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 시가 아키라

in kr •  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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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라는 단어는 참새가 조잘거린다는 뜻이다. 140개 단어로 조잘거린다. 나는 참새가 되어 별 내용 없는 말들을 트위터를 날리고 반응을 수시로 확인한다. 왜 트위터를 할까?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소외감을 해소할 소통의 창문?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댓글과 하트 숫자를 확인한다. 여행지와 맛집의 사진들. 나의 존재를 타인의 반응을 통해 확인하는 것. 반응이 없으면 시무룩해진다. 나의 감정이 타인의 반응에 저당잡힌다. 그리고 그 반응에 웃고 웃는다. 그렇게 반응을 주고 받으면서 나의 지루한 일상은 잊혀지고 나의 시간은 소비된다. 트위터와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빼앗기는 시간들. 외로움과 권태는 이렇게 출구를 찾는다. 나는 트위터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 시대 사회학 석학 지그문트 바우만 책 아무거나 한 권 집어들고 읽으면 트위터가 얼마나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소중한 삶을 낭비시키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외로움의 출구 페이스북이 어떻게 범죄에 악용되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물론 외로움 때문에 페이스북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 주장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고, 장사를 할 수 있고, 이성친구를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트위터에 가입해서 사용한 적이 있다. 지금도 계정이 남아 있지만 사용 안 한지 몇 년 되었다. 페이스북도 일년 전에 가입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도 알게 되었다. 몇달간 자꾸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시들해졌다.이젠 들어가지 않은지 몇 달 되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에 정내미가 떨어져서 탈퇴하려고 했더니 비활성화 계정이라고 나를 인증하란다. 귀찮아서 안 했는데 조만간 없애 버릴 생각이다.

굳이 페이스북의 유용성과 폐해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모든 것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니깐. 칼이 사람을 찌르면 위험하지만 과일을 깎을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듯. 정치인이나 연예인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필수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트위터에 할애하는 시간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없을까? 길을 걸으면서 내가 날린 글의 반응을 보다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전자소통 도구들이 생겨나면서 삶은 변했다. 누구나 카카오를 통해 소통한다. 카카오 없이는 현대적인 삶에서 의사소통이 힘든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이런 도구에 매몰된 삶이 행복할 것 같지 않다.

장담하건데 이 소설을 중간쯤 읽다 보면 당장 페이스북을 해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전혀 모르는 누가 나를 범죄의 표적으로 삼는다는 것이 살 떨리게 한다. 소통의 도구가 범죄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남의 반응을 보면서 거기에 시간을 쏟는 삶. 지금도 스마트폰은 카카오, 네이버 밴드, 페이스북, 트위터에 올라온 당신의 지인들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라고 띵똥거린다.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부숴버린다. 외려 스마트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하다. 스마트폰은 나를 노예로 만들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시는 안정효 선생님이 부럽다. 페이스북을 소재로 했지만 이 소설은 근래에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몰입감 최고 였다. 책 선전 띠지에 이 소설을 잡기 전에 시간을 비워두라고 했다. 한번 잡으면 끝장을 봐야 하니깐. 실제로 나도 그랬다.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니깐. 새로운 스릴러의 탄생이다. 강추!

https://cafe.naver.com/pokara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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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책의 표지부터 확 당기네요. 읽어보겠습니다^^

무섭네요 ㅎㅎ 서평이 쭉쭉 잘읽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