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그릿 GRIT | 앤절라 더크워스

in kr •  6 years ago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은이) | 김미정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16-10-25


블로그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 보니 가끔 출판사에서 신간을 보내주겠다는 연락을 받곤 한다. 그렇게 연락이 오는 경우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보통 내가 책을 직접 사는 경우는 당연히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책만 고르게 된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신간을 보내주는 경우에는 내 취향과 관계없이 받게 되니 평소 모르고 지나가는 분야의 책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 좋아서다.

   

얼마 전, 출판사에서 메일을 하나 받았다.

새로 나온 책을 보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읽고 리뷰를 쓰는 정도의 수고를 동반하는 거라 잠깐 검색을 해보니 얼마 전 읽었던 “일만 시간의 재발견”가 비슷한 분야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궁금해서 신청을 했다.

이 책, 그릿은 당연히 종교 분야의 책이 아니다.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아주 철저하게 분석한 연구 결과물이다. 그릿 GRIT이라는 영어 단어가 “투지, 기개”를 뜻한다고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이 GRIT이라는 단어를 아주 폭 넓게 해석을 해서 “성공을 위한 노력, 그 노력을 지속시키는 투지와 끊임없이 연습하고 좌절하지 않는 힘”쯤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심리학을 전공한 대학교수다.

GRIT이라는 화두를 연구하고 다양한 사례를 모아서 소개하는 책이고, 누구나 노력을 하면 grit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이 지금까지 읽었던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에 비해 마음에 드는 건 참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저자가 설문조사, 면담 등의 방법을 통해 채집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공통점과 특이점을 정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지라 이 책이 말하는 grit을 키우는 방법을 그대로 실천해도 절대 안 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누구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TV퀴즈 프로그램 우승자부터 스포츠 선수,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경우를 소개하다 보니 읽으면서 ‘나도 가능하겠는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분야의 책을 읽으면 ‘좋군’하는 정도의 생각 밖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이 책을 절반쯤 읽고 난 뒤, 고등학생인 딸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꼭 네가 한 번 읽었으면 좋겠어.”

고등학교 1학년, 한참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이고, 무언가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일에 말 그대로 한 번쯤 미친 듯 파고 들어도 좋을 나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내 딸의 장래 희망은 가수가 아닌가?

정말 끈질기게 연습을 해야 할 분야다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부분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이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설득력이 높다는 이야기겠지?

  

내가 딸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재미있는 소설이라면 모를까, 자기계발서를 고등학생에게 읽게 하는 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딸아이가 생각났고 직접 권하기도 했다.

리뷰를 끝내고 나면 딸에게 건네줄 생각이다.

  

이 정도면 한 번쯤 진지하게 읽으며 고민해볼 정도의 책이 아닐까?

  

게다가 꽤 그럴듯한 문장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명언들을 모았는지, 아니면 저자가 다 생각해서 완성한 문장들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끈 문장을 간추려본다.

  

68p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즉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게으르다고 한다. 누군가 멋지게 성공한 모습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건 잘 하지만 그의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해볼 엄두는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의 성공이 노력의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나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성공을 포기하던가... 결국 성공을 우연의 산물, 또는 선천적 재능으로 치부하면 우리는 여전히 게으를 수 있는 것이다.

  

79p

좀 더 간결한 앨러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렇다. "일단 출석만 하면 8할은 성공이다." Eighty percent of success in is showing up.

-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꾸준하다는 건 늘 관심을 갖는다는 말이고,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음... 난 이건 자신 있는데... 지금 5년째 서예를 꾸준히 하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줄 돌도장을 파고, 여전히 책을 읽으면 리뷰를 쓰고... 그럼 일단 뭐라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일까?

  

102p

사실 이 순간 매우 열심히 추구하고 있는 몇 가지 일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 내가 어렸을 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게 이거였다. 참 열심히 하던 일을 하루아침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115p

키는 훈련할 수 없다.

- 이것도 참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다.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영역이 있다는 점이다. 마치 제 아무리 노력해도 키가 지금보다 10cm나 더 자랄 수 없는 것처럼...

  

125p

즉 우리는 필요할 때 변한다. 필요는 적응의 어머니다.

- 이건 정말 10000% 공감한다.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변할 때는... 대출이자 내야 하는데 통장 잔고가 부족할 때다. 받아야 할 돈 달라고 독촉을 하든, 누군가에게 꾸기 위해 전화를 하든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슬프지만...

  

144p

열정은 계시처럼 오지 않는다.

- 성공한 사람들, 특히 열정만으로 성공했다는 스토리를 보면 마치 열정을 특별하게 선물받은 것처럼 보인다. 그 선물 받은 열정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우리가 보고 읽는 열정적인 이야기는 아주 기가 막힌 분장을 거친 이야기다. 자고 일어났더니 내 인생의 사명에 눈을 뜨게 됐다! 라는 이야기... 이제는 현실에서 찾기 힘들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172P

물속에서 17분간 숨을 참아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 David Blaine처럼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면 그의 TED 강연을 찾아보라. 어떤 생리 기능도 통제할 수 있는 그가 강연 마지막 부분에서 감정에 북받쳐 흐느낀다. “저는 마술살서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마술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숨을 참는 일이든 카드를 섞는 일이든 마술은 아주 간단합니다. 연습과 훈련가 (흐느낌) 실험을 통해 (다시 흐느낌) 고통을 참으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마술은 제게 그런 것입니다.”

- 이 글을 읽고 해당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가끔 웃으며 담담하게 말을 하던 그가 강연 마지막에 울컥하는 울음을 참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고 힘든 그런 열정... 그건 단지 계시처럼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돌이켜 보는 것만으로도 울음이 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의 끊임없는 반복이라는 것.

David Blaine: 내가 어떻게 17분간 숨을 참았는가

183p

마지막에 '아하!'하는 즐거움, 그것 때문에 먼 길을 참고 가는 것입니다.

- 이 마약같은 “아하!” 이걸 느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208P

“천직은 찾아내기만 하면 되는 완성품이 아닙니다.” 

- David Blaine이라는 마술사의 강연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천직은 꾸준히, 늘, 항상 해야 하는, 그렇게 완성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말. 그 어렵고 힘든 천직을 찾는 것도 행복이겠지?

  

231P

이 중대한 실험은 무력감을 낳는 요인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해줬다. 문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고통이었다.

- 요즘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라는 책을 읽는다. 아프리카 땅에서 살던 흑인이 어느날 갑자기 인간사냥꾼에게 잡혀서 백인들의 노예가 된다. 가장 큰 비극은 어쩌면 노예라는 신분보다 “나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327P

사실 열정과 끈기는 손익 계산이 맞지 않는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타당할’ 때가 많다. 몇 년 뒤에야 투지의 결실을 가둘 수도 있다.

-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이고 이익이 많이 남는 일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게 인간이라는 이름을 가진 생명체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356P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무언가를 한다는 건 선택의 문제다. 왜 하느냐 하는 건 그 선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의 문제다. 만일 최고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아마 절대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재미있어서 하고, 궁금해서 하고, 심심해서 하고, 가족과 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한다. 가끔은 아무 이유없이 그냥 하기도 한다. 그게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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