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단/시사저널
저는 이 도식에 vs [전대협vs붉은악마]를 넣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반드시 vs가 아닌 [전대협and붉은악마]를 넣고 싶습니다. 전대협 세대와 붉은악마 세대는 매우 이질적이지만 반드시 and해야 할 주체들이기 때문입니다.
붉은악마 세대와 그들의 부모들은 핵가족 1세대입니다. 대가족의 전체주의에서 떨어져 나와 처음으로 도시에서 핵가족을 이루었고, 그들의 자녀들인 붉은악마 세대들은 부모, 형제의 핵가족의 울타리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들에게 개인주의란 태생적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섣불리 리더랍시고 단상에 올라가 지휘하려 들지 않습니다. 수평적 소통에 익숙하고, 모여라 흩어져라 소릴 듣기 싫어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붉은악마가 대표적입니다.
다들 아시는 대로 그때의 붉은악마는 조직도, 리더도, 이러다 할 집행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양새가 갖춰질라 치면, 해당 당사자들도 질색을 하며 정신을 훼손하는 거라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래서 그 흔적이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2008년 촛불시위 때에는 이 두 그룹이 충돌했습니다. 촛불은 들었고 행진은 해야겠는데 익숙지 않은 운동가요와 구호들.. 여기저기서 자신들이 주최측인 듯 등장하는 자칭 집행부와 자발적 시위를 보장하라는 개인들이 충돌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촛불시위에는 그러한 단체, 조직들이 최대한 자중하며 운동가요 대신 대중가수들의 공연들이 올라오더군요.
결국 그 흐름 속에서 오랫동안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렸던 [산업화vs민주화]의 세대 대결은 막을 내린 듯합니다. 여전히 잔존세력에 민감해 하고 있기는 하지만 헤게모니를 쥐었으니 결과는 자신들의 몫입니다.
자, 그러면 앞으로는 투쟁의 대상이 누가 되어야 합니까? 평생을 vs 속에서 살아오던 전대협 세대는 [전대협 vs ?] 저 자리에 누구를 끌어들여야 그들의 주특기인 투쟁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자리에 불합리한 세계 패권, 편중된 질서, 부의 불균형 등등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만.. 왠지 자꾸 [기성세대vs젊은세대]의 도식이 짜여지는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물론 이 도식은 영원히 성립되지 않을 겁니다. 한쪽은 투쟁으로 성장해 왔으나 한쪽은 철저히 투쟁을 외면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 붉은악마들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투쟁을 매우 싫어합니다. 그냥 안 싸우고 안 보고 맙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쌩까버립니다. 일부러 긴급토론을 붙이고 SNS에서 이리저리 씹어대도.. 그러거나 말거나 일뿐입니다. 그러니 헛수고하지 마시라 드리는 말씀입니다. 작은 토론 하나에서도,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보다, '완승'이라는 표현을 써야 속이 풀리는 투쟁의 세대가, 이 철저히 수평적인 세대랑 타이틀 매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개개인의 점이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매트릭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 점들에 대고 뭐라고 하면 '왜 저한테 그러시죠? 관심 없는데요..' 그럴 뿐입니다. 그냥 계속 허공에 대고 헛손질, 헛발질을 해댈 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블록체인입니다. 그것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 네트워크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하나도 어색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자신들의 붉은악마 네트워크에 결재 시스템 하나를 연결하면 그뿐입니다. 도박이니 투기니 뭐니 해도 말입니다. 그러나 이 투쟁의 세대에게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거미줄 같아 보입니다. 실체가 없고 엉성해 보입니다. 공장 굴뚝도 없고, 미싱도 없고, 대자보도 없고, 화염병도 없습니다. 그래서 가상, 가상합니다. 본인들에게는 가상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엄연한 화폐입니다. 게다가 개방되지 않은.. 암호화된.. P2P로 사방팔방 연결된..
그러니 [전대협vs ?]에는 무엇이 자리해야겠습니까? 아니면 이 낯선 가상의 세계, 네트워크의 세계에 개인의 자격으로 참여하시겠습니까?
그러나! 전대협 형아들이 저 vs의 자리에 불평등한 질서와 부패한 관습들을 올려놓고 철저히 싸워준다면, 그리고 그 사이에 이 가상세계의 총아들인 붉은악마들이 각개약진하여, 도래하는 신질서 속에서 월드컵 4강의 기적과 같은 한류 시스템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것은 어쩌면 누군가는 미국 연준위의 모략이라 말하며, 누군가는 일루미나티, 로스차일드의 계략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거대 자본의 속임수라 말하는 이 고착된 질서를 과감하게 무너뜨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도리어 제대로 된 수평적 시스템을 구축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도박이라구요? 투기라구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이 shy한 젊은 세대들은 폭락해서 얼마 안 되는 가진 돈을 다 잃고 나면, '에이 좃됐다'하고 다시 PC방으로, 편의점으로, 터덜터덜 돌아갈 겁니다. 기성세대처럼 연좌농성을 하며 공적자금 투입해 달라 떼쓸 주변머리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 점으로 존재하는 붉은악마들은 누구와도 연대할 수 없어, 그냥 조용히 자신의 점을 네트워크에서 분리해, 옥상에서, 한강 다리에서, 소멸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니 막아야 하지 않겠냐구요? 어떻게 막습니까? 이미 네트워크에 진입했는데, 미사일이 발사되었는데 뭘로 막습니까? 진작에 했어야지요. 진작에, 먹이고 입히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일한 만큼의 보상은 받게 해주었어야지요. 그리고 뭘로 막을 겁니까? 도대체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끄는지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으면서 뭘로 막는 답니까? 와이파이 비번도 모르면서 뭘로 접속을 막는다는 겁니까? 가상화폐인지, 암호화폐인지 용어도 정리하지 못하면서 뭘로 막는다는 겁니까?
바라기는 그래서 [전대협vs붉은악마]가 아닌[전대협and붉은악마]이기를.. [기성세대x젊은세대]이기를 기원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 유례가 없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이니까 기대해 보는 것입니다.
휘리릭~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
너무 다른 느낌의 두 집단.
다르지만 또 같은 점이 있군요.
먹먹한 현실에서, 미래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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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두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민국의 다음시대가 달려있다고 봐도 될 듯 합니다. 멀어보이지만 그냥 방관할 수만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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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이 멋있네요. 퓨쳐리트..
반갑습니다. 필력도 대단하시고..
글 잘 보고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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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ist.. 닉이기도 하고 직업이기도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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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만들어낸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 때문 아닐까요?
갈망하는 것은 다들 같을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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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 그러니 서로 조금 양보하고 이해하면 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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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w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팅 및 SNS 공유하고 갑니다. 멋진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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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많은 시도들이 계속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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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갈망합니다. 구너력과 불의에 맞서고 정말 정의가 살아숨쉬는 아직도 길은 멀어보이지만...마음은 뜨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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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갈망하는 마음이 모이면 역사가 변화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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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점으로 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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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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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법사 멀린님... 이번 글도 마법 같아요. 정말 굉장한 비유(?)이자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젋은 세대는 개개인이 블록이 되어 버린 거죠. 그래서 더 열광하고. 저 또 멀린님 주문에 홀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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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sophie 님 자꾸 홀리시면 마녀가 된답니다. 뭐 마법의 세계도 나쁘지는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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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에서 거의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글을 본 것 같습니다. 늘 블록체인과 스팀잇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던 스팀잇에서 이런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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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감사합니다. 찾아보면 좋은 글들 많이 있습니다만.. 분야가 좀 더 확장되고 넓어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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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002년의 붉은 악마와 촛불을 보면서 기성 운동권들은 혼란과 당황속에 빠졌죠. 조직화를 혐오하고 조직되지 않는 개인들이 어떻게 터져나왔는지를 이해하지도 못했고요. 그리고 작년의 촛불에서는 그런 문화적 특성을 그저 '인정'하고 '수용'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침내 블록체인이 가시화되면서 저는 촛불세대의 의식과 블록체인의 정신이 통함을 보게 됩니다. '강한 개인'의 등장입니다. '전대협'세대는 '강한 조직'이었죠. 유시민씨가 암호화폐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것은 상징적 사건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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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개인의 등장' 멋진 표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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