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인디 공연이나 예술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동네는 홍대 인근일 것이다. 하지만 시끌시끌한 홍대가 아닌 조용한 성수동 한복판에서, 묵묵히 예술적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앞으로 삼천원과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협력 및 기획해나갈 공연장 ‘게토 얼라이브’가 바로 그곳이다.
이번 브런치 포스팅은 성수동에서 실험적인 문화예술을 시도하는 공연장 ‘게토얼라이브’의 대표 정지선 씨를 모시고 성수동에서의 삶과 공연장에 대한 철학, 향후 공연 일정 등에 대해 인터뷰 해보았다.
전공이 성악인데 어떤 계기로 공연장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음악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성수동의 빈 공간을 운영할 기회를 얻어서 계약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싱어송라이터, 보컬리스트로 음악을 하고 음악감독(방송, 드라마, 연극)을 했었다. 다행히 경영/마케팅 잘하는 지인이 있어서 7개월동안 서울, 부산을 돌아다니면서 공간에 대한 경영적인 공부를 했다. 음악적인 부분 못지 않게 경영적인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름을 게토로 지은 이유와, 공연장의 디자인 컨셉이 궁금하다
여기 공간이 15년동안 비어 있었다. 노동자들이 있던 공장지대였고 디트로이트처럼 쇠퇴해가는 공업지역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공장지대속에 공연장이라는 새로운 문물이 들어온다는 느낌, 디트로이트의 얼반라이프, 그래피티, 스트릿라이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원래 이 공간은 배고픔을 달래는 설렁탕집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문화적 허기짐을 채워주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디트로이트의 그런 스트릿 문화의 원류인 힙합문화가 ‘게토’이다. 게토는 죽기 일보직전의 유태인, 자유가 보장 되어있지 않은,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사용하는 힘 있는 예술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게 베를린에 있는 게토 수용공간인데, 여기서 사람들이 그래피티하고 놀던 곳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이후 분단의 여파로 이 거주지역들은 시멘트로 덮였다. 통일 이후사람들의 노력으로 시멘트를 제거하며 공간을 살리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지금도 사람들이 이곳을 하나의 갤러리로 대하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게토는 인더스트리얼한 공간이다. 처음에 여기 들어왔을 때는 사람이 들어올 만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를 살리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죽어 있는 이 공간을 살리는 것이 마치 게토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토-얼라이브라고 이름을 지었다. 인테리어를 살릴 때도 왜 인더스트리얼하게 해야 하는지 논문을 찾고 공부하게 되었다. 공부하면서 일련의 컨셉들이 추려지게 되었고, 공연장의 섹션 하나하나가 예술적인 부분과 함께, 상업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가 어우러지면서 오늘날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공연장을 운영하면서 제일 힘든 일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경영상의 수익을 내는 것과 예술적인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게 제일 힘들다. 기획 공연은 자체 기획이라 공간과 맞는 것을 해야 하는데, 아직은 1인 경영 시스템이라 새롭게 글도 써야 하고 기획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점이 힘들다. 다양한 장르를 해봤는데, 우리 공간과 맞는 아티스트가 어느정도 정해져있다. 그런 분을 찾는게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 공연장을 열 때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공연장을 지향하다가, 10명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문화예술은 어쨌든 결과물이 좋아야한다. 결과물이 너무 좋으면 서로가 10년이 되어도 신뢰관계가 유지된다. ‘우리는 당신의 공간을 써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 교감, 소통, 공연장의 맥락에 대한 이해없이 이해관계로만 공연을 진행하면 적이 된다. 문화예술은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적이 된다. 완전 웬수가 된다. 그런데 그 결과는 과정에 의해 좌우된다. 어떤분은 공연 주 일주일에 세 번 오기도 하지만, 공연장의 입장에서는 그런 팀을 귀찮아 하지 않는다. 일일이 세팅 다 맞춰 주는게 좋다. 꼼꼼한 분들은 자리 배정 스티커까지다 붙여 놓고 나간다.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컨셉이 나오게 시설을 조율하고, 그들의 예술에 대해서 소통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이렇게 꼼꼼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같이 만들어 나가면 목표 관객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공연 자체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아티스트도 행복해한다.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 그리고 오랫동안 관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관객을 얼마나 데려왔느냐’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공연장이 얼마나 소통하면서 공연을 만들어나갔냐’이다. 관객이 2명만 왔던 공연이 있었지만,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했다는 사실에 뿌듯했던 적이 있다. 비록 손해를 봤지만 잘될 거라고 응원해주었는데, 나중에 진짜 유명해졌다.
왜 삼천원과 다양한 공연을 하게 되었는가?
삼천원의 진정성과 철학이 너무 존경스럽다. 보이지 않는 문화예술을 가지고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들은 엄청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문화 컨텐츠로 성과를 내는게 신기하다. 나는 예술적 촉이 주된 판단 기준이기도 하지만, 대표님처럼 논리적인 머리를 자주 쓰는걸 보면 너무 신기했다. 서로 장점이 있기에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머리로 많은 것을 하실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자립을 돕는다는 것이 단기간의 결과를 바라보고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런 좋은 일을 하는게 존경스럽다고 생각한다. 단기 성과를 바라지 않고 직진하는 게 존경스럽다.
앞으로 어떤 예술적 실험을 하고 싶은지
지금 하고있는 예술적 실험들이 예전부터 하고싶었던 것인데, 다행히 시도가 잘 되고 있다. 이 시도들이 계속해서 안정화됐으면 좋겠다. 게토하면 어떤 단어가 정의되지 않는 공간, 쉴 수 있는 공간, 위로가 되고…. 문화예술만으로도 쉼이 되고 위로가 되는…그런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최근에는 미술 관련 컨텐츠를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미술 기획과 관련한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미술과 관련해서 다양한 예술 실험을 해보고싶다. ‘찬란하고 은밀한 공간’이라고 어떤 분이 (A brilliant underground space) 칭해주셨다. 그리고 게토 라이브라는 기획이 또 있다. 거기를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기획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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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가보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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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게토에서는 매주, 매달 색다른 공연이 펼쳐지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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