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길 하려면 좀 뜬금없는 이야기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시간이 일제 강점기보다 길어진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어느 업계를 가든 일본말이 꽤 많이 남아 있습니다. 뭐 노가다 현장은 일본어 천지죠. 노가다야 기술용어들 대부분이 일본을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그렇다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말을 다루는 곳에서도 일제 잔재가 남아 있는걸 보면 좀 골때리죠. 지금 이야기하려는 것도 일본말, 사쓰마와리(察廻)입니다.
이건 경찰의 일본어 게이사쓰(警察)의 ‘사쓰’에 일본어로 ‘돌다’인 ‘마와루’의 명사형 ‘마와리’를 붙인 말로 초년병 기자들이 "경찰서 돌아다니는 일", 혹은 "경찰서를 돌아다니는 초년병 기자"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어느 업계든 이런 식으로 혼용하는거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요꼬는 가로, 다대는 세로라는 일본말인데 건축현장에선 다양한 의미로 쓰입니다. 형틀 공종에선 거푸집 터지지 말라고 추가로 가로 세로로 붙이는 파이프들을 부르는 말이구요, 내장쪽에선 구조물의 하중을 떠받쳐주는 지지대를 부를때 씁니다(이땐 요꼬 다대라고 하더군요). 이게 방직 쪽에서도 쓰이더군요. ㅎ
여튼, 사쓰와마리를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사회부 기자들이 입사해서 제일 처음하는 일입니다. 하루에 3시간 정도 자면서 경찰서를 돌아다니면서 기사거리들을 찾아다니는거죠.
쏟아지는 사건사고들을 빠르게 정리하거나, 아니면 정말 한가한 상황에서도 기사거리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기간 정도로 치는데... 요즘은 뭐 거의 안한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앞장서서 경찰서를 찾아다니는 신삥 기자들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길 들었던게 거의 10년 전이기도 하구요.
이 이야길 왜 하냐면요... 31번 환자 같은 분들, 사쓰마와리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겁나 많이 봤을 거기 때문입니다. 그걸 못봤다면 기자로서의 능력이 0에 가까우니 다른 업종 찾아가야 할 분들이죠. 아니, 현직 노가다가 아는 것도 모른다면 그 업계 종사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뭔 말이냐구요? 자신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중 상당수는 바로 멘탈이 녹아버립니다. 그리곤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한 일들 모든 걸 다 부정해요. 의경출신들도 맨날 본건데 그걸 못봤다?? 그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어 그런데 그런 경험이 없을 저는 이걸 어떻게 아냐구요? 제가 인생이 좀 드라마틱하다보니 재난현장에 있었던 경우가 꽤 되거든요. 거기서 멘탈 녹은 사람들 한 두명 봤겠습니까?
전 그래서 '정신력' 들먹이는 사람들, 항상 거리 둡니다. '정신력' 들먹이는 분들은 자신이 충분히 자원을 제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험한 일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아니면 그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 달고 사는 말이거든요. 그리고 인간의 멘탈이라는게, 한번 나가면 자기 스스로 깨진 조각조각을 줏어서 붙이지 못합니다. 멘탈 강화요? 풉. 방어막 치는 법이라면 몰라도 멘탈은 강화할 방법도 없어요. 정신과 선생님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뭔데요.
근데 뭘 근거로 저는 31번 환자가 멘탈 녹은 상태가 빤하다고 하냐구요? 너무 정형적이니까요.
지방은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고등교육을 받아서 대기업에서 일하고, 그리고 꽤나 잘나가던 경력을 쌓고 퇴직한게 아니라면, 혼자 사는 61세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런 분이 다단계 회사에 다니고 있고, 사이비 비판을 받는 종교를 갖고 있는 상태다. 거기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겁나게 돌아다녔다...
이 프로필이면 이 분의 처지 대략 나오지 않나요? 몸이 아파서 죽을 것 같더라도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박정희식 개발독재 사고가 아예 인이 박혀 있는 분일 겁니다. 그만큼 절박한 상태에서 사셨던 분일꺼구요. 절박한 사람들이 사이비 교단에서 안식을 찾는게 뭐 그렇게 예외적인가요. 한국에 왜 그렇게도 많은 사이비 종교들이 있겠어요. 삶이 겁나 팍팍한데, 사회복지 시스템은 제대로 인스톨도 안되어 있으니 그런거죠.
거기다 청도에 갔는데 찜질방에서 잤다...면, 그거 교주 형 장례식장 시다바리하러 갔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자기 위안일 분이 나라를 통으로 말아먹고 있는 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로, 그리고 자신이 소속감을 가지는 유일한 '사회'인 자신의 종교 공동체를 사회의 공적으로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본인이 대역죄인이라는 자각과 그 자각을 부정하고 자신은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는 자기변호, 이 두 가지 사이를 하루에도 수만번씩 오고가고 있을 겁니다.
사쓰와마리 했던 기자라면, 이런 분들 수도 없이 봤을거에요. 사고치고 경찰서 유치장 들어와서 현실부정하는 분들은 경찰서 의경들도 수없이 보는 사례니까 말이죠. 기자에게 미드 닥터 하우스의 격언 "Everybody Lies"가 낯설다면 그거 문제가 많지요.
멘탈 녹은 분에게서 '가치 있는 정보값'이 나올리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분을 접촉하는 이유는 뭘까요? 뭐긴요. 클릭장사하려고 그러는거죠. 아니면 다른 정치적 아젠다가 있거나.
COVID-19가 좀 잠잠해지고 나면, 언론들의 이 짓거리는 반드시 실명으로 기록해놔야 합니다. 어느 매체의 어느 기자가 이미 멘탈이 나가 받아낼 수 있는 정보값이라곤 0인 분에게 계속 연락을 했는가. 어느 재난상황에서건 그 사회를 붕괴시키는 것은 공포인데 그 공포를 가지고 장사한 놈들의 명단은 역사의 벽에 세겨놓아야죠.
더불어 그리고 문제의 그 교단과 같은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말이죠. COVID-19가 이번에 보여준 것은 중국의 최대 약점이 공산당 그 자체임을 까발겨줬잖아요? 역시나 일본의 최대 약점이 저 병맛 관료제고. 대한민국의 최대 약점이 사이비라고 비판 받는 신흥종교라는 것을 보여줬다면, 여기에 대한 사회적인 연구가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바이러스가 때때로 튀어나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게 인간 역사였으니 다른 바이러스가 문제을 일으킬거라는건 "정해진 미래"인데 말이죠.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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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 환자에게 접촉하는 것이나 클릭장사를 하는 것도 당연히 일어나는 상수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가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요. 하지만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제가 아는 만큼은 주변사람에게 공유함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천지를 몰아세우지 말자고 어느정도 설득해봤지만, 먹히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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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는 첫 번째 정보전염병 발병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죠...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15184/the-coronavirus-is-the-first-true-social-media-infodemic/?utm_campaign=site_visitor.unpaid.engagement&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utm_content=2020-02-23&fbclid=IwAR2sbG7PGIIpXUMHR-t2_mE_YGckU-c8mjrtQ_LQ9TknEVzc85vZ3fdYiOU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서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때... 바이러스보다 빨리 퍼지고 있는 혐오와 공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 딴엔 이쪽 짬이 일반인들보단 좀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썼는데요... 관종이라고 욕 먹고 있네요. 더 이상 이 사안으로 글 쓰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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