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수 없는 신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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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한달 전 수많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점령한 신발이 있다.
스니커즈 매니아들의 인스타그램을 도배한 신발은 바로 OffWhite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Nike의 협업으로 탄생한 열가지 모델의 나이키 슈즈이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기존 진행하던 방식의 추첨이 아닌 Offwhite_Seoul의 공식 SNS계정을 팔로우하고 리포스트와 해시태그라는 아주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만 참여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시물당 2.5만이 넘는 리포스트와 7만3천명의 팔로우를 모집했다.
이번 응모이벤트를 통해 몇족을 풀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극악의 당첨확률이라는 풍문과 사실상 신발을 공짜로 뿌려도 이득일 정도의 광고 성과를 거둔 셈이다.

칸예웨스트는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아디다스와의 협업에서 ‘모두가 이지부스트를 신을 수 있게 하겠다’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20종이 넘는 신발을 쏟아냈지만 그 신발을 손에 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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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많은데 내껀 없다.>

소수 매니아들만의 문화로 여겨지던 ‘한정판 운동화’ 수집이 일반 대중들에게 확산이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살 수 없는 신발’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이제는 열광을 넘어서 한정판이 아닌 신발은 유행의 반열에 낄 수 조차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정판 신발의 시초를 찾아보면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1984년 Air Jordan1 시리즈부터 시작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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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시작, Air Jordan1>

물론 에어조던 시리즈가 처음부터 한정판을 노리고 출시를 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에어조던의 인기는 그 당시 공장 생산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엄청났고 그때 나이키는 한가지 깨닳음을 얻는다.
바로 신발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상품은 한정된 수량만 발매하는것이 매출이익은 낮지만 낮은 재고와 빠른 회전율로 순이익이 높아진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없는 상품을 구하고싶어 안달이 날 수록 입소문을 퍼트린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나이키는 조던 생산공장을 절대 풀가동 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는 나이키를 보며 이를 갈았을 아디다스를 생각하니 이지부스트의 성공이 얼마나 기뻣을지 상상이 간다.

하지만 ‘살 수 없는 신발’의 유행은 브랜드의 고도의 판매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오프화이트와 나이키 그리고 칸예 웨스트와 아디다스, 나이키의 에어조던 시리즈는 한정판이라는 점 이외에 공통점이 또하나 있다.
바로 랩퍼, 가수등 인기 연예인을 비롯한 셀럽들은 신발이 발매가 되기 전부터 신고 SNS에 자랑아닌 자랑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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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국내 정식 발매 100일도 전인 무려 7월 30일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프화이트와 나이키의 콜라보 에어조던1을 신은 사진을 올렸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니 이 ‘살 수 없는 신발’들은 판매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곳에서 몰려온다.
그래서 오늘, 일반인은 살 수 없지만 셀럽들은 판매가 되기도 전부터 신고다니는 이 이상한 신발의 현상을 제대로 한번 파헤쳐 보려고 한다.

우선 하나의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 현상으로 누가 이익을 취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 이익의 크기가 크면 클 수록 현상과의 관여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도대체 한정판 신발로 가장 큰 이익을 취하는 집단은 누구일까?

1 브랜드
신발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은 한정판 신발의 명실상부한 혜택의 수요자들임이 틀림없다.
그들은 생산하는 족족 다 팔려버리는 신발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마케팅효과는 덤으로 얻으며 신발을 사기위해 캠핑도 마다하지 않는 매니아층도 얻는다. 아마 신발 판매로 얻는 수익보다 더 큰 무형의 이익을 얻을지도 모른다.

2 셀러브리티
랩퍼, 가수, 모델 을 비롯한 셀럽들은 브랜드로부터 협찬받은 신발을 자신의 SNS에 올린다. 불과 몇분 사이에 최소 1만명에서 많게는 1000만명의 계정에 셀럽이 올린 한정판 신발의 사진이 게시가 된다. 브랜드는 거의 돈 한푼 들이지 않고(광고비를 제공하고 협찬하는 경우도 있다.) 엄청난 광고효과를 누리지만 셀럽은 자신이 유행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SNS로 몇분만에 수십만명에게 공식적으로 자랑(홍보) 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히 갖춰진 요즘은 ‘살 수 없는 신발’ 의 최고의 전성기임이 틀림없다.
셀럽들은 한정판 신발을 통해서 광고수익과 명성그리고 ‘살 수 없는 신발’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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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부스트를 갖지 못한 도끼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3 리셀러
한정판 신발, 한정판 옷, 한정판 레고 등 한정판들이 무한정하게 쏟아져 나오면서 캠핑이나 추첨을 통해 발매가에 물건을 구한 뒤 프리미엄을 얹어 물건을 되파는 리셀러 라는 직업이 생겨났다. 이지부스트 추첨일에 추첨매장 근처를 둘러보면 신발 당첨자들과 흥정을 하는 리셀러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예 리셀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나 양복을 입고 수첩을 들고다니며 매장에서 신발을 받아 나오는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두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얹어 중국으로 수출된다. 전문 리셀러들은 서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전문 리셀러들이 이지부스트가 한번 발매되때마다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상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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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부러운건 어쩔 수 없다>

4 대중
슈프림, 이지부스트, 에어조던이 발매된다는 메일이오면 대중들은 가슴이 뛴다.
‘이번에는 100% 당첨이다’
하는 부푼 마음을 진정시키고 정성스럽게 응모에 참여한다.
때로는 엄마, 아빠, 동생, 친구에게 부탁해 여러 아이디로 응모를 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하라고 하면 팔로우를 하고 태그를 달으라면 태그를 달고 리포스트를 하라고하면 리포스트를 한다.
그리고 밤마다 침대에 누우면 한정판 신발을 신은 모습을 상상하며 잠이든다.
어김없이 찾아온 추첨일. 부푼 마음으로 문자를 기다리지만 도무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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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넌 못신어^^*>
결국 소유욕을 제어하지 못한 대중은 발매가의 2배에 가까운 60만원을 주고 리셀러에게 이지부스트를 산다. 하지만 60만원 이상의 만족과 행복을 느끼며 칸예웨스트의 감성에 취한다.
이 대중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신발을 손에 넣게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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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중들은 FUCCBOI 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위 네가지의 예시 중 누가 가장 많은 이득을 취했을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행복을 얻은 대중이라고 믿고싶을 따름이다.

과연 이 ‘살 수 없는 신발’을 사는 대중들이 한정판이라는 희귀성의 경제학적 원칙에 의해 기꺼이 거금을 지불하는 것 일까?
나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이들은 신발이 희귀하기 때문에 갖고싶어하기 보다 자신이 소속되고싶어하는 집단과의 동질성을 느끼기 위해 신발을 갖고싶어한다.
수십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SNS 패피들은 공통된 유행을 공유하며 ‘멋쟁이라면 이래야해’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쩌면 이런 유행을 쫓는 대중들은 스스로 더 좁은 문화에 갇혀버린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유행을 쫓는 대중들을 비난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망하는 집단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일방적인 유행을 생산하는 사람들을 탓하는게 더 마땅해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 수 없는 신발’은 언제까지 그 명성을 누릴 수 있을까?

그에대한 명확한 대답은 할 수 없겠지만, 한정판의 과잉은 역설적으로 한정판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반증하는지도 모르겠다.

@r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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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my write

한정판=희소성이라는 공식이
투자에도 코인에도 부동산에도 먹히는것 같아요
하나의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잡음은 확실하네요
좋은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좋게 말해서 마케팅 기술이지, 어찌 보면 (조금 과장 보태서) 사기 같기도 한것 같아요. 요즘 보면..
코인시장도 마찬가지인듯....

잘 배우고 느끼고 갑니다

물욕이 없으면 이렇게나 편한 것을 말입니다. 자기 주관이 확실하면 저런 한정판에 끌릴 일도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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