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에 비해 볼거리가 비교적 적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가볼 만한 곳을 꼽으라면 아우터 뱅크스나 월밍턴, 머틀 비치 등 해안지역을 주로 꼽는다. 내륙 쪽에서는 주로 빌트모어 에스테이트를 꼽는데 이곳 사람들은 주로 가을에 그레잇 스모키 마운틴, 블루리지 파크웨이를 가는 길에 주로 들른다.
평지만 끊없이 펼쳐져 있는 곳에 살다가 애쉬빌(빌트모어가 있는 곳)에 오니 한국처럼 산도 많고 저 멀리에는 꽤 큰 산맥이 펼쳐져 있다. 오랫만에 보는 산이니 좋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저 멀리 산 풍경을 찍고 있자니 아내가 또 한국 같아 보이는데 왜 사진을 찍냐며 한 마디한다.
어쨌거나 애쉬빌에 전날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 아침 일찍 빌트모어로 향했다. 미리 인터넷에서 사둔 입장권을 입구쪽 비지터 센터에서 찾았다.(참고로, 코슷코에서 사면 몇 불 더 싸게 살 수 있다니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가기전에 코슷코 들르는 것도 지혜일 듯)
그런데 입장권을 찾아서 저택으로 향하는데 차를 몰고 한참 걸린다. 이런 곳이 개인 저택이었다니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은 건지...원...
주차장까지 왔는데 또 차를 두고 또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단다. 크긴 크다..
이렇게 생긴 셔틀을 타고 저택 앞에 도착했다.
빌트모어 저택은 알려진대로 철도왕 집안의 후손인 조지 밴더빌트가 지은 개인 저택이다. 사실 밴더빌트 가문은 이전에도 CNN 앵커 앤더슨 쿠퍼 때문에 알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바로 이 집안 출신인 글로리아 밴더빌트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 'Dispatch from the edge' 를 읽다가 슬픈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위키디피아에서 빌트모어에 대한 역사를 좀 찾아보니 1880년에 조지 밴더빌트가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에 여행을 왔다가 이곳에 가족 별장을 짓기로 결정을 해 대역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과 그의 나이 26세의 일이다.
그렇게 저택 공사가 이루어지면서 밴더빌트는 계속 주변 땅을 매입했는데 나중엔 그 규모가 5백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규모였다고 한다. 말을 타고 여행하면 일주일이나 걸리는 크기였다니 규모를 짐작할 수도 없다.
하지만 조지 밴더빌트가 사망한 뒤 그의 아내가 대부분인 3백 50제곱킬로미터의 산림을 정부에 에이커당 5불에 넘겼다고 한다.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산림 보전을 위한 조지 밴더빌트의 유지에 따라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줄어들고 줄어들어 현재는 52제곱킬로미터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남부 여행을 하면서 플랜테이션을 몇 곳 다니며 저택 투어를 해본 적이 있지만 이곳은 그곳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부의 규모가 부유한 농장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집앞에서 가정의 평화와 나쁜 악귀를 쫓기 위해 동물상을 세워놓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같은 풍습이었나 보다. 그곳에서 입구 양쪽을 큰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
!
안타깝게 저택 내부는 촬영이 절대 불가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말보다 사진을 보여주는게 더 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설명을 좀 해야한다.
일단 저택은 곳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도록 잘 관리돼 있다. 저택 2층에는 전시관이 있어 빌트모어 저택의 역사를 볼러볼 수 있도록 돼 있다.
조지 밴더빌트가 사망하고 그의 미망인과 딸이 이 저택에 살았는데 딸인 프랜시스 세실이라는 명망가와 결혼한 뒤에도 함께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공황이후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저택을 개방해 달라는 요구에 1930년에 공식적으로 빌트모어 저택이 일반에 개방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저택을 보전하기 위해 이 곳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개방하기 위해 저택을 보전하는 것입니다."
전시관에 있는 프랜시스 세실의 말이다. 저택 보존을 위한 노력도 함께 알 수 있었는데, 저택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벽지(정확히는 고급실로 수놓아진 천을 벽지처럼 벽에 붙여놓았다.)도 낡은 것들은 고증을 통해 프랑스로 주문생산해 보수를 하고 있었다.
저택에서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용되는 곳. 저택 뒤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손님을 초대해 티타임을 갖는데 사용된 곳이라고 한다.
지하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연회를 치렀는지 알 수 있는 규모의 조리실과 식료품 창고가 있다.
또, 지하 풀장과 볼링장, 샤워시설까지 갖춰져 있어서 손님들이 연회뿐만 아니라 운동도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엔 빌트모어 저택 외에도 와이너리가 있다. 와이너리까지는 다시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가 개인 차량을 몰고 가야한다.
이렇게 어두컴컴한 와이너리 안을 걷으며 와이너리의 역사를 둘러본 뒤 와인 무료 시음을 할 수 있는 바가 나온다.
아내는 그 무료 시음 코너만을 기다리고 이곳에 온 것인데 생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아내는 원래 미국 운전면허가 없어 신분증이 없었는데 시음 코너에서 아이디를 보여달라고 한 것이다. 미국 운전면허가 있는 난 보여주고 "그녀는 내 아내야"라고 말했지만 역시 먹히지 않는다.
"그건 상관없고 신분증이 없으면 그녀는 시음 못한다."란 매몰찬 답변이 돌아온다.
참나...같은 말이라도 좀 예쁘게 해주지...이런 일엔 칼인 미국에서 아이디를 안 갖고 왔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하지만 아내가 문제였다.
기대가 무너진 아내는 코끝이 빨개지며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와이너리를 보기도 싫다며 가자고 한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아내를 달래주느라 나는 진땀을 뺐다.
이런 사연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구경할 만한 곳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가 있는 곳이라 이런 저런 뒷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다.(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대도시보다는이런 곳 같이 이야기거리가 많은 곳들이 더 좋아진다.)
마무리 교훈은 미국에서 시음이나 미성년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음주 등을 하려면 반드시 여권이나 아이디(운전면허증 등)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여행은 미국 남부입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으로 갑니다! 팔로우와 보팅 부탁드리고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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