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나

in kr •  4 months ago  (edited)

한국은행이 드디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대출이 많은 나로서는 고대했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기뻐하던 와중에 이상한 걸 하나 발견했다. 금리 인상에 우려했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금리가 어느날 1퍼센트 포인트씩 훌쩍 올랐을 리는 만무하고 영 점 몇 씩 올랐을 텐데 그땐 다가올 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한참 뒤 청구된 대출 이자가 대폭 올랐을 때 비로소 금리 인상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닥쳐온 위기를 체감했다. 이자 갚느라 하루하루 허덕였고, 금리가 내릴 날만을 기대하며 버텼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점프하여 탈주하지만, 찬 물에 넣은 다음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대로 죽을 때까지 나갈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그 개구리였다. 끓는점을 향해가는 물 속에서, 닥쳐올 지옥불의 무서움도 모르고 반신욕만 즐겼다.

이번엔 다헹히 위기를 넘겼다. 나 또한 노력하고 인내했으나 행운이 함께 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러나 다음에 또 행운이 함께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말 그대로 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잊지 않기 위해 복기하는 심정으로 여기 남긴다. 위기는 서서히 다가온다. 너무 서서히 다가와서 무언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그것이 위기인 줄도 모른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내 살은 타들어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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