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이 보는 레인보우 합창단의 문제

in kr •  7 years ago  (edited)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딱 셋입니다. 인면조, 레인보우 합창단의 애국가 제창, 그리고 황수미님의 올림픽 찬가. 뭐 인면조는 우리만 놀랐던 게 아닙니다. http://time.com/5175064/olympic-closing-ceremony-human-faced-bird-reactions/ 그리고 소프라노 황수미님은 2014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하신 분이죠. 원래 잘 하시는 분인데, 클래식 음악이 워낙 덕후들의 세계라 대중적 인지가 없었을 뿐입니다. http://news.joins.com/article/17644149

하지만 국제결혼한 입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레인보우 합창단의 애국가 제창이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애국가 제창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한다는 것은,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도 다민족 사회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인권 이슈 중에 하나가 ‘단일민족 신화’에 집착하고 있어서 각종 차별등이 해소되고 있지 못하다는 건데... 그걸 깨고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겁니다. 애국가 제창 직후, 선수단 입장할때 청사초롱까지 들렸던 것은 좀 짜증났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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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 MBC 뉴스는 꽤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경비 등을 받았음에도 아이들 부모로부터 참가비를 받았고, 평창 올림픽 준비위에서 받은 평창 패딩까지 챙겨갔다는 이야기. http://v.media.daum.net/v/20180302203704807?f=p

이런 뉴스가 한 번 나오면 대표 신상은 바로 털리기 마련이죠. ‘한국다문화센터’의 김성회 대표가 학생운동 경력이 있으며 점점 오른쪽으로 갔다는 정치역정도 바로 폭로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성회씨는 보도자료를 자기 페이스북에다가 공개했더군요. ‘한국다문화센터’의 홈페이지에만 한 것이 아니라. https://www.facebook.com/seonghoi.kim.3/posts/2011823435524959

전, 그의 이런 행동이 사단법인인 ‘한국다문화센터’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페이스북 페이지 클릭을 하면 그동안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를 다른 사람들이 보게 된다는 것도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뭐 자기 무덤을 제대로 파 버리신겁니다. 정치적 행보와 여정을 놓고보면 누가봐도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이용해 어느 당 비례대표 정도 받아보려고 했던게 빤히 보이는 판에.

거기다 해명이라고 올려놓은 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의 돈 받아서 사는 단체는 회계가 깔끔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회계처리는 가계부보다 못한 수준으로 작성했더군요. 기업 후원을 한번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돈이 언제쯤 들어오는지 가장 잘 압니다. 그럼에도 삼성에서 5천만원을 받는데 그게 무슨 하늘에서 떨어진 돈처럼 설명했더군요.

회계 담당자가 퇴사하면서 제때 보고를 못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영수증만 제대로 챙겨도 세무사가 알아서 기장해주는데 그 조차도 안했다는 이야기니까요.

거기다 아이 가진 부모들이라면 가장 분노했을 지점, ‘아이돌 처럼 공연 뛰었다’는 증언에 대해선 제대로된 해명도 못했더군요. 그거 ‘아동학대’인데 말이죠.

문제는 당사자가 자폭을 해버리니 딱히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 혹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이야기와 진짜 문제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네요.

제국의 역사가 좀 되는 프랑스 사시는 분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왜 필요하냐고 하시더군요. 한국 사회에서 저개발 국가 출신인 분들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것은 까맣게 잊어먹고 계셔서 한 말씀으로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가정의 아이들이 음악이나 축구 같이 협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활동에 참여해 가정은 물론 지역을 바꾼 사례들은 많습니다. 천재적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키워낸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음악이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가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저 단체의 운영비용에서 인건비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더군요. 일반 단체는 20% 정도가 인건비인데 너무 많은거 아니냐고.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경우, 단체를 운영하는 오버헤드 비용이 상당히 낮은 대표적인 단체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회계 항목의 문제입니다. MSF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투입되는 비용 자체가 높아요. 전기 수도 없는 곳에 병원 만들어야 한단 말이죠. 활동가들이 의사와 간호사 밖에 없는 줄 아는 분들이 태반인데, 현지에서 수술까지 하려면 아무것도 없는 곳에 건물 올리고 전기와 통신등을 해결해야 할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있어야 합니다. 의료시설과 장비, 그리고 의약품을 갖고 오려면 물류전문가가 붙어야 하고, 이들을 관리하는 행정직원까지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이 현지 경비로 계산됩니다. 단체 운영을 위한 오버헤드 코스트로 잡히는건 본부에서 상근하는 사람들 정도인 겁니다. 그러니 낮죠.

마찬가지로 음악하는 분들은 인건비가 좀 셉니다. 그러니 대표 포함 다섯 명 정도인 조직이 인건비로 거의 2억 정도를 집행하는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뭐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참여하는 아이들이나 학부모 혹은 조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면 그가 누굴 지지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문제는 김성회씨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를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음악적 재능을 키우는데 시간을 쓰기 보다는 하루에 공연 세 탕씩 뛰어서 애들이 코피 터지게 만든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세계적 행사에 참여한 아이들이 평생 기념품으로 챙길 것을 단체를 위해 내놓으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자기 페이스북에 보도자료를 올린거구요. 자기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니 사단법인 회계를 자기 집 가계부보다 못한 수준으로 만든거죠.

어떤 것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스켄들이 터졌던 옥스팜의 경우엔 다른 단체에서 같은 문제를 일으켜 해고된 직원들이 옥스팜에 들어가서 벌인 짓이죠. 대부분의 국제구호단체들은 이 문제를 알기 때문에 감사를 상당히 세게 하는데도 저런 스켄들이 종종 터집니다. 직원 블랙리스트를 공유할 방법도 없구요.

하지만 제가 접해봤던 국제구호기구 활동가들은 자신이 후원을 하는 이들과 도움이 절실한 사람을 연결하는 ‘연결자’라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연결자’가 아니라 김성회씨처럼 단체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그 단체 소속의 사람들은 물론 단체의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이 필요한 사람들 모두 자신을 따라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리죠...

경찰이 인지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탈탈 털리고 처벌 받아야 합니다.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연결자’들이 ‘너도 혹시 그 과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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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니 안타깝네요.
아이들을 돈벌이로만 생각한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돈은 차치하고... 아침에 저 양반 페북을 꼼꼼히 읽었는데 자기 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국회의원'하고 있으니까 "난 이걸로 비례대표 받아야지~"라는 속내가 아주 노골적으로 읽히더군요.

지금도 페북 열려 있남

ㅇㅇ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음...

아이들을 팔아 돈버는 돈벌레로 보이더군요.
아이들과 부모가슴에 못질을 하는 인간.
씁쓸합니다.

정치권에 어떻게 진출해보려고 했던거니까 더 악질이죠...

좌와 우를 떠나서 내 아이라 생각하면... 그럴수있을런지... 여튼
참 인간성을 보게 되는 내용이네요.

뭐 이번 미투 운동에서도 드러나지만 이순재 선생님 같은 분은 해당 사항이 없으시잖아요. 차기 대권 후보였던 사람의 추락과 비교하면 좀 더 극적이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국제결혼 부부라 좀 많이 화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