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컴퓨터가 꺼졌다. 전원을 눌러봐도 다시 켜지지 않는다.

'차단기가 내려간 게로군. 방금 그 소리가 그 소리인게야.'

두꺼비집에 가서 다시 올려놓고 컴퓨터를 켜니 이제 켜진다.
그러나 인터넷이 안된다.
ISP 에서 준 모뎀을 껐다가 켜봐도 깜박이는 불빛이 뭔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완전히 고장난 것 같다.
때마침 시간은 인간이 가장 인터넷을 갈망하게 된다는 저녁 8시!
어떡하지? 하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금단증상을 느낀다.

컴퓨터 뿐이 아니다.
누워서 모바일로도 인터넷을 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든거다.
최첨단 문명인에서 한순간에 원시인이 되었다.
이게 사는건가?
인터넷이 안된다면 모바일도 컴퓨터도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게 나라냐?

문득 내 모습이 마치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중독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 중독자(?)임을 부정하는 마음이 들면서 오랬동안 사용하지 않은 뇌의 어떤 부분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안될 때 컴퓨터로 뭘 할 수 있지?'

컴을 포기하고 집청소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원래 컴을 할 시간이고 나는 청소를 싫어하니까.
그러니까 인터넷이 안되는 컴 앞에 굳이 앉아서 뭘 깔짝대야만 이 인간의 직성이 풀리는 것이었다.
컴퓨터공학에서 네트워크 어댑터란 단지 하나의 주변장치일 뿐이다.
입력장치 출력장치 제어장치 등등 나머지 대부분의 파트들은 다 살아있단 말이다.
라떼는 말이야~
인터넷 없이도 하루종일 컴으로 뭔가 하고 놀고
네트워크 접속 필요하면 56kbps 모뎀으로 잠깐 접속하고 그랬어~
전화요금 땜에 잠깐잠깐씩만 하고 끊고 그랬어~

mp3 파일 이름을 깔끔하게 바꾸고 폴더정리를 한다.
사진 파일도 하나하나 보면서 쓸만한 것들을 추린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습관적으로 브라우저를 열어 유튜브 등등 항상 들르는 사이트들에 접속을 시도하고 오프라인 상태의 좌절감을 눈으로 본다. 여러번 확인하면서도 손은 자꾸 접속을 시도한다.
몇가지 벌려놓은 코딩 업무 중에서 일부는 오프라인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로컬에서 서버 돌리면서 브라우저로 접속하면... 마치 인터넷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수도 있다!
한동안 일을 했다. 강제적 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딴짓도 못하고 집중해서 일하는 건전함을 만끽하였다.
집중력이 떨어질 무렵, 눈보다도 뇌보다도 빠른 손이 나도 모르게 또 브라우저 새 탭을 열고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시도했다.
새 탭을 열고 즐겨찾던 사이트 바로가기 아이콘을 보고 있자니
마치 클릭만 하면 접속 될것같은 달콤한 상상이 된다.
한마리 인터넷 중독자에 불과한 이 인간을
유체이탈한것처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보니
완전 노답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