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탐험에 나선 김홍민(24, 휴학생) 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한지 3일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김군의 스물넷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임이 틀림없다.
사실 김군은 아직 군복무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학창시절 여름성경학교와 수학여행을 제외하고는 여행은 커녕 제대로 된 외박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김군이 150:1의 경쟁률을 뚫고 오지탐험대에 선발 된 이유는 1차 서류전형만 합격하면 랜덤추첨 형식으로 선발되는 오지탐험대의 이상한 선발과정도 있지만, 무기력하고 일상에 찌든 현대인을 날것의 정글에 던져 놓고 생존을 관찰하는 오지탐험대 프로그램의 취지와도 잘 맞았기 때문이리라 추측 해 본다.
하지만 정작 김군이 부모와 주변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지탐험을 떠나게 된 배경에는 놀랍게도 아무런 사연이 없다.
항상 그랬다.
주변의 기대와 걱정어린 시선을 언제나 탄식과 안타까움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김군이 가장 가치있게 생각하는 일 중 하나였고, 이번 오지탐험도 그 연장선에 있을 뿐이었다.
김군의 부모와 친구들이 말리긴 했지만 내심 그들의 마음속에는 '가서 고생하고 정신좀 차렸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김홍민군은 오지탐험을 통해 극한의 상황을 겪고 한층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리란 주변의 기대를 망가트릴 생각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비행기로 20시간, 포장도로를 19시간, 비포장도로를 17시간달려 도착한 이름모를 정글의 꿉꿉한 공기가 김군을 반겨주었다.
아직 정글의 초입일 뿐 이었지만 사람들의 옷이 미처 덮지 못한 맨 살들은 이미 정글모기들의 테러로 울긋불긋 부어있었다.
긴 비행과 불편한 잠자리, 입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으로 스탭들과 참가자들 대부분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였다.
오지탐험대의 총괄을 맡은 스태프가 마지막으로 탐험대에게 전달사항을 전해주었다.
“제가 지금까지 드린 말씀 꼭 명심하시고, 7일 뒤 이곳으로 반드시 돌아 오셔야 합니다. 그럼 촬영을 시작하겠습니다.”
스탭의 슬레이트소리와 함께 전국에서 모인 12명의 오지탐사대와 촬영을 위한 60여명의 스탭들의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그때 김군이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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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탐사를 포기하겠습니다.”
김군을 제외한 70여명의 140여개의 눈빛이 김군에게 조명되었고 김군은 또한번의 멀티 오르가슴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