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여행기8-비가 내리고

in kr •  7 years ago 

대마도의 둘째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오래전 우리가 하루에 몇십킬로미터씩 걷던 평범한 그날들처럼. 오랜만에 까미노 멤버와 함께 걷는다고 해서였을까. 그렇다한들 날씨까지 까미노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걸었던 10월말~11월 중순까지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평생 맞을 비를 다 맞고 걷는 것처럼 비가 내렸었다)

삼나무 숲을 생각하며 ‘둘째날도 가열차게 걷자!’고 전날 저녁 다짐했던 둘은 가만히 창문가에 앉아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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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민숙은 자전거여행하는 사람들이 이즈하라로 가는 중간지점쯤에 묵는 곳이었던듯 싶다. 꽤 이른 시간에 아침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역시 꽤 이른 시간에 짐을 꾸리고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섰다.
창 아래로 분주히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떠났고, 그때마다 주인할아버지는 양복을 곱게 차려입고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배웅했다. 웅성대던 실내는 어느 순간 매우 조용해졌다.
우리는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추적추적 끊임없이 내리는, 하, 정말이지 지독히도 나가기 싫은 비였다.

어찌됐든 우리의 두 번째 숙소는 이즈하라항. 좋든 싫든 버스로 약 한시간 거리의 그곳까지 이동해야 했다.
다다미방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어젯밤에 보고 싶다던 물 속의 신사도, 다리도, 삼나무숲길의 여정도 대폭 축소됐다.
결국 곧바로 이즈하라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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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풍경을 거쳐 도착한 이즈하라.
이즈하라의 첫인상은 ‘도시’였다.
어제의 한적하던 항구도,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던 산속의 마을과 달랐다. 대마도 여행을 준비하며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봤던 티아라몰이며, 모스버거며, 어제까지 보지못했던 높고 빽빽한 건물이 나타났다.
하지만 글쎄 뭐랄까, 어제의 풍경과 비교했을 때 도시라는 거지 우리가 알고있던 대도시와는 좀 느낌이 다른 곳이긴 했다. 빽빽한 건물이라는 것도 ‘비교적’이라는 단어를 입어야만 그런 곳이구나 싶은 정도.
“우와! 언니! 여긴 편의점도 있어요!!”
라고 여행 기간 내내 딱 하나 발견한 편의점 앞에서 외칠 수 있는 그런 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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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건 전날 그렇게 삼나무숲 최고! 걷는 것 최고!를 외치던 사람들이 바로 ‘도시의 맛’이라며 신나서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가 햄버거를 먹고, 주변에 가득한 건물을 보며 또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어떤 환경이든 쉽게 순응하는 여행자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 걸까, 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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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풍경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이 되었을 땐 날씨의 의미도 다르게 다가오는 걸까.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가라앉던 마음이 새로운 풍경을 보고 다시 걸어야겠다하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새롭게 다시 산책을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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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interesting post...
thanks for sharing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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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부럽습니당!!!ㅎㅎㅎㅎ
저도 나중에 꼭 대마도 가야겠습니당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비오는 날은 당시에는 엄청 싫은데 나중에 지나고 나면 독특한 느낌이 남곤해요ㅎㅎ

이미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아닐까요?
시골 또는 오지로의 여행도 결국 그게 여행이고 돌아갈 내 집이 도시에 있기에 동경하고, 쉼을 얻을 수 있는것 같아요... 솔직히 가서 살라면 좀... ㅎㅎ

ㅎㅎㅎ저희가 딱 하던 얘기예요ㅎㅎ 한가롭긴 한데 여기서 살라면 못살겠다ㅎㅎㅎ
그렇게 살지 못해서 여행으로 대리만족하는듯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