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홍경표 촬영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을 모시고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이자 개인적으로 무척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제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시절 사무실에 종종 놀러와서 기억이 뚜렷합니다. 그때 그는 한 마리의 맹수 같았어요. 가슴팍엔 호랑이를, 왼팔엔 불새(문신)를 품고 있었고, 캡 모자에서 삐죽 튀어나온 거친 헤어스타일은 누구라도 쉬이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습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불같은 성격을 동력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현장을 끌고 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었고요. 그는 지난 20년 넘게 김지운(<반칙왕>(2000)), 장준환(<지구를 지켜라!>(2003)), 강제규(<태극기 휘날리며>(2004)), 이명세((2007)), 봉준호(<마더>(2009)), <설국열차>(2013)) 등 다양한 감독들을 거쳐가며 매 작품 다른 스타일을 선보여왔습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현장에 있을 때 한번도 뵌 적 없지만 늘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촬영감독이었어요.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서 보여준 안개 자욱한 시애틀의 풍경이며,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에서 한석규가 중앙정보부를 들어가는 장면을 부감으로 내려다보는 시퀀스는 지금봐도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감이 넘칩니다. 장훈 감독의 <고지전>에서 보여준 전쟁 시퀀스는 굉장히 사실적입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그렇듯이 그 또한 장선우(<나쁜 영화>(1997) <거짓말>(1999)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1)), 임상수(<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사람들>(2005) <돈의 마시>(2011)), 김태용(<만추>(2010), 최동훈(<암살>(2015), 한재림(<더 킹>(2016)), 장준환(<1987>(2017)) 등 다양한 감독들과 작업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왔습니다. 김우형 촬영감독은 홍경표 촬영감독과 달<씨네21> 기자가 된 뒤에 종종 만났고, 김우형 촬영감독과 같은 동네에 살기도 합니다. 그는 말수가 적고 매우 차분해 홍경표 촬영감독과 성격이 정반대의 사람입니다.
홍경표와 김우형, 김우형과 홍경표 두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건, 두 사람이 촬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얘기를 미리 나눠보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기생충>은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이야기로, 아직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리틀 드러머 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벌어졌던 1970년대 후반, 이스라엘 정보국이 영국 여배우를 비밀 첩보 작전에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첩보 스릴러입니다. 두 작품은 각각 홍경표와 김우형이라는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아 제작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친한 사이이지만, 정작 대담이 시작되면 홍경표 촬영감독이 대화를 주도하고, 김우형 촬영감독이 조용히 말을 뒤따라하거나 덧붙입니다. 특히, 이번 대담은 두 작품이 아직 공개 전이라 두 분이 말을 많이 아꼈습니다. 그럼에도 1시간30분 동안 정말 많은 '떡밥'을 던져주었어요. 특히, 대담이 끝난 뒤에도 저희 후속 취재를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기사 내용이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촬영 기술적인 내용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두 분 대화를 한번 읽어보심이.
<기생충> 찍은 홍경표 촬영감독과 <리틀 드러머 걸> 촬영한 김우형 촬영감독의 대담
빛이 예쁘지 않더라도 이야기와 잘 맞으면 그게 좋은 촬영이다
참, 대담 중간에 미국 애틀랜타에서 <베놈>을 연출한 루벤 플라이셔 감독의 신작 <좀비랜드2>(출연 우디 해럴슨, 제시 아이젠버그, 엠마 스톤) 촬영을 준비하던 정정훈 촬영감독까지 페이스타임 영상통화로 세 사람을 만나게 할 계획이었으나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 직전 마지막 스카우트 일정이 있어서 성사되지 못한 건 아쉽다.
기사 링크 고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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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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