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민의 끝은 항상 마음 속 무덤에 묻히기 일쑤였다. 고민은 푸는게 아니라, 혼자서 해결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없이 행복하다가도 걱정이 생기면 끊임없이 자기안에서 파고들어, 검은 아우라를 푹푹 풍기고 다녔다.
<내 맘 좀 알아줘>
새 진로를 찾아 나서기 위해, 상담심리를 받았다. 타인의존도는 10퍼센트. 못해도 30퍼센트는 나오는 판에, 나는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상담가는 우려를 표했다. 그래도 표현하는건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낮게 나오더니. 양반은 못된다고, 뒤이어 친하던 오빠가 똑같은 말을 한다.
"너는 기회를 줘도, 절대 기대는 법이 없어.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는게 다 보여."
나는 말도 안하는데, 주변사람들이 힘드냐며 기똥차게 물어볼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아니다. 나는 괜찮다.'라고 답했다.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줬지 싶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기회. 말해봐야 들어주지도 않을게 뻔하다며 단념해버렸다.
내가 남들한테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 것처럼, 내면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는 내 자신한테까지 감정을 숨겼다. 나도 모르게, 아 주 꽁 꽁. 그리고 무의식에 단단한 고체형태로 응축됐다.
틈이 생기면 기화되어 다시 감정으로 나타났다.
사람들한테 말해봐야 소용없다고 한 멘트 기억나는가?
그걸 내 자신한테 그대로 했다. 무의식은 '내 맘 좀 알아줘. 나 좀 봐줘.'하고 무의식이 소리질렀지만,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야, 그러면 안돼지.
슬퍼도 울면 안돼지.
울고싶어도 표현하면 안돼지.
걱정있어도 모든게 네 책임인데 아쉬운 소리 하지 말아야지.
화내도 분노는 감춰."
<폭팔>
그리고 폭팔했다. 끓던 용암은 무섭게 폭팔했다. 엄청난 무기력과 우울이 찾아오게 된것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우울하다 싶은 기분이야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크게 한방을 먹은 느낌이였다. 그러다가 '당신이 옳다' 책을 접한다. 저자는 공감이라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말한다. '당신이 옳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라며 나는 당신편임을 꾸준히 어필해주는게 공감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다른 사람을 공감해주는게 포커스지만, 말 하나하나가 내 심장으로 스며들었다. 주변에 내 편은 없다고 은근히 생각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사실은 내 편이라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나보다.
나도 저런 말을 듣고 싶었는데
나도 내편이 필요했는데
엄마는 공감에 서툴렀다. 고맙다, 미안하다. 라는 말은 내 어린 기억에 한번도 없다. 나도 그런 말은 일절하지 않았다. 안하는 편이 익숙했으니깐.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라도, 들으니 기분이 좋더라. 나도 노력하면서 한마디씩 꺼냈다. 익숙하지 않은만큼 힘겨웠다.
우울증은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될때 오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우울증 상담에서도 자신이 항상 옳다고, 그럴 수 있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주는게 좋다고 한다. 나는 반대로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런 사실을 알고보니, 지윤이가 참 불쌍하다. 지금까지 아껴주지 못해 참 미안하다. 그렇게 채찍질하면 더 발전할 줄 알았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발전이 아니라 퇴보. 나의 슬픔은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알렸지만, 등을 돌렸던건 나였고, 배신감에 다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이 옳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다른 사람을 감당하지 못할거면 그만 둬라. 제일 중요한건 당신, 자신이다. 모르는 사람 편들자고, 제일 소중한 자기를 버리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 이후부터 열심히 내 자신에게 공감해주고 있다. 우울할땐, '지윤이가 많이 우울하구나? 어떤 감정이 느껴지는지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까?'하고 나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슬플때, 화날때,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때까지도. 네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당연한거라고. 그럴 수 있고, 잘못된거 하나도 없다고.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는 연습을 한다.
더 이기적으로 될 줄 알았지만, 나에게 하는 따뜻한 말이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나갔다. 내가 나에게 받은 위로가 따뜻했던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지윤님 완전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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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글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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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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