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ven의 秀討利(Story) 120 : 감시의 시대, 고발의 시대에 대한 분노

in kr •  5 years ago  (edited)

Raven의 秀討利(Story) 120 : 감시의 시대, 고발의 시대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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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차량용 블랙박스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했습니다.

전에는 사고가 났을 때 사고조사 상황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차된 차에 대한 파손에 대해서도 블랙박스라는 기계가 하나의 안전장치처럼 인식되었습니다.

즉, 차량용 블랙박스는 자기방어차원에서 매우 유용했습니다.

가끔 범죄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차량용 블랙박스는 범인을 검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찰에게 큰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운전자들의 자기방어를 위해 너도나도 설치했던 블랙박스.

그런데 이런 소극적 용도를 넘어서 경찰은 이런 블랙박스의 유용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국민제보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차량용 블랙박스를 도로 교통법규의 감시체계로 끌어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비용도 안들고, 인력충원도 필요없고, 범칙금은 더 많이 거두어들일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제도였습니다.

도입 초기 경찰 입장에서 이 것을 운영하더라도 포상금도 없고, 서로 눈감아주는 한국인의 정서를 생각해 얼마나 큰 성과가 있을까하며 엄살을 피웠지만,

나쁘게는 고소와 고발이 남발하며 남의 고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어긋난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짐과 동시에 스스로 과시하고 자신의 정의로움을 sns등을 통해 인증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행동적 경향, 경찰이 일을 잘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어하는 공권력 불신 등과 같은 마음이었든,

좋게는 공익적 제보를 통한 사람들의 경각심유발로 그릇된 교통문화의 개선을 위해서였든,

예전의 파파라치 포상금제도에서 포상금이 빠져있는 돈 받지 못하는 이 스마트국민제보는

신고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요즘은 교통경찰의 주업무가 바로 이런 공익제보처리가 되었습니다.

신고건수가 전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는 바로 기술의 발달로 의한 신고 편의성의 증진 때문이었습니다.

신고의 과정은 간단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와이파이가 되는 블랙박스는 메모리칩을 꺼낼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영상을 휴대전화로 확인하고 앱을 통해 몇가지 사항을 적고, 동영상을 업로드하면 끝이었습니다.

만약 신고가 이렇게 간편하지 않고 더 귀찮고 복잡하며,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신고하는 사람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할 만큼 신고하는데 들여야할 기회비용이 더 크다면 신고량은 지금보다 적었을 것입니다.

즉, 이 것은 마치 경찰이 이렇게 신고하기 편하게 환경을 조성해서 신고가 매우 간편하고 편리하니 마음껏 신고하세요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쨋든 신고는 매우 쉽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이 앱 덕분에 교통사고 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주변의 시선을 걱정해 조심해서 운전해서 그렇다는 것인데...

그럼 사람들이 교통법규 위반이 줄어들어야 하고, 신고건수는 줄어들어야 할텐데, 시민들의 스마트국민제보에 의한 신고건수는 가면 갈수록 크게 증가하기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은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겠다며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대폭 인상했습니다.

바로 이 대목이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바로 전 국민의 손에 쥐여진 스마트폰과 대부분의 자동차에 장착된 블랙박스 영상, 그리고 서로를 신고하고 신고하며 물고 뜯는 인간의 복수심리를 이용하면서 범칙금 액수를 올린다는 것은 어부지리를 통해 국가가 서민의 주머니를 더 털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이 될 요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담배값이 인상되고... 결국 정부의 세수는 늘었고, 흡연자들은 금연하지 못한채로 서민들의 주머니는 전보다 더 쪼글아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찰과 구청이 세금으로 걷을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지만, 이런 범칙금과 과태료는 쉽게 국민들 주머니를 털 수 있는 합법적인 삥뜯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거둬들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전부터 이런 격언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교통단속을 많이하는 것은, 국가에 돈이 필요해서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경찰은 이런 말을 듣지 않아도 됩니다. 사람들이 알아서 스마트하게 돈 벌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다른 놈이 버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에서 경찰은 이런 블랙박스 신고가 너무 많아 처리하느라 행정적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는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말단 경찰들은 일거리가 늘어난 것이 많을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이 있을까 싶습니다.

물론 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신고가 많다고 꼭 좋은 세상이 되고 도덕적인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권익위의 공익제보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포상금 헌터들을 막기 위해 내부고발자에 한해서만 지급하고 있습니다.

각종 교통법규 스마트 국민제보가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운영되고 있고,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아 헌터들이 몰리지 않을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신고하는 자의 심리에는 공익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남을 벌하고 싶은 심리, 자신이 신고를 당해봤기 때문에 나도 한다는 심리가 자리잡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남을 깎아내리면 자기가 올라선다고 생각하는 심리를 가진 것이 인간이고, 이런 심리가 사회에 만연한다면 불신과 감시의 시대가 초래되고, 그 것은 예전 독재정부, 공산정권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인간은 감시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남을 몰래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내로남불입니다. 신고 당한 사람과 신고한 사람의 차이는 블랙박스 설치여부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정과 여유가 있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교통법규 잘 지키면 될것 아니냐고. 불법을 신고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부패와 불합리가 아직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이 많은 부분은 우리 서민들끼리가 아니고, 저 위에서 국민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들입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이런 스마트폰 신고 제도와 앱이 만들어졌을지, 이이제이로 국민들끼리 서로를 견제하고 믿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서로 뭉치지 못하고 분열하도록 하기 위해서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서로를 분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믿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교통법규단속을 모든 국민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 세상에 감시받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몰래 찍어서 신고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증폭된 세상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국민제보로 상품권 보냈다고 자랑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쓰며, 마치 자신은 정의로운 모범시민양 우쭐대는 꼴을 보면... 불쾌감이 밀려옵니다. 그리고 구역질이 납니다.

법규를 지키지 않은 사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사회를 만든 이 현실에 대한 씁쓸함과 분노 때문입니다.

작금의 국가는 서민끼리 서로 신고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되며, 서로의 주머니를 터는 이 더럽고 추잡한 모습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확산되는 데에는 분위기 조성하는 몇 명이면 충분합니다. 인터넷 상의 키보드워리어 들이 이런 신고앱에서도 역시 워리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익명성에 기대 누군가에게 골탕을 먹이는 쾌감을 즐기는 이들의 습성이 고쳐질리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신고가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은 분명 비정상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는 필요합니다. 단, 나와 직접적 관련이 있을 시에만 허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신고 당한 사람도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고절차를 다르게 바꿔야 합니다. 자기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있거나, 목격자를 찾는 경찰수사요청에 대해서만 가능하도록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분별한 신고를 조장하는 교통경찰의 앵벌이 앱을 폐기처분 해야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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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대문 만들어주신 @kiwifi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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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얼마전 저도 주차위반 딱지를...ㅜㅜ

그러셨군요. ㅜㅜ 그건 경찰이나 구청 단속에 찍힌 것인지, 누군가의 스마트폰이나 블랙박스에 의한 신고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