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여행 후보지에 홍콩을 올려놓았다가, 포기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두기봉의 참새를 다시 보았다. 처음 본 게 어느새 7, 8년은 된 것 같다. 시간이 참새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이 영화의 장르를 느와르라고 해야 할지, 로맨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두기봉의 모든 영화는 로맨스와 느와르의 경계에서 서성인다.)
중국반환 이전의 홍콩 영화는 중국반환에 대한 불안함이 담겨있고, 중국반환 이후의 홍콩 영화는 중국반환 이전의 시기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이 영화는 후자다. 카메라를 든 임달화를 통해 홍콩의 구석구석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여자주인공과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늙은 남자. 인질처럼 금고에 보관하는 여자의 여권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그리고 남자에게 여자를 놓아줄 것을 요구하는 소매치기 4인방은 그들이 호언하듯 "자랑스런 홍콩인"이다. 중국에게서 홍콩을 돌려받으려는 홍콩인들이다.
서양풍이던 음악이 늙은 남자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중국풍으로 바뀌던 연출이 흥미로웠다.
대책 따위 관심없다는 듯 순수하고도 순진한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