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스팀잇 계정을 열고 첫글을 뭘로 쓸가 고심하다가. "문학뉴스" 에 기고 했던 글로 대신합니다.
- 보이지 않는 사슬
1776년 한편의 철학논문이 발표 되었다. 바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국부론이 발표된 이후 이 논문을 더 이상 철학의 범주에 둘 수 없게 되었다. 경제학이 탄생한 것이다.
같은해 우리나라는 영조가 승하하고 정조가 즉위한다. 또 정조가 즉위한 1776년은 다산 정약용이 풍산홍씨와 혼인한 한다.
1776년에 서구세계에선 경제학이 생겨나고 우리나라는 실학이 태동한 해이다. 출발은 같았지만 그 끝은 달랐다. 경제학은 정량과 계량이란 도구로 산업혁명의 기초를 닦았지만 실학과 북학은 오랜 관습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그런 관습을 이겨내기 위해 실학과 북학엔 문학과 문학이론도 포함 되었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조선은 근대화에서 뒤쳐진다.
2008년 10월 31일에 Bitcoin P2P e-cash paper란 8페이지의 비트코인 백서가 공개된다. 블록체인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문서를 접한 사람들은 혁명적 아이디어에 속속 동참한다. (비트코인 백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이 10년뒤에 일어날 초연결사회(4차산업혁명)를 만드는 중요한 기술이 될지는 몰랐다.
2010년에 한국에도 비트코인이 알려지고 2013년엔 금융당국도 그것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지만 18세기의 조선이 그랬듯 오랜 관습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거대한 흐름을 놓치고 말았고 2017년과 2018년을 지나는 지금 정치, 사회, 문화적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이런 충격을 문학이 받아내고 있다. 소설가 장강명도 비트코인이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밝혔듯이, 판타지 소설 <노량진 고시생 재벌이 되다>가 이미 나왔고 웹소설 <비트코인>은 지금 연재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가 글쓰기의 방법을 바꾸었고 인터넷이 그것의 유통을 변화시켰으며 소셜미디어(SNS)는 글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뉴스와 출판은 물론 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 플랫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 중이다.
문학의 순기능 중 하나가 공감과 연결이라면 초연결사회의 근간이 될 블록체인을 외면한다면 그 공감과 연결의 영역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문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배 받은 세계의 비극과 희극을 텍스트로 남겼고 또 영감을 주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사슬(체인)을 이야기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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