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문제로 말을 걸어 온 20살 전후 학생이 있어서
나름 최선을 다 해서 조언을 했다가 제대로 물렸다.
그 애는 이미 답을 정해두고 "내 말이 맞다고 말해줘! 나 잘 될 거리고 힘을 줘!" 였던 것 같은데
"꿈과 희망"이 아닌 현실을 말해서 오히려 그 아이의 반감을 샀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아이는 원하는 것이 있는 데 성적이 되지 않아 밀리고 밀려서 한 선택에
억지로 의미 부여를 하며 스트레스 받고 있었을 지도 모르고...
이미 주변에서 나와 같은 말을 수 없이 반복했을 가능성도 높다.
어쨌든 자기는 그걸 물어본 게 아니라며 제대로 알고 말하는 거냐는 짜증 섞인 말과
싹 바뀐 그 아이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
(그 아이도 정곡을 찔려서 못되게 반격했던 것이겠지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굳이 내가 정성 들여
같이 고민한 것이 오지랖이였던 것 같고
내가 왜 시간을 버려가면서 욕 먹으려 자청을 했나 싶고...
아이가 이러는 것에 상처받는 내가 나 스스로 너무 찌질하게 느껴지고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았다고 조언을 한 건가 나래기가 돌았지...
지구의 모든 자괴감들이 내 주위에만 시커멓게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1% 의 가능성만 보고 무작정 달리는 아이가 안타까워졌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도 사는 게 힘들지 않은 세상이였다면
그 아이에게 "그래! 노력하면 돈 많이 벌고 1% 안에 들 수 있어! 끝까지 해 봐!"
토닥여 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현실의 99%를 말해서 기를 눌러 놨나 싶기도 하고
먹고 살 길은 뚫어 놓아야 한다는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컸을까 걱정도 되고
잊으려고 이 날씨에 타의로 에어컨 빵빵한 곳에 앉아
더블샷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데킬라 마냥
위장에 다이렉트로 때려 넣다 보니 온몸이 떨린다.
그냥 막 때려 부어서 그런 건지 같이 앉아 있는 사람 때문에 그런 건지
당최 이게 커피인지 탕약(사약)인지 구별도 안 간다.
나도 이제 세상 때가 많이 묻었나 보다 싶고
급 엄마가 생각나는 씁쓸한 날이다.
[@saenarynk 블로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