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이었다. 누군가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암호기술 메일링 리스트(cryptography mailing list)에 논문 한 편을 보냈다.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일종의 디지털 화폐를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아직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익명의 나카모토는 은행, 정부 또는 어떤 다른 중앙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으로 이 가상 화폐를 소정량 "채굴"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일단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이전 E-골드 같은 디지털 화폐를 만들려던 시도를 차단했던 경우와 달리, 정부도 어쩔 수 없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오늘날 비트코인은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비트코인 하나가 수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017년 12월 거의 2만 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그 후 급락을 겪었다. 하지만 2017년 초반 가격은 1,000달러 이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그 사이 다른 암호화폐들도 속속 태어났다. 어떤 것도 비트코인만큼 사용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벤처 투자자들은 그 기반 기술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관련 스타트업들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모든 게 백서에서 비롯되었다. 나카모토가 백서를 발표했을 당시,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가상 화폐를 발행한다는 아이디어를 비롯해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개념 중 대부분이 이미 존재했었다.
하지만 코넬 대학 전산학과 에민 귄 지러(Emin Gün Sirer) 교수는 나카모토가 중요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사용자들이 관리자에 의존하지 않고 네트워크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원장에 의존한다. 모든 거래는 암호로 서명되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네트워크 내의 모든 참여자들에게 배포되므로, 코인의 이중 사용이 불가능하다.
원장 조작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비트코인 소프트웨어와 블록체인을 다운로드해,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네트워크 참여를 통제하는 기관도, 네트워크에 참여하려면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정부 공무원도 없다.
관리자가 필요 없는 화폐 시스템 구축이 많은 이들의 집중했던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자,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라는 아이디어가 학계의 손을 떠나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지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증명됨으로써, 전산학에 큰 기여가 되었다. 사토시는 전체 금융 산업을 개조하는 문을 열어 재낀 것이다.
비트코인의 등장은 거의 나카모토 없이 진행되었다. 그는 2010년 말 이미 인터넷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는 일부 초기 공동 개발자들의 손에 맡겨졌다. 나카모토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별무소용이었다.
나카모토가 익명이 아니라 실제 캘리포니아 템플 시티에 사는 은퇴한 엔지니어라는 주장이 뉴스위크의 표지를 장식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호주 학자 크레이드 라이트라는 와이어드의 보도 또한 증명할 수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비트코인은 나카모토가 꿈꿨던 일상에서 통용되는 화폐로서 아니라, 아직 투기꾼들의 수단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일부분 전송 속도가 느리기 때문인 것도 있다. 지러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초당 약 3건의 전송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3,674건인 비자카드에 비하면 엄청나게 느린 속도다.
또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엄청난 탄소 배출을 야기한다는 다른 문제도 나타났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작은 나라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프로젝트에서 나카모토의 후임 개발자들과 경쟁 암호화폐들의 개발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때로는 원래 백서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프로젝트는 대부분의 전송 처리를 블록체인 외부로 이동시켜, 속도를 가속화한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혁신을 고려하고 있다.
한편 지러 교수는 현재 전송 처리 속도와 환경 문제 모두를 해결할 새로운 프로토콜을 연구하고 있다. 성능에서 프라이버시에 이르기까지 비트코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들어낸 이들도 있다. 지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기술적으로 사토시는 모든 상상 가능한 방식을 뛰어넘었지만, 사토시의 백서에는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지러 교수는 트위터에 "사토시는 죽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러 교수의 본 뜻은 그런 것이 아니겠지만,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쓴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토시가 다시 나타나더라도 현재 암호화폐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헤지 펀드 뉴메라이의 조나단 사이드고 이사 또한 지러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현재 비트코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카모토의 백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카모토의 백서를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카모토의 백서가 쓸모없다는 말이 아니다. 사이드고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카모토의 백서는 블록체인의 작동 개념을 이해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백서는 짧고 아주 읽기 쉬울 뿐만 아니라, 대단한 가치가 있다.
MIT 미디어 랩의 디지털 커런시 이니셔티브의 책임자 네하 나룰라 교수도 여기에 동의한다. 누구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나카모토의 백서를 추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나카모토의 백서 내용이 아직까지 유용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트코인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백서를 읽어보는 것이다."
또한 나룰라 교수는 나카모토의 침묵은 의미심장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비트코인의 가장 멋진 점 중 하나는 개발자가 물러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소유 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만일 비트코인을 만들고 시작한 사람이 아직도 주위에 있었다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갖고 있어도, 자기 것이라고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료 출처: The Wired, "After 10 Years, Bitcoin Has Changed Everything—and Nothing"
Just classi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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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취지는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고 하죠
비록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변모했다고는 해도
비트코인으로 엿본 가능성이 변모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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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탄소배출의 문제.... 속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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