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No, 폭력은 안돼, 이 ..들”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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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을 모를 악몽에 시달리다 결국 소리치며 깨어났다.
심장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며 머리맡에 놓은 폰을 켜서 시간을 본다.
2시 14분
창밖이 웬일인지 밝아 보인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감았지만 어느새 생각이 내 통제를 벗어났다.
한 동안 내 말을 잘 듣던 내 생각이 저 만치 앞으로 내 달린다.
대체 무슨 꿈을 꾼것인가?
꿈속은 분명하지 않았다.
학생회관 같은 느낌이 드는 넒은 장소
작은 테이블들이 보이고 의자에 몇 사람이 앉아있다.
내 뒤에서 어떤 남자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 같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그 남자는 내 앞에 와서 자리를 잡는다.
곱슬머리에 더부룩한 수염을 가진 남자
나는 왠지 그 남자가 부담스럽다.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로 하듯이 남자는 나를 아는 척한다.
그리고, 큰소리로 ‘자유, 권리의 쟁취’같은 것들에 대해 말하며
내 생각을 떠본다.
나는 남자의 질문을 애써 외면하며 그저 “반가워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남자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주위를 살핀다.
갑자기 시야가 조금 넓어진다.
주변에 몇 사람의 남녀가 더 있다.
그 남자는 잠깐 자리를 옮겨 사라졌다가 다시 내 앞으로 와서 계속 말을 건다.
부담스럽다.
내면의 작은 부끄러움을 자꾸 자극한다.
그 남자가 갑자기 말을 중단한다.
시야는 더 넓어지고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맞은편에 신체가 건장한 남자들이 서있다.
그들 뒤에는 버스처럼 보이는 자동차들이 있다.
주황색 옷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다가온다. 나에게 말을 걸던 그 남자의 멱살을 잡는다.
고압적인 말투로 말한다.
“그만 하고 갑시다”
이제 상황이 분명해 졌다.
젊은 남자들은 아마 공권력을 행사하러 온 ‘경찰’들이다.
갑자기 옆에 있던 한 청년이 뛰어들며 멱살을 쥐고 있는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고 뭐라고 소리친다. 남자가 쓰러진다.
다른 몇 명의 남녀가 앞으로 나서며 강제연행을 비판한다.
맞은편에 있던 남자들이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돌진해온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앞에 서있던 여성들이 비명을 지른다.
억센 남자의 손이 여성의 목을 움켜쥐고 조른다.
남자의 손에 힘줄이 돋고 여성들은 비명을 지른다.
“그만해, 폭력은 쓰지 마라. 안돼”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깨어난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장면
왜 이제 와서 그런 터무니없는 꿈을 꾼 것일까?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공동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공포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감과 분노

나는 아직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가슴은 답답하고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내 통제를 벗어나서 멋대로 날뛰는 생각들을 달래며 억지로 잠을 청한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에야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다시 아침이다.
이제는 마음이 평안해 졌고 세상을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본다고 느꼈다.
그런데 무엇이 이렇게 마음속에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을까?
설마
과거의 어느 햇살좋던 봄날에
도서관앞에서 구호를 외치다 끌려간 그 선배를 바라보며 눈물만 흘렸던 그 죄책감이 살아오는 것인가!
죄책감은 이렇게 질기게 살아남는 것인가..

후손들에겐 이런 트라우마는 생기지 않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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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청평에서 뜬눈으로 샌사람은 섣달 그믐밤을 휘젓고
악몽에서 시달린 용인에 님께서는 자유수호를 하셨고...

이제 제대로 된 햇살이 비쳐 옵니다.
좋은 날이 오겠지요.
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오늘의 좋은 날도 있는 것이고요.
나는 민주화 운동 근처도 못 가본 사람입니다.
그저 그네들이 그렇다면 모두 믿었고 따랐던 사람입니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나 역시 누구의 동상을 만들자는데 동의를 하는 인간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군대를 다시 가는 트라우마는 꿈속에서 제대 후 서너 달 까지는 가는 것 길어야 한 일 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경험한 트라우마는
평생을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요즘도 주무시다가 소리를 치시고 가위눌림을 겪습니다. 그래서 여쭈어 보면 6.25 전쟁 당시 참혹함과 부상당하던 모습 옆에서 죽어가던 전우들의 모습에 그렇게 되신다고 합니다.

그 도서관 앞에서의 님의 선배나 님의 눈물이 오늘의 우리를 만드는데 꾸준하게 일조하였음에도 아직 그러한 꿈을 꾼다는 것은 그 시절에 참혹함을 잘 대변해주는 내용이라 봅니다. 나같이 그저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는
모자란 생각이 때론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런 날인지 모르겠습니다.
보팅은 꽉 꽉 못 해 드리고 있으나 막걸리는 언제나 넘치게 대접해 드릴수 있으니 좋은 날이다 싶으면 언제나 오시고 좋은 일 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열심히 살았을 뿐입니다. 선배님은 악조건에서 전방을 지키셨고 산업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신 덕에 햔재의 대한민국의 물적 토대가 만들어 졌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얼마전 먼길 가셨다가 사고도 경험하셨는데 치료 잘 하시길 빕니다. 의사가 이상 없다고 해도 물리치료는 받드셔야 할거 같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 평안 하세요.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지요 ㅠ..
당시 군복무 하느라 이한열 열사의 죽음을 목도할 수 없었지만 얼마 후, 신문에 실린 한열의 얼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특히 매년 유월이 오면 빚진자의 마음인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인지 아니면 미완의 혁명에 대한 아쉬움인지 그 날의 기억의 파편들이 한 동안 일상속에 머무르면서 가슴을 아려오게 합니다.

흑백의 시대.
그런 세상을 살아 나왔습니다.
평안하세요.

좋은하루되세요^^

오랜 기억이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다 가끔 나올때가 있써요 ...

음... 혹여 현재의 (소수 구성원인) 암호화폐 참여자들이 (다수 구성원의) 국가로부터 질시와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이 예전의 경험들과 무의식에서 오버랩된 것은 아니신지..생각해봅니다. 오늘밤은 기분좋은 숙면하십시오~^^

원만하게 마무리되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도 그러려니 해야겠지요.
평안하세요.

네 그 트라우마가 있지요. 아마도 그건 우리 세대에서 종언을 고할것 같습니다.
이제 새로운 트라우마가 형성되려 하고 있을까요?

공권력이 아님에도 더욱 잔인한 언어의 칼부림에 서로 상처를 입는 세상입니다.
사회의 많은 이슈들이 유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평안하세요.

잘보았어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휴일오후
평안한 시간 보내시길 빕니다.

Nice

평생을 짊어지고 갈 트라우마가
이제는 해소되기를 바랄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