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유배지 역사기행 (하)

in kr •  7 years ago 

   12. 위리안치와 학문의 자유 그리고 고독,  

 위리안치 상황과 새로운 환경 속에서도 

북학을 고수하며  고고한 선비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았던 추사로서는,

 ( 수없이 몰려왔던) 후학들에게 개혁사상을 맘 놓고  전수하기에는 무척 어려웠으리라!

그저 당시에 득세했고 조정에서 허용되었던,주자성리학 개론을 강론할 밖에 없었으리라.  


 13.  유배생활 그리고 감시와 통제   

그의 통한(痛恨)은 날마다 더더욱 깊어갔으리라!

바람은 스산하고, 땅은 척박하며, 식사는 까칠한데,

자신의 정치개혁사상은 고루한 주자학에 치이어 비상(飛上)하지 못하고,

맘을 터놓고 학문을 논하기 어렵도록 사상적인 억압까지 겹쳤으니.... 


  14.각성과 추사체를  통한 부활   

그러나 정적들의 가해와 과거 동료들의 업신여김 속에서도,

추사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강해질수록  그의 생명의 의지는 더욱 강렬해져,

유배의 고통을  넘어서면서 새롭게 열리는 사상과 인격의 각성을 통해,

추사는 극한상황에서의 실존적 상황을 이겨내며 ‘비상하는 자유’의  날개를 편다. 

그것이 곧 추사가 남긴, 탈속함과 허허로움을 지닌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추사체’다!  


 15. 사견   

이런 사실(史實)에 비추어 볼 때, 

추사가 지조 있고 훌륭한 정치명망가였을지언정, 

다른 세력들에 대한 포용력과 설득력은 다소 부족한 ‘강경파’이었다는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기야 당시에 올곧은 선비는 지조와 체면을 목숨보다 중히 여기는 법이었을 테니....)   

그러나 매파는  필연적으로 피를 부른다. 오늘 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싸움의 열정으로 가득했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작태를 보라.   

또한 지금까지 행해졌던 모든 종교논쟁이나 사상논쟁은 거의 예외 없이, 무자비한 흑백논리식 편가르기와 무자비한  살륙을 낳아왔다. 이것이 모든  편협한 파당과 당쟁이 갖는 논리적 필연적 한계다. 

  '역지사지'와 '다름에 대한 상호이해' 없이 인류의 평화도 없고 미래도 없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 배워야 할 차이이며  주관성을 성장시킬 보완이며,

 객관적으로 엄연한 사실이며,사물의  또 다른 한 단면을 드러낸 진리이며,존중과 협력과 이해의 대상이다!   

그런 철학적 토대 위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것에 사심없이 관대해지면서,

무수한 붓질과 연구를 통해 역지사지와 상생의 도리로 성장시켜,

묵 향기 힘차게 드날리되, 일체의 사특함도 없애버리고,

고뇌를 승화시켜 천의무봉의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결정체가, 바로 완당의  추사체다!

그 추사체를 마주 대하노라면  정적(政敵)도 없어지고 동지도 없어진다.

추사의  혼백에 동화되어  탁상공론의 관념론을 불살라버리고,

자유의지의 주체로서의 실존적 결단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사체는,   그 글씨 궤적 하나하나마다,

당시의 정치철학의  한계와  존재론적인 허무함을 담고 있으되,

그것들을 꿰뚫는 일관된 각성의  진리는, 

성리학만도 아닌, 그렇다고  실사구시의 북학만도 아닌,

삼라만상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다 성숙한,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示空空卽示色)의  원리이며,  

 "그대는 , 나(추사)를 대하는 지금 이순간, 과연,  고뇌로부터  자유로운가?"라는  

추사가  던지는  솔직한 선문답(禪問答)의 용틀임이자,  참된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이다!


고맙습니다!  굿 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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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선생의 이면을 다시금 보게 됩니다.
추사 선생을 생각하며 역사 속으로 걸어들어가 봅니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큰 것 같습니다.

영광입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고통 없는 성장은 사상누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님의 팔로우가 되겠습니다! 굿 럭 !

가입하신지 얼마 안되신 것 같은데
활발하게 활동하시네요.
품격있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보팅했어요 화이팅~ ^^

해피메이커님!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답방하겠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씩만 배워나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