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볼 일이 있어 외출했다. 길을 가다 어느 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세계적인 명품 빽인 쌤소나이트 매장이었다. 문 앞에는 '폐업정리 50%'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마침 내 가방이 낡아 에이에스 받으려던 차였다. 에이에스 받느니, 50%라면 차라리 새 거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해본다. 맘에 드는 건 별로 없었다. 그나마 괜찮은 게 하나 있긴 한데 너무 네모나서 망설이고 있으려니 주인장이 와서 말을 건넨다. "잘 어울리십니다." 카드를 꺼냈다. 할부는 어떻게? 일시불이요. 들고나오려니 주인장이 무언가를 내민다. "감사의 선물입니다. 이웃에 식당이 있는데 거기 할인권입니다." 폐업하는 데 이런 선물까지 주다니. 나는 새 가방을 메고 볼 일을 보러 갔다. 볼 일을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배가 고파왔다. 마침 아까 받은 식당 할인권이 떠올랐다. 이제사 자세히 들여다보니 '삼겹살의 명가' 어쩌고라고 되어있다.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어졌다. 할인권 뒤엔 주소가 있었다. 검색해보니 근처였다.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가게로 들어가니 손님이 없다. 나라도 팔아줘야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뒤적이는데 누군가 다가와 "주문하시겠어요?"라고 묻는데 왠지 목소리가 귀에 익어 고개를 드니 아까 그 가방 가게 주인장이 아닌가. "아니 사장님?" "오셨군요. 오실 줄 알았습니다." 주인장은 허허 웃더니 묻지도 않은 상호 및 연원을 읊기 시작했다. "저희 가게는 삼소나이트입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는 밤이라는 뜻이지요." 집에 와 가방을 다시 보니 각진 것이 나의 강직한 성품과도 닮은 듯하여 맘에 든다. 14만 5천 원.
[가방 구입 후기] 삼소나이트
4 years ago by savoka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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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닮아 가방이 아주 이쁘네. ㄷㄱㅂ 선생님의 귀환을 감축드리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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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장님이 가방 가게도 하고 삼겹살 식당도 하시는 분이라는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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