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년 전 일로, 그때가 아마 초등학교에 막 입학할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저희집 옆방에는 세입자였던 신혼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옆방 새댁은 당시 꼬맹이던 저의 눈엔 마치 누나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그 새댁을 잘 따르며 가끔 놀러도 갔습니다.
사실 그 새댁이 xx야, 여기서 놀아. 하면 저는 굉장히 기뻤습니다.
왜냐?
그분은 늘 간식을 챙겨 주셨거든요.
먹을 게 귀했던 시절, 누가 뭘 주면 그게 그리 고맙고 좋더라고요.
당시 핫도그 튀김기라고 검정색 화로같이 생긴 게 있었는데, 그걸로 핫도그를 만들어주시곤 했죠.
그땐 소세지가 햄역할을 했는데, 그래도 케찹과 설탕을 묻힌 그 핫도그가 이상하게 맛있더라고요.
여하튼 그분은 저희 어머니가 퇴근하고 돌아오시는 시간까지 거의 제 곁에서 어머니노릇을 해주셨습니다.
어린 마음엔 항상 다정하게 잘 웃어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챙겨주시니, 차라리 이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마당에서 친구랑 놀고 있었는데, 어떤 중년 아주머니 둘이 저희집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시는 겁니다.
파란철문이 아주 부서질 정도로, 꽤 과격하셨던 두 분이 다짜고짜 저를 보더니
"여기 새댁 어딨어!" 하는 겁니다.
놀란 저는 손짓으로 저기... 하며 더는 말을 못 이었죠.
그러자 그들은 옆방 문을 세차게 열더니 신발을 신은 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해괴한 장면에 저는 넋이 반 나갔습니다.
이후 살림부수는 소리와 고성... 이어 새댁이라 불리는 아줌마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들은 옆방 아줌마의 머리채를 잡아 흔들며 이 첩년이, 하며 가만 안 둘 것이라 했습니다.
저와 친구는 당시 그 상황을 피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들이 사라진 후, 옆방 아줌마는 엉망진창이 된 방과 셋방부엌을 말없이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후 얼마간은 옆방 아줌마를 비롯한 그분의 남편도 보이지 않았고... 일주일도 안 돼 도둑이사를 가버렸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옆방 아줌마의 남편분은 제법 나이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후 성인이 되어 그때를 떠올려 보니.. 그 단아해 보였던 옆방 아줌마는 결국 불륜녀에 불과했습니다.
뭐 글을 쓰고 보니 괜히 착잡합니다만.. 도덕불감증에 걸린 사람들에겐 동정의 가치는 없죠.
;;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요즘따라 어릴 적 일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이.. 아무래도 제가 늙어가는 모양입니다.. 하하.
전 누구누구야.. 여기와서 놀아, 하면 옆집 누나가 생각나죠.
옆집 누나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다 착했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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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 참.. 헛헛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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