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직면하기

in kr •  6 years ago 

어둠을 알아야 빛을 찾는다.
------- 다큐멘터리 <더 블랙>을 보고

정보기관의 역사는 그야말로 고색창연하다. 구약성서 시대로 가 보면 이집트에서 탈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 앞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한 명씩을 선발하여 12명의 스파이단을 구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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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네겝 길로 행하여 산지로 올라가서, 그 땅이 어떠한지 정탐하라 곧 그 땅 거민이 강한지 약한지 많은지 적은지와,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지 나쁜지와 사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탐지하라 담대하라 또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 (민수기 13장 17절~20절) 이 성경 말씀 속에는 스파이들이 탐지해야 할 거의 모든 게 들어 있다. 인구와 군사력, 거주 지역과 방어력, 토지 생산력, 심지어 실제로 그곳에서 자란 농산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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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 때나 지금이나 스파이망, 또 정보 기관을 운용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그리고 정보기관원, 스파이들은 최고로 우수한 자원들이다. 모세가 수십만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12명을 뽑았듯 말이다. 정보를 캐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하고 임무 수행 와중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일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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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를 알아본다는 것은 그만큼 지적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얘기고,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고 믿음을 주는 설득력과 연기력도 필수다. 이런 사람들이 영화 주인공이 되지 않으면 이상하다. 007 시리즈가 괜히 장수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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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머가 하나 있다. 전 세계의 은퇴한 스파이들이 모였다. CIA 요원이 자랑했다. “우리는 얻고 싶은 정보는 다 얻을 수 있었네. 위성과 도청을 통해서 말이야.” KGB 요원도 말했다. “우리는 죽여야 할 놈을 못 죽인 적이 없다네. ” 그러자 MI6, 영국 정보기관의 제임스 본드가 웃었다. “나는 유혹하지 못한 상대가 없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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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마디씩 하는데 한국 정보기관원이 외쳤다. “흥! 나는 댓글 안 단 사이트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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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참으로 장하고 영명한 능력을 표현한다. 적어도 우리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당시, 그리고 그 이전과 이후로도 오래도록 ‘댓글 달기’를 절체절명의 임무로 삼던 기이한 정보기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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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정원이 보여 준 추악한 속살을 지독하게 야하게(?), 그래서 호기심과 흥미를 넘어 타는 듯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다큐멘터리가 하나 나왔다. <더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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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름은 고(故) 이남종 씨다. 그는 2013년 12월 31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 세상을 떠난 사람이다. 나는 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왜 죽었는지는 이해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죽었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는데, 이를 개인의 일탈로 간주하며 그 진실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분명한 훼손입니다. 내가 국민을 대신해 두려움을 모두 안고 갈테니 국민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나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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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정원이 개입한 부정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이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더 볼 수 없었고,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라도 사람들에게 그 분노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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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나는 그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으되, 그의 죽음 이후 이어지는 다큐 <더 블랙>을 보면서 최소한 그가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을지, 얼마나 피가 거꾸로 솟았을지, 분노로 눈 앞이 하얗게 됐을지를 짐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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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한국의 정예로운 정보기관 국정원의 직원들이 무슨 짓을 어떻게 했는지를 담담하게 쫓아간다.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발생한 그 유명한 ‘셀프 감금’ 때 국정원 직원 김모의 활약, 그리고 그녀와 합을 맞춰 으슥한 까페에서. PC방에서, 오피스텔방에서 문재인 빨갱이, 좌익들 효수하라, 전라도 홍어 등등 온갖 추잡한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저질 포스팅으로 게시판에 얼룩칠을 했던 모습들이 여과 없이 나온다. 또 그들이 발각되고 고발된 뒤, 그를 수사하던 경찰이 어떻게 그들이 발견한 것들을 여지없이 생까는지도 노모자이크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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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블랙>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눈 앞이 캄캄해져 가긴 한다. 어떻게 이런 정보기관을 둔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있었으며, 어떻게 이런 정보기관이 나라 돈을 먹고 특수활동을 하고 세계를 상대로 ‘스파이’ 조직을 자임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그저 답은 ‘맙소사’일 뿐이다. 그리고 암담함은 이 다큐멘터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수사 검사의 고백에서 그 흑암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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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비밀 유지 서약을 한 검사의 증언은 직접 등장하지 못한다. 심지어 블러 처리나 음성변조도 허락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배우가 연기한다. 엄연히 가짜 인터뷰지만 듣다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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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중앙지검장으로 복귀한 윤석렬 검사가 왜 물을 먹었는지, 공안 검사로 잔뼈가 굵었던 사람들도 왜 혀를 내두르며 이건 말도 안된다며 검사의 칼을 휘두르려 했는지, 이 나라가 얼마나 우습게 놀고 이 나라의 명색 최정예 정보기관이 얼마나 천방지축으로 굴러갔는지를 날 것 그대로 토해 놓기 때문이다.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이면 눈 앞만 캄캄해지는 게 아니라 귀도 캄캄해지고 입 안의 혀는 굳어 버린다. 몸에 힘마저 빠진다. 대체 우리가 살았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냐는 질문만 고추 먹고 맴맴 하는 매미의 울음처럼 도돌이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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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고도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지 못했다. 반역 행위에 가까운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욕은 시원하게 했지만 ‘떨쳐 일어나’ 뭔가를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다 그런 거지 뭐, 댓글 때문에 얼마나 바뀌었겠어 하며 자위나 하고 있었다. 이런 핫바지들을 보았나. 이런 날탱이들을 보았나.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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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고 이남종씨는 그래서 절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의할 수 없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의 길을 갔다. 그의 눈 앞도 캄캄했으리라.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라도 불을 밝히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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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더 블랙>을 보는 것은 사실 용기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지나왔던 어둠, 그러나 애써 외면했던 어둠, 어둠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을 감아서 외면했던 어둠과 다시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둠을 모르는 이가 어떻게 빛을 알아보겠는가. 극장 안에 들어갈 때처럼 어둠에 익숙해져야 가냘픈 빛을 찾는 법이고, 빛의 고마움을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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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 다큐멘터리 <더 블랙> 한 번 응시해 주시는 것도 좋겠다. 다시 말하거니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으나 어둠을 알아야 빛을 찾을 수 있음을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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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CGVARTHOUSE/videos/321452625078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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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고 쪽팔려서 못볼것 같아요. 뻔이 아는 사실인데..ㅠㅠ

그래도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시간 허락하면 봐 주시길...

원00도 서울시에서 상하수도 에서 있던놈울 국정원에 앉혀놓았다고 하더군요.
이게 말이되는건지!
한심하기 이를데가 없어요.

정보의 정 자도 모르는 자기 심복을 앉혔으니..... 이명박 은 참..

두려움을 갖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보아 주세요

이미 어느정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아주 신비로울것도 없다봅니다 ㅡ.ㅡ

영화 줄거리 안다고 영화 안보는 것은 아니니 ^^ 가능하다면 한 번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다큐는 밀어 주어야 또 좋은 다큐가 나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