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청산해야 할 식민잔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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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동경 올림픽 당시 개최국 일본은 자신들이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유도와 함께 여자 배구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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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배구가 인기가 있기도 했거니와 일본은 자신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일본 여자 배구팀이 1962년 모스크바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자타공인 세계 최강 소련을 3-0으로 누르는 파란을 일으킨 바 있었기 때문이죠.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는 그 팀의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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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그가 이그는 일본 여자 배구팀은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모은 대표팀이 아니었습니다. 니치보(日紡‘) 즉 ’일본방직’ 쯤 되는 단일실업팀을 이끌고 세계 최강 소련을 잡아 버렸던 겁니다. 선수들은 공장의 노동자 가운데 선발됐습니다. 그들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오후에 집결해 심야까지 다이마쓰의 맹훈련을 소화해 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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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이마쓰 히로부미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파쇼 기질 충만한 감독이었다는 뜻이죠.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했던 이른바 황군 출신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온 사람이니 오죽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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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훈련은 실로 파쇼 치하 일본을 방불케 했습니다. 여자 선수들의 머리를 짧게 깎아 퍼머할 것을 명시했고 거울도 없애 버렸습니다. 반항하면 가차없이 내보내 버렸고 구타와 욕설은 그저 일상일 뿐이었습니다. 이걸 ‘스파르타식’이라고 부른다면 고대 스파르타인들은 무덤에서 일어나 항의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일본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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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는 일본 여자 배구팀을 세계 정상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습니다. 공격 타이밍을 속여 서양 선수들의 높은 블로킹을 피할 수 있는 시간차 공격을 개발했고 수비 훈련을 피나도록 시켰습니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은 이것이었습니다. “동양인 몸에 맞는 훈련을 개발하라. 죽을 힘을 다해 훈련하라.” 그리고 그 다음 말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두 단어입니다. “하면 된다.”
이렇게 ‘일본식’으로 훈련받은 일본 여자 배구팀은 마침내 자신들의 안방에서 또 하나의 기적을 일구어 냅니다. 소련팀을 또 한 번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거지요. 이때 여자 배구 시청률은 70%에 육박했고 동경 시내에 다니는 차가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일본인들로서는 패전 20년만에 제대로 자존심을 세웠다고나 할까요. 다이마쓰 히로부미 역시 일본 배구의 영웅이 됐고 후일 이를 후광삼아 국회의원까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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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스파르타식’ 아니 ‘일본식’ 선수 다루기는 여전했죠. 1972년 뮌헨 올림픽에도 그는 일본 여자 배구팀을 이끌고 출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그는 서독 관중들에게 고발당하는 봉변을 맞습니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버릇대로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두들겨 팬 겁니다. 그는 그게 왜 문제였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맞은 선수들도 뭐가 그렇게 잘못된 일인지 몰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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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는 스파르타식 아니 아니 일본식의 당연한 문화였거든요. 일본 해군 조종사 후보생이었던 사카이 사부로라는 이는 이렇게 회고하고 있죠. “(교관이 말하길) 나는 네가 미워서가 아니라 너를 좋아하고 너를 훌륭한 해군으로 만들기 위해 이러는 것이다. 엎드려 뻗쳐.” 퍽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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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독이 선수를 때리는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또 있었습니다. 왕년에 일본이 식민 지배했던 나라 한국의 여자 배구팀 관계자들이었지요. 뮌헨 올림픽 당시 한국 여자 배구팀은 코가 석 자쯤 빠져 있었습니다. 3.4위전에서 자그마치 북한에 그것도 3대0으로 깨졌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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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지느니 일본에 지는 게 나았던 시절입니다. 당시 선수들은 호텔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울었다고 합니다. 한국 배구협회는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와중에 이 다이마쓰 히로부미를 특별 초청하여 한국팀을 ‘지도’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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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내선일체’를 체화했던 시절 사람이라 그런지 다이마쓰 히로부미는 매우 성실하게, 그리고 일본 선수들과 똑같이 한국 선수들을 다뤘습니다. 그의 배구에 대한 열정과 아이디어는 인정할만했지만 한국 배구협회가 선수들에게 특별 휴가를 줬을 때 그가 내뱉은 불평은 다이마쓰가 얼마나 ‘구 일본적’인 파시스트였는지를 짐작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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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들은 3일만 풀어놓아도 엉덩이에 살찌는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어쩌려고 그렇게 오래도록 놀게 하느냐.” (중앙일보 1986년 2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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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마쓰 히로부미는 근거리에서 강 스파이크를 퍼부으며 맹렬한 수비연습을 시켰습니다. 그 스파이크를 받다가 기절하는 선수도 나왔습니다. 일본에서조차 “모든 여성의 적”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이 스파르타식 아니 아니 일본식 지도자의 살인적인 트레이닝에 한 선수가 반기를 들죠.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대표팀의 거포로 촉망받던 박인실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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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자배구 선수로서는 장신인 174센티였고 남자 선수를 방불케하는 공격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체육대학을 시험쳐서 합격할 정도로 머리도 좋았고 개성도 충만했던 그녀로서는 “나 하라는 대로 하라. 못따르겠으면 나가라.”는 일본인 코치를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녀는 선수촌을 나와 버렸죠. 여기서 한국 배구 협외와 정부는 그야말로 ‘일본식’ 응징을 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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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실은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배구계에서 ‘영구 제명’됩니다. “선수자격 박탈 뿐만 아니라 출국정지에 세무조사까지 당했고, 교사자격증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취업도 금지당해 한동안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심적인 고통도 겪어야 했다.”는 최동철 원로기자의 증언입니다. 가히 국가적인 ‘이지메’를 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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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위선양’을 위해 ‘혼연일체’가 돼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맹훈련’을 극복하여 메달을 따야 하는데 어디서 이런 ‘비국민’(非國民)이 나왔느냐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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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파르타 또 한 번 아니아니 일본식 훈련을 통해 한국 여자 배구팀은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개가를 이룹니다. 그들의 노고와 영광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며, 그들의 파이팅은 어린 날의 제게도 눈물겨운 감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후로는 ‘일제의 잔재’를 부끄러워하고 벗어나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다꾸앙’이라는 말을 쓰면 뺨을 때리며 ‘단무지’를 가르쳤을망정 ‘하면 된다’는 다이마쓰의 일본혼(?)은 가슴 벅차게 수용하고 전승하고 아로새겨 왔습니다. 스포츠계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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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대통령배 배구대회에 참가한 효성 여자 배구팀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선수들의 허벅지에 시커멓게 피멍들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각종 운동 선수들이 매맞은 자국을 가리기 위해 파스를 붙이고 출전한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었지만 그때는 모든 선수들이 두들겨 맞아서 그런지 파스로 가리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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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효성팀의 임태호 감독은 구타를 인정하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필승 의지를 심어 주기 위해 체벌을 가했다.” 아.....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를 두들겨 팼던, 그리고 애들 놀리면 엉덩이에 살찐다고 일갈하던 이 면면하고도 끈질긴 다이마쓰 정신. 아니 일본 정신. 그리고 ‘식민의 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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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커먼 피멍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온전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주장 김경희였습니다. 주장이라고 면제됐던 것인지 아니면 그나마 감독의 지시에 부응했기 때문에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가해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분의 따님들이 이번에 왕년의 학원 폭력으로 문제가 된 선수들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릴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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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마쓰 히로부미가 죽은 지 옛날이고, 한때 최강을 자랑하던 일본 여자배구는 아시아에서도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90년대의 배구 스타가 자식을 낳아 길러 그들이 어엿한 배구 선수로 성장한 뒤에도 이 폭력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내부의 ‘식민 잔재’가 아쉬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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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안가고 일본차 때려부수는 극일, 일본 맥주 먹으면 정색을 하는 ‘항일’에 떨떠름한 이유는 그렇게 사람들을 ‘일색’(一色) 으로 몰아가고 자신들에 반하면 역적 취급을 하는 분위기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향기가 살풋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정작 청산해야 할 식민 잔재는 이렇게 우리 곁에 따로국밥으로 버젓이 남아 있는데 말이죠. 우리는 언제나 이런 식민의 잔재를 청산할 수 있을까요. 저도 이런 주문을 외워야 할까요. “하면!!!!! 된다!!! 식민잔재!! 청산하자!!!
안녕하세요 sanha88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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