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ng's Diary] 나는 못난 선생이다.

in kr •  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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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thbardianism 입니다. 본의 아니게 번역 시리즈를 연재하는 와중에 이렇게 색다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냥..뭐랄까. 이제는 사적인 글을 써봐도 될 거 같아서 제 이름을 딴 Woong's Diary 를 써볼까 합니다. 요즘 제자들 시험기간이라, 그거 준비하느라 연재 진행도 못하고 있네요. 다음주엔 번역도 끝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반말로 쓸 거니까 주의해주시고..

작년부터 난.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다. 그 사정이 무엇인지는 남들과 공유하기 싫다. 하여튼 난 그런 사정으로 인해서 잘 하고있던 학업을 중단하고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뭐랄까, 아직 대학교 학사 학위도 없는 내가 어떤 회사에 취직하기란 힘들었다. 뭐, 취직이야 할 수 있겠지만, 난 언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지 모르는 신세였기에 1년 내지는 2년 정도 나를 써줄 곳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면접에서 오래 일할 수 있다고 거짓말 치기는 싫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거짓된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나는 미국에서 유학을 8년동안 하고 백화점에서 신발과 옷을 팔았다. 물론 면접 때 부터 아니 해외파가 왜 이런 일을? 라는 식의 질문들에 대답하느라 진저리가 났다. 누군가는 내가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고, 누군가는 너무 곱게 자랐을 거 같다며 나를 거부했다. 그렇게 여러 면접을 거쳐서 난 백화점에서 일을 했고, 일을 하는 4달동안 굉장히 뜻깊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돈을 더 많이 벌고싶었다 그리고 난 주말이 없는 판매직이 힘들었다. 그래서 난 내가 영어를 잘 하니까, 그 장점을 살려서 천안 교육의 메카인 불당동으로 갔다.

선생님, 그 가벼운 줄 알았던 이름.

난 내가 잘 해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여태까지 남들 앞에서 강의를 한 적도 많고, 영어는 내가 무려 8년동안 쓴 언어가 아닌가.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었고, 대학교에서 그 어렵다는 철학과 경제학을 굉장히 잘 해왔던 나였기에 중,고등학교 아이들 영어 쯤이야 식은죽 먹기라는 생각으로 면접을 봤다. 나는 그렇게 영어 선생님이 되었다.

역시나, 영어는 쉬웠다. 중학교 영어든, 고등학교 영어든 다 쉬웠다. 내가 대학교에서 읽은 서적들에 비하면 어휘나, 주제가 더 쉬운 것들이었고, 나는 이제 쉽게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학원 선생님으로써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결코 쉽지가 않았다. 나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제자들에겐 복잡한 개념들이었다. 그리고 난 그 개념들을 설명하는 방법들을 몰랐다. 잘될 줄 알았던 나의 강의는, 허점 투성이에 실수 투성이로 변해갔다.

심지어 어쩔 땐, 제자들이 맞고 내가 틀리는 경우도 있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영어를 이정도로 못했나. 그리고 나는 과연 선생이라고 불릴 수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은 적어도 그 분야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알고 있어야 했다. 아니, 적어도 제자들이 틀리고 선생이 맞는 그런 상황을 초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데 난 그런 선생이었다.

맨 처음엔 "돈만 벌면 돼"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일을 계속 해야하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내 제자들에게 정말로 적합한 선생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한다.

오늘도 나는 12시까지 고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왔고, 하필이면 수업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 수업은 끝났고, 시급은 받겠지. 그래도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우울함과 자괴감이 차올랐다.

최근에 몇몇 학생들이 학원을 그만두었다. 모르겠다. 난 이제 이런 모든 것들이 다 내 탓 인 거 같더라. 내가 잘 가르치치 못했으니 아이들이 그만뒀을거란 생각. 요즘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한다. 당연히 행복할 리 없다. 아이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줄 리 만무하다.

아이들의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아이들의 중간고사는 나의 중간고사다. 아이들의 지식을 평가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선생님으로써 좋은 가르침을 해 주었는지 평가받는 시간이다. 즉, 아이들의 점수가 곧 나의 점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다. 만약 아이들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난 더 이상 선생님을 할 수가 없을 거 같다. 학원에서 짤리는 것을 둘째치고, 선생으로써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감과 죄책감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난 처음에 선생이 되었을 땐, 아이들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되고싶었다. 내가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계시듯, 아이들의 기억에서도 내가 그래도 괜찮고 좋은 선생님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요즘엔 가장 최악의 선생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다. 선생님이란 직업이 이정도로 무거울 줄이야. 지금 그런 우울감을 떨쳐낼 곳, 위로를 받을 곳이 스팀잇밖에 없어서 이렇게 글을 써 본다.

세상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화이팅 하시라는 말을 전하며, 굳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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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마음 속 이야기...
토닥토닥 응원할게요.
그래도 아이들의 점수가 곧
웅님의 실력이자 가치평가로 직결된다고
믿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대신 말씀하신 것처럼 선생님은 최대한 잘 알고 가르쳐야 하겠고, 학생들은 열심히 이해하고 반복하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겠죠... 둘의 콜라보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렇게 애써주고 있으니 분명 실수는 1이고 아이들에게는 99의 지식과 열정이 전달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네요 몸과 마음 모두 지치지만 조금 더 파이팅합시다^^

그냥 어제의 복잡한 감정이 이끄는대로 글을 썼는데 이렇게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시니 좀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는듯 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엔젤민님도 다욧트 꼭 성공하시길!

'선생님!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고민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선생님 가르침에서 배우는 친구들 많잖아요.

편하게 하세요.'

이렇게 생각하는 애들 많을 것 같은데...

ㅎㅎ.. 그렇게 생각해주면 감사하겠지만,,,,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으니 말이죠...

선생님의 포스팅을 보면 강단에서도 원하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잠시나마 교단에서 활동하며 선생님을 꿈꾸었었는데, 그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아 오랜만에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스팀잇과 경제학 철학에서 보여지는 저의 모습이, 아이들 앞에선 유난히 작아지더라구요..ㅎㅎ 대학교 교수 앞에서도 당당하게 강연하고 박수받고 나오던 저인데.. 참 이게 어려운 거 같습니다 ^^

선생님은 정말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존경스럽습니다 :)

아닙니다.. 정말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저는 세발의 피죠 뭐.. 감사합니다!

사람 가르치는것은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선생님들의 고충이 잘느껴지네요
오늘하루도 화이팅 하시고, 멋진 선생님 응원합니다
이런 고민은 멋진 선생님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갰죠
팔로 꾸욱~❤즐거운 하루되세요🍀

사실 모든 선생님이 이러시진 않을거에요 ㅎㅎ 저 같은 돌팔이 선생이나 이럴지도요...ㅋㅋㅋ 따듯한 댓을 감사함니다 ^^ 맞팔 할게요!

너무 신경 안 쓰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너무 맘 쓰지도 마세요. 애들이 시험 못 보는 게 애들 탓이지 왜 선생님 탓이겠습니까? 그럼 대치동 학원 댕기는 애들은 다 서울대 가야 합니다 ㅎㅎ

그렇긴 한데 ㅠㅠ 선생님으로써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 주고싶다는 생각은 늘 생기네요..

진솔한 이야기네요... 그렇게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반성도 서슴치 않으신 것만으로도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의 변명거리랄까요...ㅎㅎ 위로해주셔서 그래도 힘이 나네요 ㅎㅎ

  ·  7 years ago (edited)

으 그 기분 동감합니다... ㅠㅠ
그래서 저는 절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합니다.
친구가 알려주는 것처럼 생각하라고, 공부 편하게 하자고.
그렇게 제가 편해야, 계속 하겠더라구요.
목표가 같다면,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해요!

  ·  7 years ago (edited)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 마음 조금은 알것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배울수록 아는 것이 없어진다면, 잘 살고있는 거래요.
스스로에 대한 부족은 성장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
진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민이예요.

제 작은 위로가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토닥토닥. 힘내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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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정 잘 이해갑니다.
아이들의 '시험'을 잘 대비한다는 일이
한국에서 오래 산 '선생'에게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험이 필요하달까요.
그 동안 써오신 글을 보면,
일정한 '적응' 과정을 거치면
좋은 '선생'으로 발전하리라 봅니다.

언제나 현장은 어려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