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 "시간을 거슬러" 온라인 읽기 - 봉효진, 한문석

in kr •  3 years ago  (edited)

시간을 거슬러

시간을 거슬러

로맨스 소설 <시간을 거슬러>, 주인공은  "봉효진" & "한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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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맛보기  감상

대주조(大周朝) 강녕(江寧) 제후 저택 마당.

한 여성이 푸른 빛이 감도는 옷을 입은 채 눈밭에서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새하얀 눈밭 위에 그녀의 뒤로 쭉 늘어진 핏자국은 마치 빨간 비단처럼 유난히 짙고 검붉었다.

그 여성은 눈밭에 쌓아 올린 불더미 옆에 내팽개쳐졌고,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무릎과 이마에서는 피가 새어나왔고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온몸에 채찍 자국으로 가득한 그녀는 옷이 찢긴 채 살갗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고, 피부가 터지고 살점이 뜯겨 핏자국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배는 마치 임신 7~8개월 차인 임산부처럼 부풀어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눈을 움켜쥐고 나머지 한쪽 눈을 애써 부릅뜬 채 처마 밑에 서 있는 흰 비단옷의 남자를 노려보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물었다.

"부부로 지낸 세월이 8년이나 되는데, 정녕 이토록 잔인할 수 있단 말이오?"

강녕 제후 한문석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봉효진, 화를 일으키는 네 팔자를 탓하거라. 너는 이미 제 아비를 죽였으니 너를 죽이지 않으면 예슬이마저 네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

예슬은 그의 평처(平妻)이자 그가 애지중지하는 사람인데, 설 전에 임신하였으나 갑자기 병이 생겨 도통 낫지 않아 도인을 불러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곤 했다. 하지만 그 도인은 제후 부인인 그녀가 화를 일으키는 팔자를 타고 나서, 만약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이는 더욱 불길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신은 조정(朝廷)의 중신으로서 그런 술사의 헛소리를 철썩 같이 믿고 있다니."

봉효진이 한이 서린 주먹질로 바닥을 내리치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문석아, 그녀에게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어서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 불태워 버리거라!"

그 옆에는 자손의 번창함을 바라는 무늬가 수 놓인 검은색 비단옷을 입고 있는 중년의 귀부인이 앉아있었고, 그녀는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바로 전 강녕 제후의 미망인이자, 현 강녕 제후의 어머니인 임씨 댁이었다.

그녀는 예전부터 며느리를 눈엣가시로 여겨왔고, 봉효진이 애초에 강녕 제후 어르신을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혼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술을 연마하는 무식한 여자가 어찌하여 감히 제후 저택의 부인 자리를 넘볼 수 있으리라!

"그건 전부 선우예슬의 음모이며 그녀가 술사를 매수했기 때문이오!"

봉효진은 배를 감싸 안으며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선우예슬은 그렇다 쳐도 그녀도 임신했는데, 그녀의 아이만 죽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감히 예슬에게 누명을 씌우는 게냐!"

강녕 제후는 화를 버럭 내며 성큼성큼 다가가 봉효진의 뺨을 내리쳤고, 그녀의 눈에서 피가 터져 나와 그의 얼굴에 튀었다.

"너만 아니었다면 내가 소동(蘇東) 전투에서 참패를 당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출정하면서 유일하게 그녀가 빠진 그 전투에서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참패를 당했고, 그는 틀림없이 화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팔자 때문이라고 여겼다.

봉효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얼굴을 끌어당기며 눈웃음을 짓는 그녀의 눈가에는 주름을 따라 피가 묻어있었고, 그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당신이 요란스럽게 공을 세우기를 좋아하면서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오!"

"그 입 다물어!"

강녕 제후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험상궂은 얼굴로 그녀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날카로운 칼로 옷을 찢어버리자 하얗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배가 드러냈다.

봉효진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한껏 뒤틀려진 채 씩씩거리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통증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했다.

"제발 이 아이만 낳게 해주시오! 나중에 나를 어떻게 죽이든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꿈도 꾸지 마!"

그는 칼을 들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

봉효진은 임씨 댁 어르신을 황급히 바라보며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제 뱃속에는 어머님의 손자가 있사옵니다. 그동안 어머님에게 효도한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주시고 제발 아이를 낳게 해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리옵니다."

그녀는 애써 몸을 일으켜 개처럼 앞으로 기어가 임씨 댁 어르신을 향해 땅바닥이 울리도록 연신 절을 했고, 이마가 점점 부어오르면서 피가 새어 나왔지만, 애원을 멈추지 않았다.

임씨 댁 어르신은 냉정한 눈빛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면서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차갑게 말했다.

"나를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너한테 그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강녕 제후 어르신께서 너를 이 집안으로 끌어들이겠다고 고집만 피우지 않았더라면 너 따위가 감히 우리 한씨 가문의 며느리로 가당키나 하겠느냐? 꿈도 꾸지 마!"

애원해도 소용없다는 걸 눈치챈 봉효진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쥔 채 남은 한쪽 눈으로 한문석을 노려보며 슬픔과 절망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한문석, 내가 한씨 가문에 시집온 지 5년이 지났지만, 당신이 세운 전공(戰功) 중에서 나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이 뭐가 있소. 당신은 대장으로 있고, 선봉인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로를 세웠으면 당신이 강녕 제후라는 작위를 이어받을 수 있겠소? 오늘날 당신은 첩을 살리려고 본처를 죽이는 것도 모자라 피붙이를 죽이려 하다니, 이 뒈져버려도 시원찮을 놈아!"

한문석은 노여운 눈빛으로 봉효진의 턱을 한 방에 걷어찼고, 그녀는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했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임씨 댁 어르신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다.

"문석아, 저 천벌 받을 놈을 배에서 꺼내기 위해 얼른 움직이거라. 네 누나와 예슬이는 반드시 그녀가 살아 있을 때 그놈을 꺼내서 불태워 버려야만 나쁜 기운을 없앨 수 있다고 했거늘."

차가운 칼이 그녀의 배에 닿자마자 봉효진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배 속의 아이를 보호하려 애를 썼다.

피범벅이 된 그녀의 눈에 복도의 기둥 뒤에서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예슬이 들어왔다.

선우예슬은 그녀의 가까운 사촌 동생으로 그녀가 한문석과 혼사를 맺은 후, 한문석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면서 그와 함께 국공(國公)저택으로 찾아와 그녀에게 자신을 평처로 삼는 데 동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옆에서 설득하는 계모에 못 이겨 그녀는 결국 선우예슬을 집으로 들이는 것을 동의했다.

하지만 그때는 어쩜 그렇게 멍청했을까!

그녀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한문석을 바라보았다.

핏발이 선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한문석은 칼로 그녀를 베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흠칫했다. 오랫동안 전쟁터를 누비면서 가차 없이 적을 죽이는 대장님이라 하더라도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봉효진이 없었다면 그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임씨 댁 어르신은 은은하게 빛나는 눈빛으로 한문석을 바라보면서 마치 지하 감옥에서나 들을 법한 음험하고 독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죽여야만 네가 입궁해서 폐하께 봉효진이 적과 내통하고 군사 기밀을 적들에게 유출했기에 소동 전투에서 참패를 당했다고 아뢸 수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패전의 죄를 너 혼자 감당해야 하거늘. 어찌 됐든 그녀는 요괴의 환생으로 남편을 죽일 팔자를 타고났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녀가 너 대신 죄를 뒤집어쓰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야."

'어쩐지, 그런 거였어!'

봉효진은 피를 토해냈다. 도사가 뭐 어쩌더라 했던 것은 단지 핑계일 뿐, 그는 그녀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울 작정이었다.

'이런 겁쟁이, 쓰레기 같으니라고!'

"한문석, 당신은 대장이 될 자격이 없소! 이 천하에 쓸모없는 인간아!"

그녀는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말에 화가 난 한문석은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미천한 년, 너를 당장 죽여버리겠다!"

그는 차가운 칼을 높이 들었고, 이내 날카로운 통증이 그녀의 복부에 전해졌다. 그동안 봉효진은 칼에 찔리거나 검에 베이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었고, 심지어 한 번은 그녀의 심장 옆을 뚫고 지나가는 적의 화살로 인해 목숨까지 잃을 뻔했지만,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슴에 사무치는 고통 때문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녀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한문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배가 칼에 의해 갈라지는 느낌과 칼날의 묵직한 통증은 그녀의 가슴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그녀가 고함을 지르며 두 손을 마구잡이로 허우적거리자, 그녀의 손톱자국으로 인해 한문석의 얼굴에는 핏자국이 흥건했다.

임씨 댁 어르신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고, 그나마 오늘 그녀에게 먼저 약을 먹인 덕분에 저 괴팍한 여인을 제압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한씨 가문은 패전의 죄를 짊어질 수 없었다. 한문석이 출정하면 반드시 봉효진과 함께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모든 죄를 그녀에게 떠밀어야만 강녕 제후 저택의 명예와 명성을 지킬 수 있었다.

봉효진의 의식이 점점 사라져가는 찰나, 그녀는 머리 위로 빛이 보이는 듯싶었다.

그녀는 애써 눈을 떴지만, 그 빛은 단지 옆에서 불타오르던 불빛이었고 방금 그녀의 뱃속에서 끄집어낸 아이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내던져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안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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