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기계 그리고 인간

in kr •  7 years ago  (edited)

owl3_2.jpg

어제 하루를 아무생각없이 살았다.

인간인체 했지만 기계에 가까운 삶이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한다.

시작은 나쁘지 않은거 같았다.
아들을 전철역에 태워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봤고
차를 지하주차장에 세워두고는 발걸음을 돌려서 아이들의 뒷모습을 봤다.
날이 춥기도 했지만 사진을 몇장찍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마스터노드프로그램을 연습해보기 위해 설레는 가슴을 안고.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다.
계속되는 오류
사전에 매뉴얼을 워드로 편집해서 프린트하고 두세번 읽어봤다.
사실 일요일에 이미 서버호스팅과 putty 설치에 스냅샷까지 연습하면서
약간의 시행착오도 거쳤기에 자신이 있었다.
편집한 문서를 출력해서 읽어보고 필요한 것은 메모도 해놓고 시작을 했는데
영문을 알 수 없는 오류에 계속 부딪혔다.
결국 저녁 9시경에 포기를 했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을 정리해서 포스팅하고 잠이 들었다.
오늘 다시 도전하기 위해.
그런데 이른 아침에 댓글을 확인하고 그야말로 경악했다.

reply.JPG

'pepecoin' 이라고 입력해야 하는데 'pepepcoin'이라고 입력이 되어 있었다.
일단 댓글을 남겨주신 @palos 님께 감사드리면서 자책감이 들었다.

아무생각이 없네! 이러면 기계와 다른게 있나?

인간은 기계에 대해 근거없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근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창의성과 유연성이다.
매뉴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는 자부심이다.
그 자부심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매뉴얼이 제대로 되어 있다면 많은 경우 단순한 기계가 인간보다 우월하게 작업을 수행한다.
매뉴얼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인간의 불규칙성이 기계보다 더 열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계는 매뉴얼을 벗어날 수 없다.
애초에 매뉴얼의 반복적인 실행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어제 내가 범했던 끔찍한 실수와 무능력은 기계의 철저한 임무수행과 결합해서
하루종일 나를 괴롭히고 반복적인 오류를 초래했다.
어쩌면 프로그램 실행과정에서 보여준 경고메시지를 해석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 클지도 모르겠다.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프로그램은 실행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어김없이 경고를 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평소에 자신이 발견한 오류에대해 경고를 표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컴퓨터가 보내는 에러메시지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적어도 직업이 프로그래머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렇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떨까?

빅데이터를 통해 판단을 위한 거의모든 관련 근거와 그것이 실행되었을때의 결과들을
인과론과 확률론에 근거하여 재 분석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제 내가 범했던 오류같은 것은
아마도 10초내에 발견하고 수정해서 정상적으로 작동 시켰을 것이다.
진행과정이 매뉴얼로 작성되어 있으므로 정상적으로 입력되는 끝나는 일이다.
거기서 에러가 있다면 그것이 발견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작업자에게 근거과 해결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작업자가 동의하면 곧바로 에러의 수정과 함께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
여기서 작업자의 동의를 전제했지만 사실 일정 '범주에 따른 자율집행레벨설정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면
굳이 작업자에게 알리지 않고 에러를 수정하고 실행한 후에
잘못된 매뉴얼에 의해 발생하게되는 오류와 결과를 참고자료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범주에 따른 자율집행레벨설정기능'


내가 쓰면서도 약간은 생소한 개념이다.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1.특정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2.그 작업은 실행과정에서 수 차례 판단근거와 적용여부를 필요로 할 수가 있다.
3.근거와 적용여부의 범주가 사전에 지정될 필요가 있다.
4.각각의 범주마다 단순실행될 수 있는것과 작업자의 선택을 거쳐야 하는 것이 있을수 있다.
5.법률이나 기타 조치에 의해 그 범주와 실행레벨을 지정한다.

인간은 사실 위에서 정리한 방식으로 일을 한다.
그러나 생명체로서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에
판단을 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판단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범주에 따른 자율집행레벨설정기능'이 약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왜곡된다.

어제 나의 반복적인 오류가 바로 그 때문이다.
실행과정에서 매뉴얼의 오류와 그 오류를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오류가 발생하면 제일먼저 매뉴얼에서의 오류여부를 점검해야 했지만
그것을 판단할 데이터가 나에게 없었기 때문에 계속 실패했던 것이다.
물론 입력데이터의 오류로 비롯된것이라고 판명된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확인된 오류를 수정해서 다시 실행하면 된다.

그러면 우리 인간사회의 일들은 어떨까?
어제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 논란이 많다.
한쪽에서는 법원을 비판하고, 반대쪽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반기고 있다.
법률에 의거해서 판단을 내리는 사법부의 결정에 대해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어제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단어중에 '묵시적 의사표시' '강박'이라는 것이 있다.

전자에대해서는 그런것이 있었음을 소송 진행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후자에 대해서는 반대로 그런것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즉 이런 상황에서 특검은 과거 '금태섭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보여준 판단을 토대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했다.

강박에 의한 법률행위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로서 취소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강박의 정도가 단순한 불법적 해악의 고지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도록 하는 정도가 아니고, 의사표시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한 상태에서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단지 법률행위의 외형만이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정도이어야 한다.<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353 판결 【주식양도무효】>

이재용의 경우는 위사건과 반대에 해당한다.

두 개의 단어가 의미하는 법률적 관점은 당연히 '두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법률행위의 당사자라고 쉽게 정의할 수도 없고,
그러나 분명 연계성을 가진 박전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의 이해관계에 대해
법률조항에서 들여다 볼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번째는 각각의 인물들을 '기계적 의미에서 선의와 악의' 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사실 당사자들을 하나의 기계적 인격체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럴 줄 몰랐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보통 세상에서는 아는척 해야 하지만 소송에서는 모르는척 해야 유리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법률에서도 '몰랐던'에 해당하는 당사자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조항들이 있다.

물론,

'몰랐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법률에서 말하는 '선의'와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선의'가 같다고 오해지 마시라.

이재용측에서는 '선의'를 적극 활용했다.
물론 당연한 전략을 선택했지만 그것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가 '이재용'에 대해
'무능력한 선의'를 가진 사람
'궁박'한 처지로 권력자의 '겁박'을 받은 힘없는 사람
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법률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시켰다는 의미이다.
법률조항의 기계적 적용에 따르면 이번 판결에 큰 하자는 없다.

두 번째는 법률조항에 의해 그 동안 적용되었던 여러 판례들을 비교분석하고,
소송 당사자가 자신의 지위와 힘에 걸맞는 능력을 갖춘 인간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법원에 기대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소송의 대리인(변호사, 검사)와 판사들중 상당수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과다한 업무'같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이 갖는 의미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런 핑계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내가 위에서 말한 '범주에 따른 자율집행레벨설정기능'을 갖춘 인공지능에게
재판을 맡긴다면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된다.

판결이 고무줄인 이유는 법해석의 '기계적 법조항구속정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사람이고 그 사람역시 온갖 이데올로기와 사적이해관계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법이 판결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인간이 판결하는 것이고 그 인간역시
법의정신이 체화된 존재가 아니라 온갖 편견과 사리사욕으로 채워진 존재이기 때문에
판결은 언제나 테크닉과 힘에의해 결정될 뿐이다.

인공지능 혹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건을 심리하며,
판단의 범주를 법제화 시켜놓은 후에 하급레벨에 대한 부분을 자동화 시키고,
상급레벨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수정보완 하는 작업을 진행하면
더이상 법관은 필요없다.

인간이 기계적 세계관을 뛰어 넘어
과거와 현재의 상징인 매뉴얼에 대한 수정능력을 갖춘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를 기꺼이 부정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마음을 열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측은지심'

그것을 포기하고 시스템의 이름으로 강자가 강자에게 면죄부를 남발한다면
그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팔로우하고가요

가입인사 드립니다.
@IMUKI입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steemit을 접하고 가입했습니다.

본 사이트를 통해 여러가지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특정사안에 대해 종종 제 의견을 피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하면서 따뜻한 이야기도 써보려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전 그냥 인간 지능이고 싶퍼요 ^^
tumblr_mstgkih2JR1rfxi3qo1_250.gif

Good the information .
Thank for you post, i like it

실수를 하기 때문에 인간이지 않을까요??
이번 실수로 인하여 다음번에는 오류가 발생했을 때 오타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보통 세상에서는 아는척 해야 하지만 소송에서는 모르는척 해야 유리한 경우가 많다. 라는 글귀가 마음에 다가오네요~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근미래에 인공지능으로 대체가능하겠지만, 기득권의 저항이 얼마나 강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