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만에 폭망한 병아리 부화 >

in kr •  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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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기에 들어갔던 종란들이 이렇게 우리 딸램 온수매트를 차지하고 누웠습니다.
스티로폼 박스로 덮어두었구요.
지난 삼일 간의 난리법석의 내막은 대략 이러합니다.
(글이 쓰잘데기없이 길어요. 심심하고 무료하신 분들만 보세요. ^^;;;)
첫째날,
발효기 하나 믿고 종란 30알을 주문, 농장 주인이 혹시 모르니 넉넉하게 보냈다며 무려 45알을 보내심. 그 중 반만 부화되어도 우리가 감당할 숫자를 넘어서니 39알만 넣음(홀수가 좋대나 어쨋대나). 발효기 온도 맞춰 놓고 마음 턱 놓고 있다가 밤에 사온 온습도계를 넣었더니, 믿는 도끼에 발등도 유분수지, 발효기 온도와 온도계 온도가 영 딴판임. 더 큰 문제는 발효기 센서가 5도 차이가 나야 불이 들어왔다 꺼졌다 함. 부화 온도는 37~38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발효할 때 5도 차이가 나는 건 상관 없으나, 부화할 땐 큰일남. 이런 기계인지 처음 알았음. ㅠㅠ 발효기 앞에 붙어서서 온도계 지켜보며 발효기 온도를 계속 수동으로 조절해 줌. 3시간이나 그러고 있다 발효기를 포기하기로 함. 밤새 지켜볼 수도 없는 일인지라. 좋다 말았음.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딸램이 쓰는 온수매트. 온도가 자동조절이 되니 매트 위에 올려두고 물컵 넣고 온습도계 넣고 아이스박스를 덮음.
둘째날,
아침에 보니 아뿔싸, 온수매트 온도와 온도계 온도도 서로 다름. 당최 온도란 게 기준이 뭐여? 38도에 맞췄는데, 온도계는 36도임. 밤새 이 온도로 있었을 텐데, 이거 이틀만에 폭망한 거 아님? 온수매트 온도를 45도로 올려놓으니 온도계 온도가 38도에 가까워짐. 자작 부화 박스로 여러번 부화를 시킨 경험이 있는 이웃에게 온도조절기와 컴퓨터용 작은 팬을 빌림. 아직은 가망이 있다 하여 부화 박스를 만들어 보기로 함. 사실 이때 바로 만들었어야 하는데, 쉬는 날 일이 더 많고, 애들과 콧바람도 쐬러 가야 하고, 다행히 온수매트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고 있으므로, 하루 미루기로 함.
셋째날,
그렇게 내팽개치고 논 값을 치르라는 건지, 오전에 보니 세상에~~~ 온수매트가 고장 나서 전원이 안 들어옴. 온도가 36도로 떨어짐. 원사장에게 부화 박스 얼마 걸리냐니 1시간은 걸린다고 함. 자동온도조절기 기판만 있어서 전원도 연결해야 하고, 전구도 연결해야 함. 아띠~~~ 마음이 병아리 죽은 것마냥 슬프고 힘들었음. 달걀을 깨먹는 건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부화시키려다 잘못 돌봐서 실패하는 건 병아리를 몰살시키는 듯한 기분임. 그리하여 오늘 하루 종일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함. 부화 박스를 제작하는 동안 종란 40알을 큰 방 온수매트 위로 옮김. 이때만 해도 온수매트가 두 개인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름. 뒷일은 감히 짐작도 못한 채. 이른 아침에 남은 6알까지 표시를 해서 다 집어넣었음. 39알이 잘못 되어도 6알은 태어나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다. 아띠~~~그런데 큰 방 온수매트는 50도로 올려놔도 부화 공간 속 온도는 34.6도를 절대 넘지 않음. 이건 또 뭔 조화래. 방 안은 후끈후끈한데, 부화 박스 속은 왜 썰렁한 거지? 더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태로 8시간 가량 흘렀음. 1시간 걸린다던 부화 박스가 폭망했기 때문임.
자동온도조절기에 엄청 작은 삼파장 전구 하나 연결해 넣어 테스트하니, 에게~~~ 온도가 고작 28도임. 거기에 팬까지 넣으니 26도임. 하여 백열등 2개 사와서 다시 연결함. 전원 꼽는 순간, 조절기가 펑 터짐. 으허헝~~~~아, 정말 소리 지르며 울고 싶었음. 종란들은 장시간 저온으로 생사가 불투명한데,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됨. 원사장, 그제야 이웃이 메신저로 보내준 설명서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너무 센 전구를 연결했다고 실토함. 내가 보라고 했는데, 왜 안 본 거냐고~~~~주패고 싶었음. 다 끝났어. 병아리는 다 끝났어. 그냥 후라이나 해먹자고~~~~ 그랬는데, 그 사이 원사장이 딸램 온수매트를 고침. 으잉~~~ 뭐 그리 간단해? 아무튼 구세주를 만난 기분으로 종란들을 이 매트에서 저 매트로 다시 옮김.(이거 만화로 그리면 대박 웃길 것 같음) 다시 온도 맞춰놓고 온도가 38도로 오르는 것을 기다렸다 팬을 다시 넣어줌. 팬은 통풍을 위해 필수인데, 팬이 돌아가면 온도가 2도 가까이 떨어지므로 매트 온도를 그만큼 올려줘야 함. 아니, 그랬더니 좀 있다가 다시 보니(하루 종일 들여다 본다고 왔다리갔다리~~~ㅠㅠ) 매트가 또 꺼져 있음. 아~~~~ 전두엽으로 온 열이 모이면서 욕 나올 뻔....혼자서 분풀이하듯 매트 코드를 뽑았다 꽂았다, 팬 코드를 뽑았다 꽂았다 하다가 그만 고장의 이유를 알아버렸음. 그게 매트 고장이 아니고 콘센트 고장이었다는.....;;;;;;;;;;;;;;;;;;;;
콘센트가 매트와 팬을 동시에 꽂으니 과부화가 걸렸던 것임. 이런 줄 알았으면 부화 박스 제작에 실패했어도 종란들은 제대로 온도 유지가 되었을 텐데....뭐 이런...황당한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는 건지....그리하여 현재는 팬을 다른 콘센트에 꽂아 정상 가동 중임. 그러나 하루 종일 저온에 방치되어 있어서 거의 포기 상태임. 이틀 후에 플래시에 비춰보면 세포분열이 진행되었는지 아닌지 안다고 하니,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림. 부디 6알만이라도 무사하길. 아, 나의 청리닭알들이여, 미안코 미안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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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부화하길 빕니다 ㅠㅠ

좋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