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종묘 - 조선왕조의 판테온

in kr •  7 years ago  (edited)


정전의 전경 (출처 나무위키)

종묘는 조선왕조의 유적 중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낯선 곳이다. 1971년에야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탓도 있겠지만 조선왕들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종묘의 기능이 아무래도 일반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을게다. 필자 또한 5대궁(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은 셀 수 없이 가보고 사직단도 가봤지만 종묘는 처음이었다.
(종묘를 찾은 날은 날씨가 좋아 사진이 잘 나왔으나 정전의 길이가 동서로 무려 109m나 되기 때문에 한번에 담을 수 없어 부득이 나무위키에 올라있는 사진을 차용하였다.)

태조대왕이 한양을 도성으로 정한 후에 도성을 설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종묘였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종묘는 왼쪽, 사직은 오른쪽에 배치시킨 것도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조상을 모시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탓이다. 이렇게 만세를 이어갈 왕조의 정체성을 종묘사직이라는 하나의 함축적인 단어로 표현하였다.

종묘는 유학을 통치기반으로 하여 건국한 조선왕조가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봉행하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정전을 종묘라고 하였으나 현재는 정전과 영녕전을 모두 합쳐 종묘라고 부른다. 정전에는 태조의 신주를 비롯하여 공덕이 있는 역대 왕과 왕비 49분의 신주를 모시고 있고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하여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 34분의 신주를 모시고 있다. 종묘는 건물과 더불어 제례 및 제례악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종묘는 1995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은 2001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종묘 관람 가이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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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에 모셔진 신주

종묘는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내려 종로5가역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보이게 되는데 그 면적이 무려 6만평에 달한다.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넓고 청량한 숲이 있는 줄은 들어가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

왕정시대에 궁궐을 축조하고 왕릉을 건설할 때는 수많은 백성들의 희생이 따랐다. 조선시대에는 산마다 호랑이가 나올 듯 곳곳이 울창했을 것 같지만 매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시절에 산에서 나는 산물인들 온전히 남아있었을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왕릉으로 지정된 지역에는 백성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엄격히 보존된 탓에 지금도 울창한 숲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시대에는 인민들의 눈물과 고통으로 만들어진 것이 세월이 지난 후대에는 그나마 그것이 유일하게 기억되고 돈을 벌어주는 관광유적이 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인생사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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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종묘와 창경궁은 연결이 되어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훼철되어 끊어진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최근 창경궁과의 연결공사가 거의 마무리되어 조만간 종묘와 창경궁 그리고 창덕궁이 연결된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하니 몹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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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은 건축사적으로도 기념비적인 것이다. 일본 건축계의 거장 시라이 세이이치는 종묘를 보고 '서양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동양엔 종묘가 있다'라고까지 극찬하였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정전 건물에 무한한 찬사와 존경을 보내는 것은 아는만큼 보이는 탓이겠지만 필자와 같은 문외한들도 정전에서 뿜어나오는 신기를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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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의 관람만으로도 그 기운에 흠뻑 적신 것인가? 마치 선계와 인간계의 경계선인 듯... 종묘에서 바라본 종로의 모습은 아득하기만 하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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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울 인사동에서 살 적에 저 곳을 참 많이도 갔었지요. 그러나 그 안에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를 않았었다는,,

종로 5가 근처에 있는 종묘 군요.. ㅎㅎ
여기 들어가는데 시간이 딱있던데
잘 맞춰서 들어 가셨나봅니다..
저희 선조들의 정기를 많이 받으셨길 바랍니다^^
업봇하고 팔로도 하고갈게요

안 그래도 시간관람제인지 모르고 가서 한 삼십분 기다렸습니다. ㅎ
팔로우합니다.

ㅎㅎ 그거를 모르고 가셔서 낭패보시는 분들도 되게 많더라구요~
시간도 글적어주셨으면 참 좋았을거같은데!
그부분이 조금 아쉽네요~ ㅎㅎ
여기보고 낙원상가 지하에 보면 수요미식회에 나온 백반집 있는데
거기에 청국장하고 먹으러가면 한층더 종로를 느끼실수~^^

우래옥에 냉면을 먹으러 갔지요. 어제 정상회담 때문인지 인산인해였습니다.

지나 가기만 했는데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눈이 맑아 지는 느낌 입니다

조상님들이 후대에 대기오염이 있을 걸 예견하신 듯....ㅎㅎ

단일 목조건물로는 가장 길다고 들었는데 가본지는 정말 오래 됐네요.

너무 좋네요 눈이 정화 되는 기분입니다.
저도 시간 되면 한번 가봐야겠어요 딸아이와 언제 서울구경 가야 하는데, 그때 이곳도 꼭 가야겠어요 ^^

종묘사직 ...사극에서 많이듣던 말이였는데 오늘 그의미를 자세히 알게됩니다
서울 도심속에 이렇게 멋진 역사적 유산이 자연과 더불어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었네요
종로3가 기억해 놓겠습니다 ^^

아마 조선왕조가 더 길어졌다면 지금보다 더 긴 종묘를 보았을 것 같습니다. 기와의 색이 다른 것만봐도 시대에 따라 점차 늘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 유적지들 관람료 좀 더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맞습니다.

왕의 길을 걸으셨나봅니다. 수목 색깔 너무 예쁩니다.

제사 좋아하는 동아시아의 유교적 사상이 잘 나타나는 대표건물이죠. 그래도 본산지가 문화대혁명으로 박살난 덕분에 위상이 높아지긴했죠 ㅎㅎㅎㅎ

전 여기는 못가봤는데~~가보고싶네요. 참 대한민국 살고있으면서 못가본곳이 많은듯 해요~

첫번째 종묘사진에서 왕들의 위엄이 느껴지네요!!!

계절이 바뀔때마다 궁을 찾곤 했어요~ 이번엔 종묘에 가봐야겠습니다~ ^^

종로에 이런 곳이 있다니...
미세먼지도 피해갈 것만 같은 청량한 모습이네요.

엄청난 길이의 나무 건물이군요.

궁궐은 거의 가봤는데 종묘는 아직 못 가봤어요.

종묘라는 단어의 느낌상 궁이랑 멀리 떨어져있을 줄 알았는데 붙어 있었다니!

얼마전 창덕궁 방문시 같이 가볼걸 그랬네요

  ·  7 years ago (edited)

사진에서 느껴지는 정갈함이 넘 좋네요. 실제 걸어도 좋겠지만 사진의 느낌이 대단히 힐링이 되네요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창경궁과 연결공사가 어서 끝나서 연달아 관람할 수 있으면 좄겠네요!

덕분에 모바일로 힐링하고 가요.

감사합니다. ^^

종로3가면 회사에서 금방인대.. 있는줄도 몰랐네요. 서울만 하더라도 갈데가 이렇게 많은대 너무 회사 집 술자리 에만 하루하루를 보낸거 같습니다. 글너무 잘읽었습니다.

날씨도 좋은대 조만간에 가족이랑 한번 다녀와야겠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

전 종묘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
아마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갔던 것 같은데..

조선은 우리의 자랑스러우면서도 아픈 역사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애증이라고 해야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왕조의 역사라기보다 그 안에 우리네 조상님들..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집이 경복궁근처라 그렇게 가볼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경복궁이외에는 다른 궁들을 방문해본 적이 없었네요. T^T 타지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방문하면 꼭 한번씩 방문해 보고 싶어요. 사진으로 나마 한을 풀어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