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시사IN> 장기 취재 '대림동 한달 살기' 읽고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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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시사주간지를 고른 건 오랜만입니다. <시사IN> 594·595호 설합병호의 표지는 휘황찬란한 중국어 간판과 그 아래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서울시 대림동의 밤 사진입니다. <시사IN> 제호 아래에 '대림동에서 한달 살기'라는 부제와 '우리가 몰랐던 세계'라는 주제가 나란히 얹혀져 있습니다. 기자가 대림동에서 한달 동안 산 이야기가 있겠다 싶었어요. 주진우 선배는 아닐테고, 김은지 기자인가 싶었는데 고제규 편집장의 에디토리얼을 보니 '콩쥐 기자'(왜 콩쥐 기자인지는 기사를 보시면 됩니다) 김동인 기자가 대림동에서 월38만원 짜리 고시원 방에서 자면서 느낀 기사였어요. 대림동이라면 지난해 흥행한 영화 <청년경찰>에서 "칼부림이 많이 나는 동네"라고 묘사하는 바람에 대림동이 아닌가(이 묘사 탓에 대림동에서 거주하는 조선족 커뮤니티가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청구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1심 공판에서 법원은 영화의 묘사가 "개인이 아닌 전체를 혐오 집단으로 묘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었다). 표지만 보고 기사 내용이 궁금해 책을 집어든 게 설 연휴 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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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사건 때 윤석열 특별수사팀이 찾아낸 국정원 트위터 멘션 5만건을 이틀 만에 디지털로 옮겨놓은 성실한 태도 답게 김동인 기자가 쓴 기사는 꼼꼼하고 생생했으며 재미있었습니다. '왜 대림동으로 옮겼을까' 'F4 비자를 따기 위해서라면'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박스로 따로 떼내었고, 대림동 인구 구성, 유동인구 변화, 체류 자격별 재한 조선족 체류 현황 등을 인포그라픽으로 꼼꼼하게 정리했습니다. 또, 한달 동안 대림동에서 만난 재중동포 5명의 다양한 사연들을 따뜻하게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기자 혼자서 한달 동안 취재하며 30여페이지를 썼으니 북치고 장구치고 한 셈이죠.
이 특집 기사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시사IN>이나 <한겨레21> 같은 시사주간지든, <씨네21> 같은 영화주간지든 주간지가 잡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은 '롱텀(Long Term)' 취재나 탐사 취재를 해서 기자가 발로 뛴 양질의 기사를 내놓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트위터를 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이유로 이 기사에 매료된 것 같은데, 대부분 온라인에 올라간 기사를 본 모양입니다. 김동인 기자가 자신의 트윗에서 남긴대로, 온라인에 올라간 기사는 지면의 분량에 비해 압축된 버전입니다. 결국 이 기사를 온전히 읽고 싶다면 온라인이 아닌 지면에서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죠. 저는 <시사IN>의 이러한 결정에 동의합니다. 모든 기사를 무료로 풀게 아니라 기사를 알릴 수 있는 내용 정도만 온라인에 풀고, 오프라인에서 잡지를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거죠. 때로는 영화 기사나 정보와 관련된 콘텐츠보다 시사지의 여러 시도들이 제가 취재하는데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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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되게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옛날 대림동에서 놀때 생각도 많이났구요. ㅎㅎ

대림동에서 사셨군요, 그때는 어떤 풍경이었을지 궁금합니다. 김동인 기자가 고생한 흔적이 역력해 더 생생한 것 같습니다. ^^ 기자가 고생해야 기사가 재미있는 법.

이런 심층취재기사 너무좋습니다. 오랜만에 볼맛이 난 기사였어요.ㅋㅋㅋㅋ

잘 읽고 보클하고 갑니다.^^

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

네^^ 맞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