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직 후 이제 좀 정리가 되어 1달간 쉬었던 기간의 여행이야기를 하루하루 올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다른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문재인 케어는 다들 들어보셨을 꺼고, 의사들이 이를 반대한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아실꺼라고 생각합니다.
의사협회에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이번달 말에 집단 휴진도 예정되어 있죠.
여론은 언제나 처럼 반대하는 의사들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여론과는 많이 다른데, 이게 저를 봐서 해주는 말인지, 아니면 여론이라는게 그리 믿을게 못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소아과의사 입장에서 한번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경험, 혹은 가까운 지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입니다.
급여라 하면 보험이 되는 진료 - 즉 환자입장에서는 비용의 10%만 내고, 보험공단에서 나머지를 부담하는 진료를 이야기 합니다. 반대로 비급여란 병원에서 가격을 정하고 환자가 그 돈을 내야하는 진료들이죠.
급여 항목들은 나라에서 진료비를 정합니다. 약부터 처치료 까지 전부요.
결국 90%를 내는 공단에서, 얼마를 낼지 정하는거죠. 당연히 최대한 싸게 가격을 책정하고, 그결과 우리나라의 의료비용 및 접근성은 세계 어느곳과 비교해도 좋습니다. 너무 좋아서 문제일 정도로요.
그래서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좋습니다. 환자입장에서는요. 외국에 나가 있는 가족, 혹은 친구분이 계시다면 다들 아실꺼에요. 병원은 우리나라 들어와서 가죠. 미국 시민권자들도요.
대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단가가 싸다보니, 급여진료 하는 과에서 적절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환자를 많이 봐야 합니다.
- 소아청소년과를 예를 들면,(대부분 급여진료입니다.) 환자를 하루에 100명 이상 진료해야 하죠. 하루에 50명 이하로 계속 환자를 본다면 유지가 힘들수도 있습니다.(아직 개원을 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인원수는 모르겠네요)
이렇게 때문에 환자가 많은 환절기에 소아과를 가보시면 엄청나게 긴 대기시간을 경험하시게 되죠. 그리고선 진료는 5분 이하로.
결과적으로 -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 때문에 평균 환자수가 어느정도 되어야 병원을 유지할수 있고, 그정도가 유지되는 병원만 존재하죠(나머지는 폐업을 하고.) 그래서 환자가 많은 계절엔 어쩔수 없이 대기가 길어지고 진료가 짧아 집니다.
또한 급여항목에 대해서는 약값 또한 정부에서 지정하기 때문에, 약값도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또한 공단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복제약들을 처방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리지널 약 처방을 더 선호합니다. - 이런 문제들이야 환자입장에서 큰문제는 아니죠. 어떤 약을 먹는지 환자는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약값이 이런 상황이어서 생기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약품생산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과에서는 아이들용 예방접종 백신의 생산량이 세계적으로 부족한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백신은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데, 그들입장에서 우리나라에 약을 팔 이유가 사라지는거죠. 물량이 풍부하다면야 당연히 팔겠지만, 물량이 부족해지면 결국 우리나라 부터 약이 안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최근에도 이런 경우들이있어서, 환아들이 접종을 하러 왔다가 약이 없어 돌아가고, 몇달씩 기약없이 기다리는 일이 생겼었죠.
당장은 큰문제가 아닐수 있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위의 내용들은 급여항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인데요, 사실 이런 문제들은 보완해서 나아가면 될 문제들 입니다.
문케어에서는 비급여 를 없애는 대신 급여의 가격 - 즉 수가 - 를 올려주겠다고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는 소아과에선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의 문케어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의사도 하나의 직업이기에 직접적으로 수입이 감소할것이 예상되어 반대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지만, 저는 전체적인 의료제도의 방향의 문제가 있어 반대합니다.
비급여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사실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급여 처방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 방향에서 압박이 들어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처방을 내리는 경우는 - 특히 대학병원에서 - 환자가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A라는 질환에 a,b,c,d 라는 치료 옵션이 있습니다. a->d 방향으로 의학은 발전했고, d가 최신약이며 a는 고전적인 약물이죠.
이런 경우 대부분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a를 사용하고, 안되면 b를 사용하고 그래도 안되면 c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립니다.
가격적인 문제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지침이 내려오는 사이, 의사들의 연구로, 처음부터 c를 사용하는것이 효과도더 좋고 결과적으로 가격적인 부분도 이득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a부터 시작하여 c까지 약을 단계단계 써야하죠. c부터 사용하면 비급여 니까요.
게다가 의학은 환자마다, 질병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a b c 모두 듣지 않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그런경우에 d를 쓸수 있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환자들도 요즘은 정보를 많이 구할수 있기때문에 알고 오시는 경우도 있죠. 의사들은 이미 외국학회에 참석하여 실제로 사용한 다른 의사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발표내용을 들어 쓸 준비가 되어 있죠. 하지만 d가 우리나라에서 급여화가 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못쓰거나 비급여로 처방해야 하죠.
비급여로 사용하는 약이 많으면 삭감을 하게 되고 이러면 고스란히 병원에서 그 비용을 내야 합니다. 환자를 위해 한두번 하다 보면 병원 경영진에서 압박이 들어오죠. 결국 사용하지 못하고 급여화를 기다립니다. 그동안 환자는 고통 받죠.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심한 경우는 기다릴수 없어 외국으로 가서 치료받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보호자 분들에게 하다 보면 저도 열받고 보호자분들은 분노를 넘어 절망에 이르르죠.
아무리 공단에서 이런약의 도입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느릴수 밖에 없습니다. 의학의 발전속도는 너무 빠르고, 하루종일 환자를 보는 의사와, 다른 많은 업무에 치이는 공무원은 발전속도를 따라잡는데 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죠. 그 사이 피해자들은 계속 생기겠죠.
지금은 제한적이나마 비급여로라도 처방이 가능하지만, 문케어가 실행된다면.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환자도 생기겠죠. 내돈내고 내가 치료 받겠다고 하는데, 그게 불법이라 의사들이 못해주는 경우들이 이미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죠.
전 소아과 의사입니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많이 보아 왔고, 부모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에 도저히 문캐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주위에 이런 분들이 계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잘 없으실 꺼에요. 그래서 잘 모르시죠.
그리고 보장상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저는 우리가 감기나 장염, 그리고 초음파와 CT 같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진료에 대해서 돈을 좀더 지불하더라도,
중증질환, 특히 아이들의 난치성질환에 대해서는 보장성을 최대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은 생각으로는 노인성 질환보다는 아이들에 대한 치료 비용이 먼저입니다.
아이들이 난치성질환 - 중병을 앓게 되면 가정이 망가지죠. 특히 부모들은 이제 30-40대로 사회생활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에 대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고 또한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가계가 곤란한 상황에, 아이들은 보호자를 필요로 하니 부모들은 힘들어 하고 결국 가정이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보험제도는 이런 아이과 그 가정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돈이 문제겠죠. 우리가 감기 진료비를 두배를 내도, 초음파를 좀더 비싸게 받아도, 이런 방향의 보장이 먼저라고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진료해주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진료당 적은 금액만이라도 받아서 비용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료 진료의 문제점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국가적으로도 이런 젊은 가정들이 무너지는것은 큰 손실이죠. 그렇지만 정책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표가 필요하니 정책의 방향이 이러한 것이겠지만, 그래서 포퓰리즘이라고 욕을 먹으면서도 이런 방향으로 가는거겠지만.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런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주변에 없으시죠.
하지만 누구나 그런 병을 앓을수 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내주변의 사람이 혹은 내가 앓게 될수도 있죠.
그래서 문재인케어를 반대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난치병을 가진 분들이 완전한 보장을 받게 된다면,
현재의 문재인케어의 방향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순서가 잘못됬습니다.
요즘 이문제로 머리가 복잡하여 글이 쓸데 없이 길어졌네요.
두서없는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건설적 토론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아무리 좋아보이는 정책이라도, 지속성을 고려하지 않고는 병폐가 될 수 밖에요.
저도 문제인 케어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편입니다만, 의사들을 착취하는 (혹은 환자들에게 의료의 질을 착취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지속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전혀 모르는 분야 이야기를 쉽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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