간 출혈경쟁이 빈번하다.
가격이라는 요소는 너무나 정량화된 요소이기 때문에
최저가로 상품을 제공가능한 단 한 개의 업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패자가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급 업체 수를 제한하고
더 나아가 공급 제품의 수까지 제한하게 된다.
플랫폼 내 제품의 다양성이 감소하는 것이다.
한편, 소비 사이드 역시 문제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도록
온라인 커머스 대부분이 설계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Experience에 기반하여 잘 해결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집”이라는 앱이다.
오늘의 집은 타임라인을 이용자들이 올린 집 사진들로 채운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일반 이용자가 자신의 방을 뽐내고자 사진을 올리면,
다른 이용자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하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공급자를 효과적으로 모집했다는 것이다.
사진과 같이, 이용자는 방 사진을 올릴 때 사진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 대한 출처를 태그 기능을 통해 밝힐 수 있다.
예를 들어 방 사진의 구성요소에 소파, 책상, 블라인드, 의자가 있고,
이 중에서 소비자가 의자의 출처를 밝히고자 한다면
태그를 통해 ‘IKEA 의자 59,900원’ 이라고 상품의 구입처를 밝힐 수 있다.
이 앱의 시스템은 단순히 구매한 곳의 정보를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비자는 이 앱에 단순히 ‘구매’를 위해서 접속하지 않는다.
타임라인에 나열되는 여러 아름다운 집들을 보면서 심미적 만족감을 얻는다.
이는 백화점에 아이쇼핑을 하러 가는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상들을 자신의 집에 적용해보며 가능한 제품과 디자인을 추려간다.
그렇게 선택된 제품은 태그를 통해 즉시 구매가 가능하게 된다.
백화점 손님들은 특정 제품의 모델명을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디스플레이 된 상품들을 둘러보다가
마음이 동하는 상품을 갑자기 구매한다.
오늘의 집은 이런 오프라인 소비의 특징을 잘 파악한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가구 및 인테리어 상품들의 사진을 타임라인에 나열하고,
상품들이 판매될 수 있도록 사진과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이
Experience를 주는 구매를 가능케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지난 수십 년간,
물건을 파는 곳에서 문화센터 등과 같은 Experience의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이제 변화의 흐름이 온라인 커머스에도 다가오고 있다.
오늘의 집은 그 변화를 타고 흐르는 작은 돛단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