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성지 [부제:신념]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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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사제로 추앙받는 '김대건신부'의 탄생지를 방문했다.
살아서보다 죽음으로써 자신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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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파가 풀려서 낮기온이 영상1도를 기록한다는 예보를 믿고 길을 나섰다.
김기사를 믿고 따라가다가 잠깐 진로를 벗어나기도 했지만 큰 문제 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김기사가 습관적으로 골탕을 먹인다.
GPS이상인지 모르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도를 미리 살펴보는 수고를 하지 않으니 내 잘못이긴 하다.

넓직한 주자창에 잘 정비된 주변.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도 괜찮은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입구를 통과하면 높게 세워진 십자가에 예수상이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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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앞에 대리석처럼 보이는 12사도의 조각상들이 둥글게 펼쳐져있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방문객이 없어 한적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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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이곳을 방문해서 의미가 더 생겼을까?
생가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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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닭이 울기전에 예수를 세번 부정했다는 베드로
사람의 마음을 알기에 용서했을예수
나는 예수가 아니라 베드로 같은 사람이다.
내 신념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칠 마음은 없다.
오래전에 '배신자'라는 말을 몇 차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의 의미가 뭘까?
무엇이 옳다고 말하다가 다른 말을 하면 그게 배신자일까?
'배신자'라는 그 용어는 상대의 변화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틀을 어긋나는것들에 대한 불쾌감의 표현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신념과 생존중에 어느것이 중요할까?
고귀한 가치는 모두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일까?

누군가에겐 신념이 중요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신념이 너무나 뜨거워서 손길이 미치는곳 까지는 열기가 전해질지 모르지만
그로부터 한걸음만 더 나가면 거기는 딴세상인데.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되는 공포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속세의 욕망을 분출시키고 싶은 해방감을 외면하고
보통의 사람이 걷지 않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겐 대체 무엇이 있을까?

그는 한가지만 바라보고
그것으로 부터 더많은 것들은 직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어떤 신념으로 연결되건
그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과 자신의 선택을 간결하게 일치 시켰다.

'다양성'이 단지 '그럴수도 있지'라는 편의주의로 타락할 수 있는 반면에
그들의 '경직성'은 '가치의 보전'으로 승화되었다.
사람의 믿음이란 때로는 그 주체보다 더 소중하다.
그가 자신의 믿음이 전부라고 깨닫게 되면 그렇다.
그로부터 잔혹한 테러도 가능해지고
반대로 무조건적인 사랑도 가능해진다.

결국 중요한것은 믿음이 아니라 그 방향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가장 극복할 수없는 짐을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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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알기전 어느날 꿈속에서 나타나 손길을 내밀던 그를 기억한다.
오색 광채를 뿜던 그의 손길이 왠지 부끄러워 나는 그것을 외면했다.

나는 스스로의 잘못들을 언제나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들이 일순간의 중얼거림과 간절함으로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또 다시 잘못을 범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것일뿐.

'인간을 가장 사랑한 인간'일 그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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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에 친구랑 둘이 해미성지, 솔뫼성지, 배론성지.. 이렇게 순례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교황님의 동상이 있군요^^
어제는 제가 있는 곳도 봄냄새가 나는 날이였는데 .. 좋은 날에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네. 좋더군요.
봄이 되면 다시 가야 겠습니다^^

카카오 네비를 추천드립니당
사람이 없이 한적한 것이 좋아보이네요.....
그와중에 자기 반성까지... 멋지십니다

아주 어렸썼을때 한국 떠나기전 방문 했던곳시에요 ㅠㅠ
어른들이 피정 간다고 해서 간곳 인데 사진엔 그대로네요 ^^

그러셨군요.
저는 처음 가봤습니다.
평안하세요.

솔뫼성지 저도 세번 정도 방문한같아요. 고즈넉하며 한없이 여유로울수 있고 신비롭기까지한 장소라 참 좋더라구요~ ^^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세번이나..그럴만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가고 싶어졌으니까요.
주말 잘 보내세요.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정말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살다간 위대한 삶이었지요.

바쁘다는 핑계로 성지를 미루다보니 잊고지낸게 너무오래되었네요
다시 초심을찾고 감사한마음으로 찾아가야겠네요
글잘읽었어요 팔로우 보팅 하고갈께요
반갑습니다^^ @incu

평안하시길 빕니다.

고향집에서 아주 가까운데도 몇번 가보질 못했네요~ 날풀리면 들러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