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반대 집회를 조직하는 미국 청소년들이 넘어야 하는 벽

in kr •  7 years ago  (edited)

우리 설 연휴가 막 시작했던 2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퇴학생 한 명이 어마어마한 총기테러를 벌인 거죠.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학교의 퇴학처분에 불만을 품은 학생 하나가 AR-15 소총을 학교에 들고가 죄 없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총기를 난사 17명의 학생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http://hankookilbo.com/v/45cb7c4a988b43d794055e795df13bb7

친구들을 잃은 것에 분노한 고등학생들은 ‘일어서라: 스톤맨 더글라스 학생들이 행동을 요구한다’면서 추모 집회를 조직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일보 보도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상으로 보시려면 이 영상을 보시면 될 것 같구요.

한 달 뒤인 3월 14일 오전 10시에 학교 밖으로 나와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전국적으로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이 넘어야 할 벽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전역에선 미국 꼴통들이 자신들의 본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줬었습니다. 2017년 8월 12일 샬러츠빌(Charlottesville)에서 백인우월주의 반대 시위대에 차가 돌진했던 것은 미국의 가려졌던 민낯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총기와 관련해선 더 참담합니다.

작년 3월,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의회에 ‘공화당’(민주당 아닙니다. 공화당입니다) 주의회 의원인 도디 홀튼(Sylvia Delores Miller Horton)이 루이지애나주 보안관 협회의 지원을 받아 법안 하나를 발의합니다. 모의 총기(총처럼 생긴 장난감들이죠. 서바이벌 게임용으로 쓰이기도 하는)를 학교나 학교행사에 갖고오면 최대 6개월간 구류하는 법안이었습니다. 보안관 협회의 입장은 간단했죠. 애들이 바보 같이 장난감 총을 갖고와서 경찰 앞에서 멍청한 짓하다가 워낙 많이 사살되니까 그런 일 없도록 하자는 거였죠. http://www.theadvocate.com/baton_rouge/news/politics/legislature/article_983f8a24-0446-11e7-a979-63672c402eea.html

그런데... 이게 총을 워낙 사랑하는 루이지애나 주에서 이 법안이 나왔다보니 바로 전국적 이슈가 되어버립니다. 법안을 발의한 도디 홀튼 의원은 미국 전역의 공화당원으로부터 ‘짝퉁 공화당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써야 했고, 이 법안의 목적이 아이들 보호라는 것이었음에도 씨알도 안 먹히죠. 무조건 수정헌법 2조만 들먹이는 사람들 앞에선 모든 논의가 공중에 떠버렸죠.

참고로 미 수정헌법 2조 전문은 이렇답니다.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결국 이 법안은 조용히 철회됩니다. http://www.theadvocate.com/baton_rouge/news/politics/legislature/article_986cb390-2602-11e7-814a-e7d182461ecb.html

한국으로 치면, LGBT는 무조건 지옥에 가니까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는 분들 앞에서 ‘차별금지법’이 표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거죠. 저야 물론 학생들이 승리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만,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전 오바마 대통령도 본인이 총을 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던 미국에서, 그리고 바로 작년에 저런 소동이 벌어졌던 미국에서 학생들이 겪게 될 일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Pigs-fly-courtesy-thehill.com_-600x337.png

그저 신의 가호와 부처님의 가피와 알라가 함께 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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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총기 난사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많은데 워낙 많은 이권이 얽혀있다보니 해결이 안 되네요
참.. 누구를 위한 무기인지 안타깝습니다

대형 할인점에서 총 살 수 있는 나라니까요. 미국에서 총은 단순히 무기라기 보단 신앙의 상징 비슷하게 된 것 같습니다. ㅠㅠ

저는 그래도 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걸고 싶어요.

그렇죠. 아이들에게 미래를 걸어야 하는데... 어마어마하게 힘든 길이라는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