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유인원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 북쪽에 사는 타파눌리 오랑우탄(학명 Pongo tapanuliensis)의 서식지 한가운데 16억 달러짜리 대형 수력발전소가 건설되기 때문이다.
27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타파눌리 오랑우탄은 지난해 처음 발견됐다.
새로운 대형 유인원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약 10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오랑우탄은 약 340만년 전 다른 종과 분리돼 독자적으로 진화해 왔으며, 저지대에 거주하는 다른 오랑우탄 종과 달리 고지대의 숲에 사는 등 특색을 갖고 있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발견되면서 현존하는 대형 유인원은 고릴라 2종과 침팬지, 보노보, 보르네오 오랑우탄, 수마트라 오랑우탄 등 6종에서 7종으로 늘게 됐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의 현재 개체수는 800마리 정도에 불과하다. 야생 오랑우탄 집단은 유전적 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 때문에 규모가 500마리 미만으로 줄어들면 장기적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런데 타파눌리 오랑우탄 서식지 한복판에 대형 수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PT 북 수마트라 수력 에너지라는 회사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 수전건설그룹을 통해 16억 달러를 들여 510메가와트 짜리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 샨샤댐을 건설한 수전건설 그룹은 최근 건설 계획을 따냈다. 이 프로젝트는 수시로 정전되는 이 지역의 전력 인프라를 개선시키기 위해 추진중이다.
연구진은 발전소가 완공되면 2022년까지 타파눌리 오랑우탄이 사는 숲의 최소 96㎢가 물에 잠기고 서식지가 동서로 분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체 서식지인 1195㎢의 8%가 파괴되는 것이다. 수물지역에는 타파눌리 오랑우탄 뿐만 아니라, 검은손긴팔원숭이, 큰긴팔원숭이, 수마트라 호랑이 등 희귀동물이 살고 있다.
때문에 환경보호론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환경 위험으로 이미 세계 은행이 이 프로젝트 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타파눌리 오랑우탄을 발견한 에릭 메이자드 박사는 이 댐이 이 동물에게 '죽음의 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이 뚫리면 사냥꾼과 사람들이 모여든다"면서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