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무네. 몽롱한 순간

in kr •  6 years ago  (edited)



지난주 금요일 오전, 이래도 저래도 다 지나간다.





꼬박 밤샘 작업으로 눈에는 끈적한 이슬이 내리고
입술 사이로 안개가 뿜어져 나온다.

몸 안에 기운을 짜내서 정신을 차리려 하는데
뼈대 없는 찰흙 인형처럼 단정치 못하게 삐닥하게 기대어져 앉았다.

새벽까지는 방긋 웃고 미소도 지었는데 이젠 피로 이불을 포근하게 덮는다.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커튼을 쳤는지 흐릿하고 몽롱하다.

오래전 그때는 하루 이틀 밤을 새도 뽀송한 빨래같았는데
지금은 시간의 마수에 걸렸는지 습기 많은 날의 빨래 같이 축축하고 무겁게 늘어진다.
매끈했던 머리칼도 흙먼지를 뒤집어 쓴것처럼 윤기 하나 없이 푸석인다.


정신을 차려보자.

눈동자에 힘을 주고 크게 돌리자. 돌려본다.

핸드크림을 꺼내 얼굴과 손등에 발라본다.


햐아~ 향긋하다.


아주 잠깐 반짝 정신이 들다가 사그라든다.

희미하게 향이 사라진다.

내 정신도 꾸물꾸물 사그라든다.





부지런한 시간은 머물지 않고 지나가더라구요.
가끔은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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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휴가를 내고 강릉가는 기차를 잡아타고...가는 길 묘사했던 바나나손 글이 떠오르네요.
밤새며.. 몽롱한 상황을 시적으로 승화시키셨네요~
아름다운 노래가 되리....^^

다들 바쁜데 나혼자 한가하니 잠을 쫒기도 버겨웠던 상황이예요.
적어 놓은 메모를 보니 그때의 정신 상태를 반영이라도 한듯 글자도 날아다니고 오타도 한대박이네요.
이뿌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요즘 제가 그런것 같아요... 나이먹어서인지 조금만 늦게자도 축축한 빨래같은 느낌이에요;; ㅎㅎㅎ

저도 한동안 그랬어요. 지금은 정신이 그래요 정신이...
외관도 정신도 쨍한 햇빛을 쐐야하나봐요 ㅎㅎ

오나무님 글은 참... 마음이 간질간질해져요. 오라방님은 예술적 재능이 있으시고 오나무님은 감성이 참 풍부하세요. ㅎㅎ

뭐랄까 하는 일이 전혀 감성적이지 않아서 개인적인 글을 쓸때 쏟아져나오나봐요. 제가 아니라 제 펜이나 손이 감성적인가봐요..

이래저래 다 지나가지만 졸릴 땐 자야합니다..ㅎㅎ

네 맞습니다. 졸릴 땐 그냥 자야합니다.
이젠 그냥 막 자도 되는 때예요 하하하~

금요일은 몸이 녹초가 되기 마련이죠. 토닥토닥..

야근과 밤샘은 불면증을 해소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ㅎㅎ
토닥토닥 감사합니다~

새벽에 상쾌하게 깨어났을 때의 기분이란!
그게 언제였더라...ㅋㅋ
c.png

분명 내일은 상쾌한 기분을 엄청 엄청 느끼실꺼예요~

일상에 치여사는 와중에서도
정신차리는 모습
힘내셨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한차례 지나갔어요. 다 잘 지나갔어요. 다행이예요.
이젠 가을을 느껴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