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참사, 테러로 인한 참사는 제외.
1. 역대 최악 '583명 사망' 테네리페 공항사고
[사진: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캡처]
1977년 3월 27일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항공기 참사였다. 이 사고로 583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부상했다.
사고는 공항 내에서 항공기 두 대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테네리페 섬의 로데오 공항에 대형 비행기들이 임시착륙했다. 목적지인 카나리아 공항에서 폭탄이 터져 다른 공항으로 회항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충돌은 네덜란드 KLM 항공기와 미국 팬암 항공기가 이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짙은 안개와 관제사-조종사간 의사소통 오류가 문제였다.
팬암기 부기장은 창 밖을 보다 KLM 항공기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걸 봤다. 팬암기 그럽스 기장은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려 활주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비행기를 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KLM기는 시속 290km로 팬암기에 돌진했고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했다. 팬암기 1등석에 타고 있던 승객 잭 리다웃은 "화재가 발생했고 엔진은 멈추지 않았다"며 "금속 조각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돕던 승무원 한 명이 즉사했다. 승무원의 목이 잘리는 걸 봤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말했다. KLM기 탑승자 248명 전원이 사망했고 팬암기 탑승자 396명 가운데 61명만이 살아남았다.
2. "모든 게 무너져 내렸다"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
[사진: 연합뉴스]
1997년 8월 6일 괌 아가냐 공항 근처 밀림에 대한항공 801편 보잉 747기가 추락했다. 착륙 직전 일어난 사고였다.
탑승객 254명 가운데 228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부상을 입었다.
승무원 손승희 씨는 생존자 중 하나였다. 손승희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안전벨트를 매라는 표시가 들어올 때까지도 그냥 착륙을 세게 하나보다 생각했는데 꽝하면서 흔들리는데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손 씨는 "벗은 몸에 화상 입어서 인간으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상처 입고, 사람들이 뒹굴고 있는 모습이 가장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사진: MBC 뉴스 캡처]
이 사고의 또 다른 생존자 마쓰다 리카는 "엄마가 '너 먼저 나가라'고 외쳤다. '나는 어쩔 수 없으니 아빠를 잘 돌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어머니,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마쓰다 리카는 사고 당시 11살이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현장 조사 결과 해당 항공기는 정상 고도보다 낮게 착륙을 시도했다. 언덕에 1차로 날개를 부딪힌 비행기는 2.5km를 더 날다가 사고 지점에 2차로 충돌했고 동체가 세 조각으로 나뉘었다. 바깥에는 태풍 티나가 폭우를 쏟아 붓고 있었다.
당시 NTSB 국장이던 짐 홀은 "대한항공과 미 항공 당국이 똑같이 잘못했다. 조종사의 공항 접근 방식, 미 항공 당국은 최저 안전 고도 체제 관리에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기장과 부기장간 위계 질서도 사고 원인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착륙 과정 중 뭔가 잘못 됐다는 걸 안 부기장이 "착륙을 포기하자"고 외치지만 기장은 착륙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때 부기장이 기장을 무시하고 조종간을 대신 잡지 않은 것 또한 참사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충돌 직전 기장이 조종간을 당겼지만 이미 늦었다.
맬컴 글래드웰도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KAL기 괌 추락 원인 가운데 하나는 소통 부재였다. 비바람 부는 악천후에도 기장이 착륙을 강행했지만 부기장이 '노(No)'라고 직언하지 못해 대형 참사를 낳았다"고 전했다.
3. "막을 수 있던..." 520명 사망한 JAL 123편 참사
[사진: 이하 JAL123편 사고를 기린 뮤직비디오 '루' 캡처]
JAL 123편 승무원들은 이날 비행도 그저 보통의 단거리 비행이 될 거라 생각했다. 1985년 8월 12일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해 오사카로 향하던 123편기가 추락했다.
사망자는 520명에 달한다. 사망자 명단에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일본 가수 사카모토 큐, 한신 타이거스 구단 사장이던 나카노 하지메 씨 등 유명인들이 다수 포함됐다.
사고 원인은 잘못된 압력 격벽 수리 때문이었다. 압력 격벽은 고압을 견디도록 만들어진 기내 내부벽이다.
항공사고 조사위원회는 폭발음이 들린 뒤 기체 제어가 불가능해진 점을 고려해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뒀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압력 격벽 수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
객실 고압 기체가 구멍을 뚫고 솟구쳤고 압력 격벽이 약해져 폭발하듯 부서졌다. 이후 고압 기체가 망가진 압력 격벽을 지나 꼬리 쪽으로 가 수직 안정판을 잘라냈다. 기체는 제어 불가능 상태가 됐다.
항공사 다가키 야스모토 회장은 사고 얼마 뒤 사임했고 항공 정비 책임자가 자살했다.
론 슐리드 NTSB 선임 조사관은 "조사를 통해 확실히 확인했던 사실은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것"이라며 "기술적인 작업을 하면서 조금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일을 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기에 탑승했던 이들을 기리며 가수 루이가 '루(淚)'라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고수, 하지원 씨가 출연했다.
4. '탑승자 전원 사망' 스위스 항공 111편 추락 사고
1998년 9월 2일 발생한 이 사고로 승객 215명, 승무원 14명 등 탑승자 229명 전원이 사망했다.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스위스 항공 111편이 캐나다 핼리팩스 인근 패기 만에서 바다로 추락했다.
조종석에서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었다. 조종석 천장 통로 전선의 아크 현상으로 섬유유리 절연재를 덮고 있던 금속성 마일라에 불이 붙었다.
조종사들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지만 에어컨 문제라고 생각했다. 잠시 뒤 연기가 나는 걸 보고 핼리팩스에 착륙하기로 했다. 기장이 화재 매뉴얼대로 객실 전기를 차단하자 에어컨 팬이 멈췄다. 불길을 뒤로 빼주던 에어컨 팬이 멈추자 불은 조종석 천장으로 급속히 번졌다. 이어 자동 조종 장치가 망가지면서 조종사들이 수동 비행을 맡았다.
기장이 불길을 끄는 동안 부기장이 조종을 맡았다. 그는 불에 그을리면서도 조종간을 놓지 않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 때문에 비행기는 추락했다.
조사관들은 화재의 진짜 원인은 아크 현상으로 불이 붙은 게 아닌, 불을 번지게 한 '무엇'이라고 밝혔다. 그 물체는 금속성 마일라였다. 이전에도 금속성 마일라 때문에 화재가 났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망자가 나오지 않자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스위스 항공 추락 사고' 이후 대부분의 항공기에서 금속성 마일라는 사라졌다. 하지만 몇몇 개발도상국 항공기는 아직도 금속성 마일라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 아메리칸 항공 587편 추락사고
[사진: Wikimedia Commons]
2001년 11월 12일 승객 251명과 승무원 9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587편이 미국 뉴욕 퀸즈 주택가에 추락했다. 탑승객 260명 전원, 주민 5명 등 265명이 사망했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이륙한 항공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587편 항공기는 이륙 후 2분도 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이륙 후 비행기가 흔들렸지만 조종사들은 앞서 이륙한 항공기의 난기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난기류를 발생시켜 주변 항공기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됐고 결국 퀸즈의 주택가로 추락했다. 주민들은 테러라고 생각했다. 9.11 테러가 2개월 전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사관들은 비행경력 10년의 부기장 스텐이 방향타를 급격하게 5회 조작했고, 이때 부담으로 꼬리날개가 파손된 것으로 봤다.
스텐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의 동료 증언을 들었다. 동료는 "스텐은 난기류를 만나면 방향타를 급격하게 조작했었다"며 "그의 버릇을 물어보니 아메리카 에어라인에서 훈련 받은대로 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이 아메리카 에어라인의 훈련 과정을 살펴본 결과 스텐의 말은 사실이었다.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사에서는 항공사에 이런 훈련의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사는 공청회에서 에어버스사를 지목하며 방향타 조작 한계를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맞섰다.
참사 이후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과도한 조작법'이 담긴 훈련 과정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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