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연재/영화계 블랙리스트 취재기] 챕터1. 흉흉한 소문을 접하다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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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문지 K 기자가 모태펀드 블랙리스트를 취재하면서 기록했던 수첩들)

영화 전문 기자 K가 모태펀드 블랙리스트를 취재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2016년 10월쯤이었다. 당시 충무로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최재원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로컬 프로덕션 대표가 <변호인>을 제작한 뒤 박근혜 정권에 찍혔다는 사실은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얘기였다. <판도라>는 원전 재난을 다뤘다는 이유 때문에 모태펀드를 투자받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까닭에 박근혜 정권이 모르게 쉬쉬하며 찍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일급기밀>은 군 비리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보통사람>은 안기부 기획 수사 때문에 희생된 사람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변호인> 때문에 박 정권에 찍힌 최재원 대표가 진행하는 영화라는 이유로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는 이유 때문에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영화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많은 작품들이 정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모태펀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K는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씨네21>이 영화전문지니 모태펀드 블랙리스트를 다뤄야하는 게 아니냐라는 얘기를 들어야했다. 대체 모태펀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얘기가 많이 나도는 것일까. 모태솔로는 많이 들어봤어도 모태펀드는 무슨 펀드라는 얘기인가. 왜 그렇게 많은 영화들은 모태펀드 투자를 받으려는 것일까. K는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그런 소문을 들을 때마다 영화인들에게 모태펀드와 관련된 얘기를 자세하게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영화인들도 소문만 익히 들어서 알 뿐이지, 더 자세한 내용은 더이상 알기 어렵다고 했다. 설령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로부터) 피해를 입을까봐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K는 어디서부터 취재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모태펀드에 부딪혀보기로 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방영된 K의 모태펀드 블랙리스트 취재기. 1시간 55분부터 재생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매일 모태펀드 블랙리스트 취재기가 연재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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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 설마설마 했죠 정말 그렇게 쪼잔하고 큘하지 않을지 제 상상으론...

네, 2년 전에는 정말 소문만 무성했답니다. ^^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것이 결국은 욕심이라 불리지요~

네, 맞아요. 이때만 해도 아주 흉흉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